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침에 일어나 바로 은행으로 걸어갔다. 50달러자리 달러를 꺼내려 몸에 차는 지갑을 꺼내는데 거기에 100원이 있다. 이게 왠 헤프닝인가. 그냥 어제 깔끔하게 돈을 줄 수도 있었는데 나의 산만함이 나를 그르쳤다. 돈과 신분증 카드들을 4군데로 분산해서 가지고 다니는 것이 또 이런 문제를 낳기도 한다. 50달러를 바꾸었다. 곱하기 8남짓의 금액이다. 400원 남짓을 가지고 은행을 나왔다. 300불 가지고 간 미달러가 180달러 남았다. 여행자수표 1000달러는 아직 한번도 쓰지 않았다. 중국은 은행이 잘되어 있지만 인도를 예상해서 아껴두었다. 미달러는 여행에게 급하게 통용되는 돈인거 같다. 

 

2.

어제 봐두었던 시장의 두부 백반집에 들어갔다. 두부국에 밥이 나온다. 파오차이(중국김치)를 달라했다. 두부는 언제 먹어도 물리지가 않는다. 나와서 티벳식 둥그런 구운빵에 양념넣은 것을 샀다. 빵이 차서 맛이 없다. 숙소로 돌아왔다. 주인이 아침식사를 하고 있다. 어제 차 빌린 돈과 숙소 비용을 지불했다. 주인이 아이와 티벳식 식사를 하고 있다. 같이 티벳 버터차와 만두 그리고 감자볶음을 먹었다. 아이에게 너가 뛰어노는 곳이 어디니하고 물었는데 이해를 못시켰다.

 

3.

숙소를 나왔다. 우선 숙소가 있는 구시가지 주변을 돌아보자. 구시가지 골목에 드문드문 보이는 카페들은 거의 사람이 없을것 같다. 뒷 산이 가까워진다. 한 아줌마가 산을 올라가려면 저쪽 골목으로 가란다. 중국에 와서 메이요우(없어요)쪽 사람보다는 친절한 중국인을 훨씬 더 많이 만났던것 같다. 산 중턱에 이름모를 묘들이 있고 정상에는 티벳사원이 있다. 사원을 빙둘러 색색의 소원쪽지들이 주변 풍경과 잘 어울린다. 저멀리 장족 마을들이 보인다. 그 배경으로는 험산산들이 어께동무를 하고 있다.

 

4.

산을 내려와 다시 3번버스를 타고 티벳사원인 숭잔린쓰로 갔다. 내려서 매표소쪽으로 가지않고 옆 동네로 좀 돌아보니 쉽게 사원들어가는 길이 나온다. 동네 길로 올라갈때 티벳 장족 아줌마두분과 인사를 했다. 장족 인사말을 외워두었더라면 짧은 시간이나마 더 통했을텐데 아쉽다. 숭잔린쓰안에 가장 큰 법당안으로 들어갔다. 정문은 잠겨있고 옆문으로 들어갔다. 스님 세분이 함께 불경을 외우고 있다. 그때와 같이 10미터 떨어져서 앉았다. 또 다른 맛이 있다.

 

5.

티벳 불교는 한국의 절에서 들었던 점잖은 불경보다는 약간 마교라고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소위 신들의 전쟁에서 메이저 신들은 신성한 신으로 살아남았다. 티벳 불교는 아마 중간파 격일 것이다. 소수파 신들은 보통 악마나 귀신 사이비로 배척당한다. 종교의 세계 역시 냉혹한 권력 투쟁의 장이다. 티벳불교는 어떤 경계에 있는 느낌이다. 특히 불경의 후렴 마무리 부분이 인상적인데 마치 한때 서태지와 아이들 테입을 꺼꾸로 들으면 피가 모자라라는 말이 들린다고 했는데 마치 그 느낌이다. 인도의 고대경전 우파니샤드에 나오는 옴이라는 후렴구가 가장 완전한 발음이라 해서 일본에서 한때 사건을 일으킨 옴 진리교가 그 발음을 체택했는데 그것보다는 이 티벳불경의 후렴구가 더 걸죽하고 진한 맛이 있다.

 

6.

