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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간 정치신문 사노위 46호> 유통산업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의 진실

비정규직 정규직화 대책, 그 현실은?
 

비정규직 문제가 사회적 문제가 되어버린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미 박근혜대통령도 임기 내 비정규직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고 차별을 해소하겠다며 공언한바 있어 정부·자본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발표에 많은 관심이 기울여지고 있다. 특히 서울시, 국회, 학교 등 공공부문 비정규직과 최근 들어 연일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유통산업 비정규직에 대한 정규직화 발표는 큰 이슈가 되고 있으며, 정규직화라는 장미빛 미래로 많은 노동자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을까? 정규직화를 통한 노동권·생활권 보장 방안이 아닌, 정부·자본의 면피용 필요에 의한 비정규직 정규직화 대책은 근본적으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이번 특집에서는 최근 들어 발표되고 있는 비정규직 정규직화 해법의 현실을 진단해 본다.
 

 

유통산업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의 진실

 

 

유통산업 비정규직 노동자


백화점, 대형마트 등 유통산업의 비정규직 문제의 심각성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미 이랜드·뉴코아 노동자들의 파업투쟁으로 유통산업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은 그나마 사회적으로 많이 알려진 편이다. 유통산업이야말로 소수의 정규직을 제외하고는 대다수가 파트타임, 계약직, 간접고용, 개인도급 형태의 비정규직 등 다양한 형태의 비정규직으로 채워져 있는 비정규직 백화점이라 할 수 있다.
대형마트·백화점 등 주요 유통업체들은 이미 진작부터 외주가 관행화된 주차, 청소, 시설관리는 물론이거니와 판매와 직접 관련된 판매, 진열, 조리 등의 업무에도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일상적으로 고용하고 있다. 이미 업계에서는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에 2만여명의 도급 노동자가 일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며, 파견·용역·아웃소싱 등을 포함하면 간접고용 노동자는 4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러한 비정규직 노동의 일반화는 유통산업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현실과 노동권 박탈, 노동조합 조직화의 어려움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마트, 정규직 전환 발표


신세계 이마트가 사내하도급 노동자 1만명을 4월부터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노동조합에 대한 불법사찰과 탄압으로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고용노동부가 이마트 지점에서 매장관리 등을 하는 협력업체 노동자들을 불법파견으로 규정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이미 현대자동차, GM 대우 등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불법파견의 문제가 잇따라 제기되면서 사내하도급 등 비정규직 고용이 일반화된 유통산업 전반에도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랜드·뉴코아 노동자들의 투쟁 이후 대형마트, 백화점 등 많은 유통업체들은 비정규직 고용 시스템에 대한 일대 정비를 해두었다. 2007년 수많은 대형마트에서 캐셔업무를 하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며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대한 대책을 만든 셈이다. 따라서 유통자본들은 당장 이마트처럼 대거 직접채용 할 계획은 많지 않음을 밝히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여전히 간접고용 사용이 일반화되어있고, 파트타이머, 아르바이트 사용이 관행화되어 있는 실정이며, 따라서 이제 유통자본은 이번 이마트 불법파견 문제를 계기로 비정규직 고용 시스템을 더더욱 정비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마트 정규직 전환의 진실


노조 불법사찰 및 탄압과 불법파견으로 사회적 문제를 일으킨 이마트는 선심 쓰듯 서둘러 정규직 전환 계획을 발표했다. 자동차, 조선 등 제조업처럼 유통업체 또한 같은 매장에서 상품 진열 등 각종 업무를 업체별로 따로 지시한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그런데 자본은 직접고용과 간접고용 노동자를 혼재 고용하여 노동력을 착취하고 불법적으로 비정규직을 사용해온 책임을 1만명 정규직 전환이라는 숫자놀음으로 면피하려고 한다.
그러나 이마트 정규직 전환의 진실을 똑바로 봐야 한다. 이미 진짜 정규직화 전환을 회피하고 비정규직법의 차별시정 대상을 없애기 위한 방법으로 자본은 분리직군 형태의 직접채용 방안을 비정규직 정규직화라는 이름으로 사용해오고 있다. 이미 금융권과 공공부문에서 사용해온 별도직군, 무기계약직이라는 이름이 바로 그것이다. 물론 이 같은 가짜 정규직 전환마저도 회피하기 위해 이마트는 전국적으로 일부 비정규직노동자들을 해고하고 있다.
이마트는 이미 2007년 캐셔업무 비정규직을 직영으로 전환하면서 기존 정규직(일반직, 전문직Ⅰ)과 별도로 전문직Ⅱ 직군을 만들었다. 자본의 필요에 의해 어떤 기준도 없이 만들어진 전문직Ⅱ 직군은 기존 정규직과 별도의 근로조건을 통해 비정규직노동자들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하는 기제로 활용되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이직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유통산업에서는 약간의 비용을 추가하여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직접 채용하는 것이 자본에게 유리하다. 때문에 관리를 손쉽게 하고 차별을 유지할 수 있는 전문직Ⅱ 직군 방식의 정규직화 방안은 사회적 책임 다하는 자본의 모습을 치장하기에 더 없이 좋은 방책이다.
이마트는 이미 캐셔업무를 하던 노동자들을 기존 소속된 업체에서 퇴사하게 하고 근속연수를 전혀 인정하지 않은 채 신규채용하는 형태로 직접고용하여 전문직Ⅱ 직군에 포함시켰다. 이번에 정규직 전환 대상이 된 불법파견 대상 노동자도 전문직Ⅱ 직군에 해당될 것이다.
이것은 고용방식이 간접고용에서 직접고용으로 전환될 뿐 기존 일반직인 정규직 노동자에 비해 64%의 임금수준에 근속년수 또한 인정받지 못하면서 차별시정 자체도 봉쇄당하는 길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장투쟁과 조직화로 나아가자


현재 이마트의 불법파견과 노조 탄압 등 비정규직 문제가 사회적 관심으로 떠올랐을 때 유통산업 비정규직의 노동현실을 폭로하고 진짜 정규직화하기 위한 투쟁, 그리고 노동조합으로의 조직화를 위한 투쟁을 지속시켜 내야 한다. 이는 현재 이마트의 불법행위에 대해 엄히 처벌하고 이마트 노조의 활동보장과 교섭을 쟁취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어 더 많은 사업장에 파급될 수 있어야 한다. 이제 유통산업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스스로 선언하고 현장 투쟁과 조직화 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연대 투쟁이 필요하다.

 

유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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