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새벽에 동양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가방을 놓고 나갔다. 아침에 다시 들어오길래 내가 니하오 하이라고 인사를 하니 나에게 한국분이세요? 라고 묻는다. 한 40대중반으로 보이는 중국에는 91년도 부터 오기시작해 이번에도 한 석달 묵을 예정이란다. 중국여행에서 처음으로 대화하게 된 한국사람이었다. 자기는 청두가 가장 마음에 드는 도시란다. 청두는 제갈량이 세운 도시란다. 마오쩌둥 동상을 중심으로 팔방진을 펼치듯이 도시가 형성되어 있단다. 현지중국인들과 만날 약속들이 되어있단다. 중국인들하고 문화대혁명이나 정치에 대해 대화해 보았냐고 물어보았다. 문화대혁명을 기억하는 사람은 50대는 넘어야 한단다. 젊은 사람들은 천안문사태도 모른다고 한다. 대학의 교수를 만난 적이 있는데 문화대혁명을 기억하고 싶지않은 사건으로 그는 말했다고 한다. 자기가 만난 중국사람들은 국민당 정부가 중국을 통치했다면 중국이 지금보다는 더 잘 살았지 않았겠냐는 말을 했다고 한다.

 

2.

내가 그제 먹은 샤브샤브 얘기를 했더니 그것 훠궈가 아니란다. 자기가 훠궈 점심식사를 대접하겠단다. 같이 버스를 타고 사천대학 북쪽 근처에 있는 깔끔한 한 식당으로 들어갔다. 그제 먹었던 육수와는 달리 이건 거의 검은 색깔이고 사천고추인가 고추알들이 둥둥 떠다닌다. 이 집의 좋은점은 넣고 끓일 메뉴를 직접 보면서 고를 수 있다는 것이다. 물이 끓어 재료를 넣고 한 번 먹어보았다. 훠훠할 정도로 맵다. 한번 이걸 먹으면 이 맛을 못잊는다 한다. 알고보니 이 분은 해외전도 목사였다. 10년전에 전도지로 중국을 선택했을때 사람들이 말렸는데 지금은 잘 한 선택이란다.훠궈는 처음에는 무척 매웠는데 점점 먹을 만하다.

 

3.

목사님 추천으로 두 군데의 청두 유적을 가기로 했다. 점심을 먹고 헤어져 우허우츠로 가는 버스를 탔다. 무후사라는 이름의 이 사찰은 삼국지의 영웅중 하나인 제갈량을 기리는 곳이란다. 그의 별명이 우허우란다. 사찰에 들어섰다. 이 곳 안에는 제갈량만이 아니라 유비 관우 장비 기타 많은 삼국지 인물의 상이 전시되어 있었다. 삼국지를 한 번 더 읽고 올걸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제갈량은 왜 조조가 아니라 유비를 선택했을까? 20대부터 총명함을 떨치던 조조가 아니라 40이 넘어서야 겨우 지역에서 한 자리 확보한 유비를 말이다...


제갈량과 유비를 모신 우허우츠

 

3.

이 곳에서의 의회의 수확은 한쪽에 마련된 공연장에서 중국 경극과 더불어 사천성의 볼거리는 변검공연을 보았다는 것이다. 입장료는 차와 해바라기씨를 시키면 볼 수 있었다. 이런저런 노래와 춤이 이어지고 하이라이트로  마스크를 쓴 4명의 남녀가 춤을 추면서 순식간에 얼굴의 마스크를 바꿔치기 한다. 아무리 눈여겨 보아도 어떤 원리인지 알 수가 없다.

 

4.

두보의 초당은 5시가 넘어가서 택시를 타고 갔다. 8세기때의 시인인 두보는 정치시인이었단다. 봉기를 일으킨 반란군에게 체포되었다가 도망을 쳐서 이곳 청도의 집에서 4년동안 머무르면서 살아가는 이웃들의 삶을 시로 노래했단다. 두보가 살았던 곳을 재현해 놓은 곳도 있었다. 그보다는 넓게 조성해놓은 대나무와 분재 정원이 볼 만했다. 한 미술관에서 두보의 시와 어우러진 풍경 산수화는 실제 경치만큼이나 신선함이 있었다. 마당 한 쪽에선 초등학교 아이들이 경극 경연대회를 하고 있다. 한 꼬마아이가 능청스럽게 시를 읊고 있다. 두보가 어째서 정치시인이었는지 돌아가면 두보 시집을 읽어봐야 겠다.


두보 초당

 

5.

초당을 나와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이곳 두보 초당에서 내가 묵고있는 신남먼까지 가는 두대의 버스가 있다. 지도를 보니 죽 강길이 이어져 있다. 강길로 한 번 걸어보자. 강은 한강처럼 넓지는 않지만 좀 더 사는 공간과 가깝다고나 할까. 운치가 있었다. 강 양옆으로 저층 아파트와 호화로운 불빛의 식당들이 이어진다. 한 한 시간 남짓 걸어 숙소 입구에 도착했다. 식당에서 볶음밥과 스위트야체무침을 시켰는데 무침이 달긴 달다. 오늘 청도에서의 마지막 밤이다. 훠궈, 우허우츠, 두보초당, 도심거리, 공원의 여유있는 풍경들 청도의 독특한 매력이 느껴졌다. 목사님 말로는 청도 사람들이 놀 줄 아는 여유가 있다 한다. 친구가 마작을 두자하면 시간을 내어 둘 수 있는 여유가 북경이나 서안사람들은 많지 않다고 한다. 숙소에서 내가 기침을 계속하자 자기가 먹고 있는 중국 기침약을 준다. 대신 이약은 먹으면 잠이 쏟아진단다. 감기는 정점에서 내려오는 중이다. 모든 일의 진행에는 흐름이 있다. 시간만 지난다고 해결되는 건 아니지만 흐름을 잘 맞추어 나가면 삶의 부피는 늘어날 것이다.

 

 

* 041216(목) 여행21일차

 

(잠) 3900원 (30원)

(식사) 저녁 1430원 (11원)

(입장) 우허우츠 3900원 (30원)
          우허우츠 옆 공원 260원 (2원)

          두보초당 3900원 (30원)

          변검공연 3250원 (25원)

(이동) 버스 130원 (1원)

          택시 1430원 (11원)

................................... 총 18,2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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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27 13:52 2004/12/27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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