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어나자마자 짐을 꾸렸다. 오늘은 홍콩으로 간다. 크리스마스 이브라 사람들이 많이 붐빌것이다. 여관방 구하기가 어려울지도 모른다. 여하튼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홍콩 밤거리를 거닐어보자. 유스호스텔에서 체크아웃을 하고 광저우 동역으로가는 지하철을 탔다. 역에서는 선전가는 매표소가 따로 있고 10여분마다 열차가 출발한다. 한 시간 남짓 걸리는 열차는 쾌적하다. 오늘은 놀러 홍콩 들어가는 중국인도 많을 것이다. 19세기 중엽부터 영국의 식민지였다가 1997년 중국에 반환된 홍콩, 80년대 반환협상할때 향후 50년간은 자본주의 체제를 그냥 지속시키는 1국가 2체제로 중국의 특별자치구역으로 한다고 했단다. 1국가 2체제? 그것이 맞는지는 모르겠다. 계속 믹스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그냥 울타리만 처져있는 특별자치구역 홍콩. 선전역에 내렸다. 여기서 홍콩은 걸어서 넘어간다. 단 넘어갈때 중국측으로 부터는 출국도장을 받고 총콩 입구로 부터는 입국도장을 받아야 한다. 무거운 배낭매고 헤메면서 어찌어찌해서 입국심사를 마치고 3개월 유효도장을 받았다. 홍콩은 3개월 무비자국가다. 그만큼 돈을 쓰고 가란 얘기다.

 

2.

홍콩 KCR철도를 타려면 홍콩달러가 있어야 한다. 현금카드로 홍콩달러를 인출했다. KCR철도는 홍콩의 명동인 침사초이 부근까지 간다. 나는 침사초이에서 내가 묵을 방을 구할 것이다. 한국의 인천-서울행 전철과 비슷한 KCR 열차칸에서 밖의 경관을 바라보았다. 중국보다는 세련된 느낌의 건물들이다. 탄 사람들도 그렇게 보인다. 세련되었다는 느낌은 좀 더 돈 맛을 안다는 느낌일지도 모른다. 동침사초이역에서 내려 침사초이 가는 방향을 물어갔더니 통행하는 에스커레이터라 불러야되나 자동지하보도가 죽 이어진다. 침사초이역이다.

 

3.

밖으로 나오니 내 배낭을 보고 한 사람이 온다. 내가 미라도아케이드가 어디냐 물으니 마침 자기가 여기있어 내가 행운이라는 듯이 능숙한 상술로 가자고 한다. 따라갔다. 자기는 할아버지때부터 여관업을 했다고 하고 내가 한국인이라고 하니 많은 한국인이 자기 숙소에서 묵어갔단다. 7층에서 보여준 50홍콩달러짜리 도미토리룸은 12인 실이었고 어두컴컴했다. 차라리 광저우의 8인실이 호텔 수준으로 보였다. 내가 이렇게 많은 침대는 아니라 했더니 1인룸을 보여주겠다며 옆건물인 충킹멘션으로 간다. 충킹멘션은 소위 홍콩쪽방의 원조격 건물이다. 15층까지 엘리베이터을 타고 계단으로 2층을 더 올라가 다다른 곳은 안에 화장실도 없고 창문도 없고 싱글침대 하나 겨우 우겨넣은 방 하나가 100홍콩달러란다. 도저히 안되겠다고 거절하고 어제 폴란드인이 소개해준 곳으로 가는데 한 인도인이 따라 붙는다. 결국 이 사람을 따라가 90홍콩달러짜리 쪽방을 보았다. 내가 창문이 있어야 한다고 하니 창문있는 방을 보여주며 내가 5일을 묵는다 하니 마지막 가격이라며 하루에 100홍콩달러이란다. 론리플레닛에서도 120-150홍콩달러 선으로 가격이 나와있고 창문도 있어서 오케이했다.

 

4.

창문밖으로는 중국은행과 길거리와 네온사인이 보인다. 이 전망이 한번도 빨지 않은 듯한 지저분한 침구를 잊게 했다. 화장실은 변기와 미니 세면대 딱 그 크기다. 샤워를 하고 1층으로 내려와 중국돈 1000원을 환전했다. 958홍콩달러인가를 준다. 거의 중국위엔과 홍콩달러의 차이가 없다. 가늠해서 위엔화가 1위엔에 130원 남짓이라면 1홍콩달러는 135원 6원 정도였다. 편의상 쓴 돈 계산할때 140원으로 가늠하기로 했다.

