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앞에 약해지다.

2008/05/10 07:49 생활감상문

며철 전부터 금요일 저녁에 술 마시자는 말이 회사에 돌았다.

내게도 얼핏 말이 있었지만....

술에 대한 욕구가 별로 없다며... 대충대충... 대답.

실제로 술을 마시고 싶다거나 취하고 싶은 욕구가 별로 없었다.

 

야근을 해야 하나, 일을 싸가지고 올까...

(오후에 촛불집회 갈 사람 두엇 물어봤는데...

막냉이는 약속 있다 하고, M선배는 답장이 없고)

뭐 이러면서... 일을 하다 보니..

얼핏 6시 반쯤 어제 분량의 일은 마무리될 상황.

 

퇴근할 사람들은 하나둘 인사하고 떠나고....

쭈꾸미 먹으러 가자는 대화가 이리저리 들려오는데

드디어 P차장(아니, 우리의 식사부장 P부장)이 다가온다. "야근하시나요? 저녁 드시고 가시죠?"

이미 야근할 생각은 사라져 있었기에 쭈볏쭈볏.

그러나 어제 용띠 운세.... 먹고 놀 운수가 있다길래....

에라이...

 

맘 급하고 배고픈 P차장과 얼른 먹고 와서 야근할 임쿤.... 

먼저 나가 쭈꾸미 굽기로 하고.... 일 마무리하고, 연휴에 볼 원고 챙겨야 하는

나와 J차장은 10분 후 출발.

 

걸어가는 그 몇 분 사이에도...

J차장은 다음주에 함께 해야 할(내게 인수인계할) 저자 미팅....에

관련해서 계속 브리핑이닷. 당할 수 없는 꼼꼼함.^ ^

 

가보니 한 판 가득 익는 중, 양푼 안에도 한 가득.

쭈구미 고추장 볶음에 곁들여. 산사춘 두 잔....

오랜만에 마시는 술인데, 딱히 맛있지도, 딱히 어렵지도 않게....

그냥 밥에 국 곁들이듯이.

그러고선 뭔 얘기했는지 기억은 안 났지만... 제법 화목한 시간. 

30분쯤 지나 외근 갔다 온 L과장님도 합류. 주종이 소주로 바뀌었다.

(역쉬 영업자들의 소주 사랑은 못 말려.)

소주는 좀 쓰더군. 그래도 얼핏 석 잔쯤 마신 듯.  

 

알딸딸하고 화목한 분위기에 얼결에 당구장까지 따라간다.

내게도 쳐보라 하는데... 포켓볼 친 지도 거의 10년쯤 된지라..."구경만 하겠습니다. 재미있게"

 

구경 잘하고 있다가... 갑자기 취한 건 아닌데, 기분이 침울해지더라.

그들과 있는 건 즐겁지만, 더 보고 싶은 사람들이 있었다.

 

낯설고, 서글펐다. 가슴이 답답하기도 하고....

내가 여기서 뭐하고 있나 싶기도 했다.

 

전주영화제 가서 본 영화들에 나오는 여자들이 모두 담배를 피워서 그랬는지...

약간 흡연 욕구가 생겨서.... 괜히 누가 꺼내놓은 담배만 만지작만지작.

담배가 매울까 봐가 아니라.... 진짜로 흡연자가 될까 봐.... 겨우 참았다.

 

마시질 말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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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10 07:49 2008/05/10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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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스머프  2008/05/11 20:5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재미 있어요..내용도 글 쓰는 폼도...^^
  2. 강이  2008/05/11 21: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스머프 : 감사합니다. 일기 쓰려 만든 블로그인데, 일기를 재미있다 해주시니 목적 달성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