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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책 : 서문을 쓰다

 

  고등학교 2학년, 나는 학교를 그만뒀다. 입학식 첫 날부터 학교는 우리에게 밤늦게까지 야자를 시켰다. 만약 야자를 빠지면 다음 날 엎드려서 맞았다. 지각하면 벌점을 받았고, 성적이 떨어지면 다들 보는 앞에서 혼이 났다. 휴대폰이고 뭐고, 입시공부에 도움 안 되는 모든 것들은 ‘쓸모없는 것’ 취급을 받았다. 비좁은 교실, 40명이 넘는 학생들, 친한 친구, 안 친한 애, 허구한날 치르는 시험 때문에 시험 보는 대열로 자리를 배치해서 짝꿍 같은 거에 더는 큰 의미를 두지 않았던 그 때. 일등부터 꼴등까지 대놓고 공개하진 않아도, 모두가 어렴풋이 눈치 채고 있던 서로의 성적. 끝이 보이지 않는 점수 경쟁. 의자에 종일 앉아있었지만 완전한 ‘내 자리’는 없었던 교실이 너무나도 답답했다.

  자퇴서를 냈던 나에게 담임교사는 상담을 하자며 불러서 “너 지금 이러면 나중에 배추장사나 한다?” 라는 말로 으름장을 놓았다. ‘배추장사’가 뭐가 어때서? 그런 말을 ‘설득’이랍시고 쉽게 내뱉을 수 있다는 것이 싫었다. 나는 학생이기 이전에 인간이었다. 내가 나이를 얼마나 먹었건, 어디에 소속되어 있건 나는 나의 삶을 살고 싶었다.

 

  학교 밖에서의 하루하루는 그 동안의 삶과는 많이 달랐다. ‘학교 안 다니는 애’라는 시선과 마주할 때는 조금 두려웠고, 시험기간 같은 거 신경 쓰지 않아도 될 때는 그 자유로움을 만끽했다. 해방감과 불안감이 섞인 묘한 기분이 한동안 나의 일상을 채웠다. 나의 고등학교 자퇴는 여전히 내 삶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자발적’ 벗어남이면서도 동시에 쫓겨남이며, 수십 년(어쩌면 더한 시간)을 한결같이 제자리걸음을 반복하는 학교와 교육현실에 대한 소심한 반항이면서 동시에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느끼게 해준 시작점이었다.

  그 이후, 나는 청소년인권운동을 하고 있다. 학생도, 청소년도 ‘자기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사회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 인권이 좀 더 단단하게 자리 잡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조금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다. 내가 인권을 만났던 것처럼. 그래서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이는 듯한 기분을 느꼈던 것처럼 말이다.

 

 

목차

1. 중고등학교에서의 삶과 고등학교 자퇴 이후의 삶

2. 청소년운동에 발 담근 이유는?

3. 청소년운동의 내용과 의미, 앞으로의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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