 

5.

거리는 벌써 사람들로 가득차있다. 밤이 되면 이 거리에 차가 통제되고 폭죽이 쏘아올려 진단다. 홍콩은 내가 묵고 있는 카우롱지역, 그리고 내가 KCR를 타고 왔던 신계지, 카우롱 앞 바다건너 홍콩섬, 기타 외곽섬으로 크게 구분된단다. 흔히 보는 홍콩의 야경사진은 카우롱지역에서 바다건너 홍콩섬을 찍을 것이다. 바다라 하지만 실제는 큰 폭의 강이란 느낌이다. 바다 밑으로 지하철도 다니고 건너가는 배도 수시로 운행된다. 일단 전망을 보러 바다쪽으로 걸어갔다. 이곳은 홍콩문화센터, 우주관, 예술관, 뉴월드센터등 큰 건물들이 모여있다. 바닷가 입구에 필름으로 몸을 감싼 여성 동상이 보인다. 이곳이 영화인 거리인가 보다. 날씨는 화창하다. 사람만 좀 적었으면 좋으련만. 일파에 밀려 죽 걸어나갔다. 바닥에는 홍콩영화인들의 핸드프린팅이 이어진다. 한 지점에 오니 성룡, 주윤발, 장국영, 매염방, 장만옥, 주성치등의 핸드프린팅이 눈에 띈다. 사람들이 성룡의 손에 자기의 손을 대보고 사진을 찍고 있다.

 

6.

다시 돌아 홍콩문화센터안으로 들어와 공연관람정보를 보았다. 30일까지 하는 예술영화 조르도프스키, 오시마나기사, 데이비드핀처등의 상영이 눈에 들어왔고 연극들 그리고 크리스마스 발레 호두까기인형이 있었다. 크리스마스 저녁 타임 호두까기인형 제일 싼 표를 예매하고 다시 숙소로 들어와 좀 쉬다가 나오니 어느덧 밤이 되고 차가 통제되고 사람들이 이골목 저골목에서 중심도로인 네이번도로로 쏟아져 나온다. 밥을 먹으려 식당을 헤메다가 비빔밥 비슷한 요리사진을 보고 주문했더니 고기면이다. 그래도 22홍콩달러짜리라 거의다 먹었다. 홍콩의 물가는 한국보다 같거나 조금더 비싼 수준으로 보인다. 달러라는 어감때문에 더 비싼 느낌도 있다. 오늘 700미리 물을 두개 샀는데 하나는 4홍콩달러 80, 다른하나는 6홍콩달러다. 물 값이 만만치 않을거 같다.

 

7.

네이먼도로는 카우롱지역의 중심중앙도로다. 네이먼 도로의 끝자락 부분은 황금도로라고 불리운다 한다. 워낙 서울의 명동처럼 땅값이 비싸기도 하고 관광객들의 지갑에서 돈을 빨아들이는 솜씨가 뛰어나다고 황금도로란다. 홍콩은 정말 쇼핑의 도시다운거 같다. 도시전체가 상점인 느낌이다. 배낭여행자인 나도 여기저기 기웃거릴정도로 아찔한 소비의 유혹이 있는 곳인거 같다. 다시 밤 야경을 보러 바다 쪽으로 가려했으나 사람이 너무 많아 안전사고 문제 때문인지 통제하고 있다. 숙소로 다시 돌아와 리모컨도 없는 낡은 티비를 켰다. 티비에서는 30분마다 홍콩 크리스마스 밤 풍경을 중계한다. 티비를 보며 쪽방에서 크리스마스 이브밤을보냈다.

 

 

* 041224(금) 여행29일차

 

(잠) 미라도아케이드5층 가든호텔 14,000원 (100홍콩달러)

 (식사) 점심 빵 630원 (4.5홍콩달러)

          저녁 고기면 3080원 (22홍콩달러)

(이동) 광저우 지하철 650원 (5원)

         광저우-선전 기차 9100원 (70원)

         홍콩 KCR철도 5320원 (38홍콩달러)

(간식) 물4.8, 6  1510원 (10.8홍콩달러)

          빨간열매주스 1400원 (10홍콩달러)

         캔맥주, 포테이토칩 1680원 (12홍콩달러)

.........................................................총 38,37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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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29 14:54 2004/12/29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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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러나
    2004/12/31 22:05 Delete Reply Permalink

    홍콩, 저한테는 무척 숨막히는 기억으로 남아있는데,
    이렇게, 편안하게 다닐 수도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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