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자유주의의 부활...

 

전세계 인구의 반과 국가의 3분의 2는 자국 경제를 완전히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 선진 산업국 국민에 의해 조종되며 워싱턴 DC에 근거를 둔, 고국을 저버린 ‘전문가’들이 거시 경제, 투자 정책, 그리고 사회적 지출을 관리한다. 멀리서 온 이 명령들의 기본 방침은 ‘워싱턴 합의’로 알려져 있다.

개발 도상 국가와 포스트 사회주의(post-socialist) 국가를 위해 정책 패키지를 들고 날라 온 외국인들은 두 개의 세계 기구, 곧 세계은행과 IMF의 스태프들이다. IMF와 세계은행이 각국 정부에 ‘추천한’ 많은 조치들이 실무적으로는 이성적인 근거가 취약하고 비생산적인 것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그들의 제안은 몇 가지 이유로 주목을 받고 있다. 양대 기구는 미국뿐만 아니라 영국이나(덜 열광적이기는 하지만) 일본과 같은 경제대국의 지지를 얻고 있다.

그들 밀사들은 실질적인 경화 대출 한도를 손에 들고 해당국 수도에 도착한다.―그들의 제안을 충심으로 받아들이도록 권위를 부여하는 강한 인센티브이다. 이 제안들은, 지난 십여 년 동안 지배적인 위치에 이르게 된 ‘신자유주의’ 또는 ‘시장 친화’ 상표를 부착한 정책 분석에 근거하고 있다. 어떤 경우에는―멕시코의 1982년 이후가 두드러진 예이다― 해당국 정책 입안자들이 워싱턴에서 온 친구들보다 신자유주의에 더 열광적이었다.

경제 정책의 이러한 ‘글로벌화’가 전적으로 새로운 것은 아니다. 1990년대 아르헨티나에서는 중앙 은행을 ‘통화위원회’로 대체함으로써 영국 식민지의 고대 통화 관습을 복제하고 있다. 그리고 프린스턴의 ‘화폐의사’(money doctor) 켐머러(E.K. Kemmerer)의 1920년대 사명은 오늘날 IMF에서 구축해 놓은 것들과 아주 닮아 있다. 1980년대 경제 사회 정책의 극적인 전환은, 켐머러를 넘어 대공황 이전의 환경을 재형성하는 방향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신’자유주의 옹호론자들은 현재의 논쟁이 수십년 전의 논쟁과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진보적 비평 또한 존재한다. 위대한 사회주의 과학자 폴라니(Karl Polanyi)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세계은행과 IMF가 창설된 1944년에 발간된 『거대한 변환』(The Great Transformation)이라는 책 속에 다음과 같은 비평을 하나 실었다.


“변화의 문제를 이해할 때만큼 자유주의 철학이 확실하게 실패한 적은 없었다. 자생성(spontaneity)에 대한 감성적 신뢰감에 불타올라, 변화에 대한 상식적인 태도를 버리고 경제적 개선에 의한 사회적 결과를 그 여부에 상관하지 않고 신비할 정도로 쉽게 받아들였다.”


폴라니에 따르면, 1920년대에 “경제적 자유주의는, 시장의 자유를 위협하는 모든 개입주의 정책을 제거함으로써, 시스템의 자기 조절력을 복원하기 위해 최대의 노력을 기울였다.”

이 ‘노력’에 대한 1930년대와 1940년대에 나타난 비극적인 반응은, 완전히 자유화된 시장 시스템은 사회적으로․정치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폴라니의 위대한 테마를 예증해 주었다. ‘자기 조절’ 시장은, 특히 노동, 금융 그리고 국제 무역과 같은 주요 부문에서는 오래 갈 수 없다. 규제를 완벽히 철폐하기 위한 시도는 불안정하고 투기적인 행동을 야기시키거나, 또는 소득과 부의 집중을 초래함으로써, 잠재해 있는 통제권을 국가에 다시 부과할 것을 요구하는 사회적 반발을 불러일으킨다. 폴라니의 명언에 따르면, 하나의 규제 완화를 향하고, 또 하나는(금융 불안정과 사회적 긴장이 고조되면) 그 역방향으로 움직인 ‘이중 운동’이 존재한다.

폴라니의 이론은, 시장과 사회적 모순을 중재하는 국가의 능력이 글로벌화된 경제 하에서의 외부 경제와 금융 속박 때문에 점점 더 손상되는 오늘날에 있어 글로별화에 대한 논쟁에 시사하는 바가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재앙 이후 “각국 정부간의 경제적 협동과 자유 의지로 국민의 삶을 조직할 수 있는 자유”에 대한 국제적 합의가 이루어졌다. 글로벌 조정 기능을 구축하려는 의지는 세계은행과 IMF의 설립으로 유도되었다. 역설적인데, 개방도상국에게는 오늘날의 이 기구들이 1940년대 유토피아적 사고의 파괴 뒤에 숨어 있는 지적 근간과 정치 세력을 나타낸다. ‘한국 사회에 주는 충고’, 「자유주의의 부활: 글로벌 경제하의 IMF와 세계은행」, 랜스 테일러(Lance Taylor), 이병천․백영현 옮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