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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언제 '서식'을 찾을까?

지음님의 [아. 이 놈의 주민등록번호] 에 관련된 글.

'서식'이라는게... '문서의 형식'이라는 뜻일텐데... 이게 참 별 거 아닌 거 같지만, 생각보다는 꽤나 중요할 때가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서식은 우선 사람들의 행동을 규정할 때가 많이 있습니다. 서식에 맞춰 항목을 채워넣으면서 왜 이 서식은 이렇게 되어 있을까? 왜 이 항목은 있고 다른 항목은 또 없는지 등을 의심하기란 아주 어려운 일이죠. 그리고 사실 처음 보는 종류의 서식은 채워넣는 것 조차 힘이 듭니다. 정확히 어떤 걸 요구하는 지 모르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비슷한 걸 몇 번 해보다보면서 익숙해지는 거죠. 주민등록증 처음 만들 때 열손가락 지문날인 하는 것도, 사실 주민등록법도 아니고 시행령 한 귀퉁이에 붙어 있는 서식이 그러니까 그런 거지 법률에 정확히 규정되어 있는 건 아니라죠. 서식이 주어지는 경우가 아니라, 자신이 직접 찾아야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는 예전에 한 번 이력서 쓸 때 한 번 인터넷을 뒤져 봤고, 일하면서 재직증명서 따위를 찾아 본 적이 있습니다. 다들 경험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서식만 팔아서 돈버는 사이트들도 있는 것이겠죠. (사실 왜 서식이 유료가 되는 건지도 따져 볼 필요가 있는 거 같아요. 서식 따위 그 회사가 직접 만든 것도 아니고, 단지 떠도는 서식을 모았을 뿐인데 그걸 유료로 팔다니요. 나 참.) 하튼 사람들은 보통 문서를 어찌 써야 할지 모를 때 서식을 찾는 것 같습니다. 서식을 찾는 것 자체가 '일반적'으로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쓰나를 참고 하는 셈이니까요. 즉 눈치를 봐야 할 필요가 있을 때 찾죠. 그리고 또 한가지는 법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문제를 다룰 때 찾게 되는 거 같습니다. 뭔가 상대가 의심쩍고, 만일에 사태에 대비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 찾는 것이겠죠. 사람들은 구체적으로 어떨 때 서식을 찾을까요? 뭐 대충 짐작이야 가겠지만... 궁금하지 않나요? 이번에 민간영역 서식에서 주민등록번호가 얼마나 많이 쓰이고 있나를 조사하면서, 가장 유명한 서식 판매 인터넷 사이트를 수천번 들락거렸습니다. 눈도 아프고, 손목에 등허리까지 땡기지만... 다소 재밌는 부수입을 얻었습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서식 순위를 내봤습니다. 먼저 머리 속으로 생각을 잠시 해 보신 후에....


