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 속에 가을 풍경 감상

2009/03/19 23:36 생활감상문

라울 뒤피, 탈곡(Le Depiquage)

 

H양과 퐁피두센터 특별전에 다녀왔다(원래는 지난 토요일에 가기로 했던 건데... H양 술병 나서 못 가고, 일욜날이 마지막 날인 줄 알고 갔다가 1주일 남았길래 혼자 보는 것보단 친구랑 수다 떨면서 보는 게 나을 것 같아 과감히 제끼고 광화문 근처 혼자 돌아다니다가 집에 와 쉬었다).

유명한 그림도 많고, 좋은 그림도 많고 뭐 그랬지만... 내가 제일 좋았던 건 이 그림이다. 나야 전형적인 도시 아이지만, 중학생이 되기 전까지는 거의 매달 시골 할머니댁에 내려가서 할머니/삼촌/아버지가 농사 짓는 데 따라다니며 놀기도 했던지라...... 추수 때나 모내기 때 특유의 분주하고 흥겨운 분위기를 조금끔은 알고 있어서 그림을 보니까 탈탈탈탈 하는 탈곡기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크로키의 빠르고 거친 손놀림 자체가 사람들이 계속 움직이는 중임을 보여 줘서.... 재미났다.

 

아침에 비 온 탓에, 모처럼 숨쉬기 좋은 맑은 공기가 되었던지라... 겨울 동안 제법 길게 자라난 머리가 봄바람에 날리는 기분이 (머리 긴 사람만 느끼는) 묘하게 상쾌하고 감각적인 저녁이었다. 수다와 함께한 한 잔의 맥주도 상콤했고... 그리 봄바람 쐬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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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19 23:36 2009/03/19 23: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