<참여연대> 인터넷포털 ‘임시조치 의무화’는 가장 강력한 사전검열의 형태

 

참여연대 논평

 

인터넷포털 ‘임시조치 의무화’는 가장 강력한 사전검열의 형태

 

방송에 이어 인터넷언론까지 장악하려는 시도 드러낸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반드시 사퇴해야

 

1. 어제( 22일)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인터넷포털이 “권리침해에 대한 판단이 어려울 때 또는 이해당사자의 분쟁이 예상될 때” 자발적으로 관련 게시물을 일시적으로 보이지 않도록 처리하는 이른바 ‘임시조치’를 의무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소장 : 박경신, 고려대 교수)는 이 같은 방침은 지난 몇 달간 인터넷상에서 활발하게 형성되고 유통되어 온 정보교환 등을 사전에 통제하겠다는 발상으로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최악의 사전 검열이라고 본다. 따라서 방통위는 이 같은 방침을 철회해야 할 것이며 방송에 이어 인터넷매체까지 장악하려는 시도를 즉각 중지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이 모든 것에 책임이 있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한다.

 

2. 방통위의 ‘임시조치 의무화’에 따르면 피해를 주장하는 자가 삭제 요구를 하면 포털은 반드시 임시조치를 취해야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형사처벌을 한다는 것이다. 방통위의 이 같은 방침은 실행될 경우 인터넷 상 가장 강력한 형태의 사전검열이 될 것이다.

현재의 정보통신망법(제44조의 2)에도 임시조치를 취할 근거는 충분히 있다. 이를 위해서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는 등의 절차를 따라야 한다. 그러나 이를 그대로 ‘의무화’할 경우 포털사업자는 누구라도 게시물에 이의제기를 하게 되면 반드시 블라인드 조치를 해야 한다. 이용자는 자신의 게시물의 내용이 합법적이라고 할지라도 타인이 포털의 임시조치 의무를 악용하여 삭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결국 이용자는 30일간의 블라인드조치를 피하기 위해 타인의 입맛에 맞추어 게시물을 편집하는 자기검열을 하거나 타인에게 ‘사전제출’하여 동의를 얻으려 할 것이다. 이것은 그간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이 표현물을 행정기관에 의무적으로 사전제출하여 합법성을 검토받도록 하는 이른바 “사전검열제도”를 금지함으로써 방지하고자 하는 ‘해악’ 바로 그것이다. 이와 같은 ‘해악’을 일으키는 제도는 그 자체가 위헌인 것이다.

 

3. 헌법재판소는 이미 2002년도에 행정기관이 ‘불온통신’과 같은 애매모호한 기준을 근거로 하여 표현물의 위법성을 판단하고 그 판단을 포털에 강요하여 이용자들을 상시 감시하도록 하는 제도에 대해 위헌을 선고한 바 있다. 그런데 방통위는 이번에는 애매모호한 기준이 아니라 아예 ‘피해자가 요구하면 무조건’이라는 더욱 위헌적인 기준을 정하고 이 기준을 포털에 강요하여 상시 감시하도록 하려는 치명적인 위헌행위를 하려고 하는 것이다.

 

4. 방통위가 제시한 방안은 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를 극도로 제약하게 될 것이다. 글을 통해 주장되는 모든 명제는 복잡다기한 사실관계를 통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을 언제나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두 기업이 하나의 신기술을 두고 서로가 자신이 ‘국내 최초 개발자’라고 주장하는 경우 두 기업의 주장은 서로에게 명예훼손이 된다. 단지 한 기업의 ‘최초’ 주장이 다른 기업을 ‘2등’으로 만들어서 뿐만 아니라 한 기업의 ‘최초’주장은 다른 기업을 ‘거짓말장이’로 만드는 명예훼손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방통위가 도입하려는 새로운 제도 하에서라면 이 같은 경우 인터넷포털은 결국 두 기업의 신기술 홍보 게시물을 모두 블라인드 처리하는 것이 맞다. 신기술을 개발해놓고도 다른 기업의 “명예훼손” 주장만으로 홍보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5. 전 세계적으로 명예훼손에 대한 형사처벌이 사라져가고 있는 지금 인터넷포털이 이용자의 게시물을 일시적으로 블라인드 처리하지 않았다고 형사처벌하겠다고 하는 것도 지극히 구시대적이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없이 의견표현과 정보유통이 가능한 인터넷 매체의 속성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오로지 입맛에 맞는 정보의 유통만 허용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허용하지 않겠다는 발상 자체가 독재적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공중파 방송 장악은 물론 인터넷매체까지 자신의 구미에 맞게 장악하려는 의도로밖에 읽히지 않는다. 최시중 위원장은 이 같은 인터넷 장악 시도를 철회해야 할 것이다. 이미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이 정부가 마치 금과옥조인양 떠받들던 ‘중립성’을 현저히 벗어났다. 따라서 이 모든 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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