1. 회사 서식 순위 서식이름 조회수 1 이력서양식 749451 2 기본적인 이력서 양식(기본) 506766 3 이력서 양식(공무원) 492775 4 재직증명서(기본) 483265 5 사직서 438455 6 사직원1 434546 7 국문 자기소개서 무료샘플(컴퓨터관련-신입) 367303 8 이력서 컨테스트 대상 수상작 샘플 308950 9 이력서 컨테스트 우수상 수상작 샘플 306450 10 일반견적서 271945 11 이력서 샘플(대졸 신입 상세) 261884 12 [엑셀자동화서식] 세금계산서(부가세선택) 237166 13 위임장 200925 14 이력서 샘플(일어교사) 198713 15 급여지급명세서1 153270 16 사업계획서 작성요령 137616 17 견적서 132052 18 자기소개서 샘플 생산,자재관리(전자)_경력 121276 19 업무일지1 120570 20 연봉근로계약서 95638 다른 모든 서식들에 비해서 회사서식이 차지하는 비율이 너무 커서, 따로 순위를 냈습니다. 사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가 1위를 차지할 것이라는 건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사직서가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다는 건... 좀 웃기지 않나요? 참고로... 수만 건의 서식들 중에서 상위 20개가 차지하는 조회수의 비율은 무려 34%에 육박합니다. 그러니까 이력서와 사직서가 차지하는 비율은 상당한 거죠. 그 아래에도 조금씩 형식이 다른 이력서 등이 상당히 많이 나옵니다. 2. 나머지 서식 순위 서식이름 조회수 1 금전차용증서 291689 2 차용금 증서 245271 3 부동산임대계약서(전세) 238021 4 부동산임대차,월세계약서 176495 5 내용증명 샘플서식 165998 6 위임장,법정대리인동의서 131431 7 별표제4호통신판매업휴업폐업영업재개신고서 125052 8 재직증명서 108005 9 차용증 102195 10 사업계획서 92627 11 동거계약서1 86624 12 내용증명이란 81364 13 이혼신고서(개정 2003.9.17) 67131 14 영수증 60367 15 전세계약서 57897 16 각서(신혼부부) 57032 17 인감증명발급위임장(2003.3.26 변경) 54730 18 동업계약서 샘플 54023 19 재직(취업)증명서 53517 20 고소장 양식 50914 21 부가가치세법 제11호 세금계산서 43491 22 탄원서 43136 23 팩스용 표지 41960 24 각서(약속)-부동산 41573 25 2003년 월별 달력 41006 26 부고장 40147 27 경력(재직)증명원 39826 28 재직증명서 39354 29 내용증명(초상권 침해를 받은 경우) 39318 30 부동산매매계약서 38892 31 이행각서 38184 32 건설공사도급계약서(인테리어) 37693 33 표준임대차계약서(전세계약서) 37425 34 견적서-건설관련 37072 35 자동차 매매계약서,양도양수 36771 36 부동산위임장 36133 37 레포트표지(서울대) 34565 38 내용증명(빌려준 돈 반환 청구에 관한 건) 34443 39 운전경력증명서발급신청서 33925 40 부동산매매계약서 33917 41 가계부 33573 42 내용증명-부동산매매계약해약통보(해제통보) 33290 43 탄원서예제 32605 44 위임장양식 31914 45 민원서류 신청서 (위임장),국세청,세무소 31627 46 건설공사하도급계약서 31260 47 내용증명 샘플(전세금 반환 요구서) 30789 48 자기소개서,학업계획서 29732 49 별지 제37호 서식 근로소득자소득공제신고서 29726 50 표준각서 29330 내용을 보시라고 50개까지 올려봤습니다. 여러분들 보시기에는 어떤가요? 제 느낌은 이렇습니다. 1. 하튼 압도적으로 돈이 문제입니다. 그것도 목돈. 차용증 쓸 정도로 큰 돈. 어떤 경우에 그 돈이 필요한 가는 대충 뒤에도 나옵니다. 집과 차가 문제죠. 아 물론 애도 있겠습니다만. 2. 그리고 돈과 무관해 보이는 듯 하면서도, 아주 상위에 랭크되어 있는 세가지가 있습니다. 하긴. 뭐 이것도 돈과 관련된 문제다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만.... 하튼 같이 사는 문제입니다. 정말 재밌는 건... 결혼보다도 이혼이 상위에 있고... 이혼보다도 동거가 상위에 있다는 거죠. 저는 결혼 할 때 서약서 낭독하는 건 봤지만, 각서 쓰는 건 별로 못들어봤는데... 꽤 쓰나 봅니다. 이혼 할 때야 뭐 당연해 보입니다. 남는 건 법적인 문제와 금전적인 문제... 쩝. 동거의 경우는 의외였습니다. 그래서 기사를 찾아 봤더니만..... 있네요. 인터넷 계약서로 보는 신세대 연애관 다양한 가족형태가 증가하고 있다는 게 다시 한 번 실감이 됩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그러한 가족형태가 상당히 불안한 위치에 처해 있고, 아무런 사회적 지지도 없다는 상황판단이 당사자들 사이의 계약의 형태로 드러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특히 여성의 경우는 더욱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구요. 동거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계약'을 통해서 서로의 역할과 의무를 규정하고 시작한다는 것은 저로서는 분명 긍정적인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왜 둘 사이의 관계를 규정할 때 일반적인 경우를 참고하기 위해 서식을 찾았어야만 했을까? 또 그것이 왜 주민등록번호까지 써넣은 법적인 형태를 가졌어야만 했는가?는 의문입니다만. 또 구체적인 현실에서는 과연 어떤 모습일지도 참으로 궁금합니다. 동거계약서를 다운받은 사람들의 경우 여성과 남성의 비율은 과연 몇 대 몇일까? 혼자서 다운받았다면, 실제로 상대방에게 그걸 내밀은 사람들은 또 얼마나 될까? 그걸 쓰는 과정은 그들에게 유쾌한 경험이었을까? 그 계약서는 실제로 효력을 가졌을까? 지루하고 단순한 작업 끝에 얻은 결과라서 그런지 이런 저런 생각에 그저 재밌네요. (표로 예쁘게 정리하고 싶어서 처음으로 나모 웹에디터도 써봤는데... 잘 안되네요. 일단 포기. 뭐가 문젤까?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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