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7시 30분에 맞추어놓은 알람이 제때 울린다. 클린턴이 일어나서 고맙다고 한다. 짐을 챙긴 그와 악수를 했다. 사람을 기분좋게 만드는 친구다. 나도 앞으로는 괜히 분위기 잡지 말아야지. 인터넷을 하다 점심무렵이 되어서 다시 비프카레라이스를 시켰다. 양이 많아 다 먹으니 배가 터진다. 여행을 하다보니 밥이든 반찬이든 남기지 않는 좋은 습관이 생겼다.

 

2.

시간이 흐른다. 이곳 다리는 참 살만하다. 이곳에만 있는다면 한 달 20만원이면 충분히 살 수 있다. 한국돈 20만원이면 하루 중국돈 50원을 쓸 수 있다. 숙박비로 15원을 내면 35원이 남는다. 쌀국수가 2원 3원이다. 하루에 요리시켜놓고 근사한 한끼 식사도 할 수 있다. 이곳 게스트하우스는 영어소설책도 수백권이 있다. 인터넷도 꽁짜다. 몇 일전 한국 여행자 말로는 인도네시아 어디 섬에는 하루 3불 정도에 먹고 자고 할 수 있는 곳이 있단다. 그래서 한 프로그래머는 일년중 반은 이 섬에서 산 단다. 물론 이렇게 유유자적 하는 것이 정말 좋은 사람이 있고 감옥인 사람은 있게 마련이다. 문제는 그 시간을 만들기가 힘들다. 내가 시간을 선택할 수가 없는 문화적 환경이다. 시간은 돈으로만 계산된다. 자본주의는 사람을 시간으로 얽어맨다.

 

3.

어제 산에서 만난 독일가족이 밖 의자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같이 앉아 대화를 나누었다. 남자는 35살이데 건축 케드를 하러 중국에 3개월동안 왔단다. 베이징에서 일한단다. 그 누나는 40살로 잘 못 알아들었는데 암전공 의사란다. 어머니는 60이 되셨단다. 셋이 동독 지역의 떨어진 곳에서 산단다. 독일 남자와 주로 얘기를 했다. 내가 독일 통일되어서 더 행복해졌냐고 물었다. 선뜻 대답을 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기존 50년 동안 독일에게 경험한 사회주의는 아니란다.

 

4.

내가 독일 소설가인 토마스 만을 말했더니 그가 자기가 좋아하는 작가란다. 토마스만의 대표적인 중편소설 토니오 크리탄은 내가 인상깊게 읽은 소설이다. 마의 산등 다른 것은 읽지 못했다. 주인공은 딜레마를 느낀다. 그는 시민적이고 대중적인 영역에도 소외감을 느끼고 전문적이고 예술적인 그룹에서도 소외감을 느낀다. 그는 어느 한쪽으로 안주하지 않고 그 딜레마를 온 몸으로 부딪치며 성장해 나간다. 토마스만의 예술가의 상이다. 내가 이 딜레마라는 단어를 써 가며 나름대로 설명을 하니 한국에는 어떤 소설가가 있나고 묻는다. 박상륭이라는 소설가를 얘기했다. 그의 걸작인 죽음의 한 연구나 칠조어론은 읽지도 못했기 때문에 읽으 평심 단편집의 로이의 한 삶을 얘기했다. 로이라는 비대증 환자가 있다. 이 비대증이란 걸 이해시키지 못했다. 그는 정부보조금으로 살아나가고 헌책방에 들러 인문학책과 괴기소설 읽는 것으로 삶을 보낸다. 그는 죽었다. 그의 삶은 의미가 있을까? 이 사회에서... .

 

5.

햇살이 따갑다. 서양인은 모르겠지만 어제 오늘 얼굴이 많이 탔다. 이 친구 독일 신문을 보고 있다. 레프트 신문이란다. 독일인들은 느낌이 좋다. 나중에 한국친구에게 들었는데 독일인들은 2차대전 이후 부터 외국인을 만나면 의식적으로 잘한단다. 물론 그런 것도 있을 것이다. 50년 사회주의가 아니라는 것만으로는 아쉽다. 하지만 더 이상은 어렵다. 여행이란 우연 속에서 관계를 넓혀나가는 행위이다. 하지만 그것은 동시에 접속의 그 장면처럼 스쳐지나가는 관계다. 욕심을 낼 수 없다. 빔 벤더스와 쿠바음악 다큐멘터리 브에나비스타소셜클럽을 얘기하자 단어를 꺼내는 것 만으로도 서로 그 영화를 같이 떠올린다. 흐믓해진다. 그것으로도 족하다.  

 

6.

인터넷을 또 하다가 한국친구와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고동요리를 시켰다. 매운데 맛이 있다. 매실주 한잔에 2원이란다. 내가 호기를 부려 4잔을 먹고 그가 컨디션이 안 좋다며 1잔을 먹었다. 4잔 마지막에 살짝 필름이 끊겼다. 2000미터대의 고지대라서 그런가? 하여튼 숙소로 돌아와서 이를 닦고 잤다.

 

 

* 050124 (월) 여행 60일차

 

(잠) 1950원 (15원)

(식사) 점심 소고기카레라이스 1560원 (12원)

          저녁 고동요리 매실주 밥 감자볶음 탕 3900원 (30원)

 

........................................................ 총 7,41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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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26 21:28 2005/01/26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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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rivermi
    2005/01/27 00:33 Delete Reply Permalink

    요즘 소비를 줄이는 방법을 고민중인데 공간을 바꾸면 되겠네요^^
    월20만원에 생활이 가능한 곳이라니~~
    건강하시죠?

  2. aibi
    2005/01/30 23:33 Delete Reply Permalink

    (rivermi)무슨 3년만기 대형적금이라고 부으시려는 걸까? 궁금해지네요.
    그곳 윈난성은 가능하기도 하거니와 안써도 별 아쉬움이 없어보였어요. 이곳 하노이는 물가는 싸지만 불가능할 것 같아요. 아쉽다는게 도대체 무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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