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슈퍼 영수증

 

1.

오늘 26일 꼭 여행 한 달이 되는 날이다. 그래고 별 탈 없이 왔군. 11월 26일 일산 집에서 출발했는데 그날은 눈이 흩뿌렸었는데 한달만에 중국 이곳저곳을 거쳐 따뜻한 홍콩까지 왔다. 이번 여행의 도입부는 완성된 셈이다. 오늘은 홍콩섬을 둘러 보아야겠다. 지하철을 타고 바다를 건너 홍콩섬 센트럴 역에 내렸다. 센트럴마켓쪽으로 가다보니 지하에 큰 슈퍼가 보인다. 침사초이에선 편의점 밖에 못본터라 내려가보니 큰 슈퍼고 없는게 없다. 나를 감격시켰던 것은 여기 1.5리터 물값이 5.6원 밖에 안한다는 것이었다. 이미 배낭에 물을 채워와서 사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다.

 

2.

몇 가지 물건을 샀다. 배추를 맵게 버무리 캔을 하나 샀고 비슷한 매우 무말랭이 피클같은 걸 샀다. 밥을 먹을때 김치 대용으로 먹으리라. 여러 종류의 포테이토 칩이 있다. 25그람 4개를 10달러에 할인한다. 그리고 한 달 여행을 하다보니 머리가 자라 좀 잘라줘야겠다. 거울보고 좀 잘라 볼려고 했는데 중국제 스위스칼 중 작은 가위로는 힘들다. 가위를 하나 샀다. 베낭이 좀 무거워졌는데 여기서 나의 소비충동은 그치지 않았다. 다른 슈퍼를 구경하다 8개들이 오랜지 꾸러미를 사고야 말았다. 배낭이 묵직해졌다. 오늘 점심은 오랜지와 포테토칩으로 대신하자.

 

3.

처음엔 몰랐는데 센트럴마켓부터 소호지역으로 죽 언덕에 에스카레이터가 연결되어있다. 세계에서 가장 길다하는 이 에스컬레이터의 총 길이는 800미터란다. 에스컬레이터가 있으니 계속 올라가게 된다. 예술품 시장이라는 소호지역은 별로 없고 고급 레스토랑들이 점심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대부분 손님들이 백인들이다. 지도를 보고 에스컬레이토 끝까지 올라가 홍콩 동물원 위쪽 길로 올라갔는데 길을 잘 못 든거 같다. 홍콩 공원이 안 나온다. 고불고불한 언덕 도로가 여러개가 있다. 지도의 도로이름을 확인하니 너무 올라와 버렸다. 계단을 내려가고 또 내려가서 빌딩 중간에 절묘하게 포진한 홍콩공원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공원 동물원에서 웃기게 생긴 페리카나 비슷한 조류를 한참 구경한다음 내려가니 어드미리티 역이다. 센트럴에서 동쪽으로 두 정거장으로 온 셈이다.

 

4.

다음으로 간 곳인 홍콩국제전시장은 한 정거장을 더 간 완차이역 부근에 있었다. 전시회장 안으로 들어가 오늘 전시표를 보니 마침 홍콩푸드페스티벌이다. 마침 잘 되었군하며 전시회장안으로 들어가니 숨쉴 틈없이 사람들이 들어차있다. 생각보다는 질이 떨어졌다. 뭔가 특별한 음식이 아니라 홍콩 길거리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음식들이다. 인파에 밀려 줄을 서서 시식도 하고 쫀득한 맛의 엷은 연두색 어묵과 일반 어묵 두 종류, 그리고 바람든 엿을 쌀 종이에 싸서 먹은 걸 사먹었다. 이곳의 대인기 품목은 한국의 쥐포 오징어 구이였다. 난 사먹지 않았는데 날개 돋친 듯이 팔린다. 전시회장은 바다를 끼고 있어서인지 유리로 구성된 건물은 시원스러운 느낌이었다. 밤에 이 전시회장은 은은한 연두색 빛을 뿜어낸다.

 

5.

그제 정보를 봐두었던 예술영화가 상영되는 홍콩아트센터를 찾기로 했다. 한 안내원에게 물었는데 모른다고 인포메이션 코너로 가 보란다. 또 물어물어 아트센터를 찾았다. 시네마데크는 이 건물 지하에 있었다. 오늘 영화는 정치를 성으로 은유한 감각의 제국 시리즈로 유명한 일본의 오시마나기사감독의 80년 작품인데 제목은 잊어버렸다. 2차대전때 포로수용소를 배경으로 일본인 간수와 백인 포로간의 심리극이라는데 여기에는 최근 일본 영화 감독 겸 배우인 기타노 다케시와 영국가수인가 데이비드 보위가 출연한단다. 기대를 하고  한 150석 되는 극장에 들어가 영화가 시작되는데 초반 영화 1분에서 영화 속도가 계속 슬로우 된다. 3번을 다시 상영했는데도 똑같았다. 한 사람이 나와 영화상영을 못하게 되었으니 뭐라뭐라 한다. 사람들은 나가고 테이블에 이름을 적는다. 나도 내 이름을 적어두고 극장을 나왔다. 다음 영화가 조르도프스키의 앨도 포인데 보고 싶었지만 끝나는 시간이 거의 12시다. 배와 지하철이 끊어지면 어떻게 해야될지 가늠이 안되어 포기했다. 숙소로 돌아가 샤워를 하며 조그만 세면대에서 속옷 빨래를 했다. 여행 한 달째 밤이 지나간다.

 

 

* 041226(일) 여행31일차

 

(잠) 미라도아케이드 14000원 (100홍콩달러)

(식사)

(입장) 영화표 7000원 (50홍콩달러)

(이동) 지하철 9달러*2  2520원 (10홍콩달러)

(간식) 포테이토칩 1400원 (18홍콩달러)

          오랜지 1240원 (8.9홍콩달러)

          홍콩 어묵 2종류 2800원 (20홍콩달러)

          홍콩 엿 560원 (4홍콩달러)

(기타) 가위 940원 (6.7홍콩달러)

          김치 대용 캔 1840원 (13.1홍콩달러)

         

............................................. 총 32,3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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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29 18:26 2004/12/29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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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고양이
    2004/12/31 19:22 Delete Reply Permalink

    좋겠구만. 부럽구만.
    나도 내년 하반기나 내후년엔 유럽을 돌리라.

  2. 이러나
    2004/12/31 22:01 Delete Reply Permalink

    오시마 나기사,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로렌스'

  3. 명옥
    2005/01/04 11:13 Delete Reply Permalink

    노힘보고 여행간거 알았다. 좋은 경험 많이 하고 몸건강히 돌아와라. 멀리떠나 맞이하는 새해가 특별하겠군. 새해 복 많이 만들자.

  4. samakeun
    2005/01/07 02:44 Delete Reply Permalink

    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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