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부천중등지회에서 혐오에 관한 강의 요청이 있었다. 지난주 강의자료를 주고받는 중에, 농성 중이라 본인이 못 오실 수 있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농성을 응원했다. 오늘 강의를 하러 갔다. 오늘 아침 연행된 줄 모르고 가서야 소식을 들었다. 연행 사실은 화가 났다면 몰랐던 데에는 죄스런 마음이 들었다.
농성 소식도 그렇거니와 연행 소식도, 세상의 어떤 일들은 너무 자세히 너무 자주 알려지지만 또 어떤 일들은 너무 가냘프게 너무 스치듯 겨우 전해진다. 그러니 소식을 전해듣기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얼마나 들을 준비를 하고 있었을까.
농성 중이라 못 오실 수 있다는 메시지를 받았을 때 답문자를 어떻게 보낼지 잠시 고민했다. 법외노조 문제 잘 해결돼서 뵙게 되길 바란다고 쓰려니 물정 모르고 형식적인 인사를 건네는 것 같아 그리 쓰지 않았다. 그런데 그게 후회됐다. 나는 왜 그때, 어떻게든 문제가 해결되게 힘 보탤 궁리를 하지 못했을까. 아침 소식을 저녁까지 듣지 못한 게 왠지 그때문인 것 같았다.
문재인 정권 출범 초기 전교조 합법화는 나름 큰 이슈였다. 그러나 별 이유 없이 정부가 발을 빼며 법원에 책임을 떠넘기고 권리를 유예하는 동안 사람들의 관심도 많이 줄어들었다. 차별금지법도 그랬다. 별 이유 없이 유예되는 만큼 제정을 추진하는 힘도 줄어들었다. 해고자만 빼면 노동조합 가능하다, 성소수자만 빼면 차별금지법 가능하다는 구도도 싸움의 힘을 뺐다. 우리는 권리를 내어주고 제도를 받을 이유가 없는데 말이다. 해고자의 노동조합 가입은 사실 논쟁할 거리도 없는 당연한 권리다. 하지만 시간이 길어지면 마치 쟁점이 있는 것처럼 확정되어간다. '성적 지향'이 무슨 쟁점인 것처럼 말이다. 권리의 유예는 권리의 파괴와 다르지 않다.
문재인 정부는 반성해도 부족할 판인데 연행까지 하다니. 나는 또 어떻게 힘을 보탤 수 있을지 막막하지만, 소식이 전해지는 가냘픈 통로라도 되어보자고 이렇게 공유한다. 2019년 10월 29일, 서울고용노동청에서 농성 중이던 전교조 해직교사이자 조합원인 18명의 노동자가 전원 연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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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30 01:00 2019/10/30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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