숭잔린쓰를 뒤로하고 다시 버스를 탔다. 시간은 아직 2시정도다. 내친김에 터미널로 갔다. 한 두 시간거리의 볼 만한 곳을 가볼까? 지도로는 감이 잘 안온다. 정보창구의 직원에게 질문했다. 당연히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문제는 그 직원의 태도인데 성의를 보이기 보다 화를 낸다. 자긴 모른단다. 그럼 왜 인포메이션 창구에 앉아있나. 그래 관두자. 다시 중심가로 가서 인터넷 카페에 들어갔다. 3시간 정도하고 왕빠주인과 인사했다. 이제 내려간다고 그동안 고마왔다고... . 이 주인 차 시간을 알아봐준다. 그 성의가 느껴진다.

 

7.

저녁은 마지막으로 한국식당으로 갔다. 해물순두부를 시켰다. 아까 왕빠에서 중국여행동호회싸이트를 검색하다 이곳에 치커주가 있고 그 맛에 매료된 사람이 있음을 확인했다. 한국식당에 일하는 친구에게 치커주 얘기를 하니 같이 가잔다. 바로 옆 상점 큰 항아리에 치켜주가 있다. 500미리 물통 하나에 3원이란다. 치커주는 수수로 만든 술이라는데 사와서 먹으니 도수가 상당하다. 식당에 미안해서 부추전을 하나 시켰는데 너무 맛이없다. 치커주 두잔과 일하는 친구가 한 잔 따라준 중국술 한잔을 먹으니 취기가 오른다. 그만 먹고 내일 일찍 출발하자.

 

8.

숙소에 들어가 주인에게 내일 아침 출발한다고 말했다. 그 친구 나에게 깨워줄까하고 물어본다. 그러라고 했다. 여행은 상품소비자로 규정되느냐 국가의 벽을 넘어 관계를 확장하느냐의 싸움이기도 하다. 이 싸움은 분명히 구분되지 않는다. 아직 이곳이 때묻지 않은 도시라고 기대해서 였을까? 그동안 수 많은 장사꾼들 틈에서 별 타격이 없던 내가 이 상그릴라에서 우울한 기분을 갖게 되었다.  

 

9.

세상에는 두 부류가 있다. 일처리가 깔끔한데 그것이 도리어 숨을 막히게 하는 스타일과 일처리가 너무 두리뭉실해 사람을 힘들게 만드는 스타일이 그것이다. 아마 세상사람의 다수는 두리뭉실한 스타일일 것이다. 이 친구는 두리뭉실의 표본이다. 이건 나의 모습이기도 하다. 내가 이 친구에게 힘들었다는 건 나의 과거의 모습, 다듬어지곤 있지만 현재 나를 이 친구를 통해 확인했다는 의미로도 생각해 보게된다. 다음에 다시 상그릴라에 올때 이 친구를 찾을까? 모를 일이다. 하지만 피하지는 않을 것이다.

 

 

* 050117 (월) 여행 53일차

 

(잠) 3900원 (30원)

(식사) 아침 520원 (4원)

          저녁 4160원 (32원)

(이동) 버스 4번 520원 (4원)

(간식) 치커주 390원 (3원)

         장족 호떡 130원 (1원)

(기타) 절 잔돈 시주 70원 (0.5원)

         인터넷 780원 (6원)

 

............................................... 총 10,37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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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22 16:11 2005/01/22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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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막은
    2005/01/23 15:48 Delete Reply Permalink

    메일이 없다고 나오네요. 정확히 메일이 어찌 되시나요. 글고 덧글에 답은 왜 안 하시는지. 이건 해 주시겠죠?

  2. aibi
    2005/01/23 22:47 Delete Reply Permalink

    조금전 사막은님 매일 잘 확인했습니다. 그쪽으로 답장을 드리지요. 덧글에 답하는 건 저의 인터넷 조건이 불안정하고 지금 홀로여행 중인지라 조금 떨어져서 서로를 지켜보자는 생각에 수다를 떨고 싶음에도 참고 있는중이랍니다. 짧은 덧글을 읽으며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며칠만에 인터넷이 되는 곳을 찾아 앉으면 제일 먼저 확인하는 것이 바로 이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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