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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호] 누가, 왜 전체 사회를 감시하는가?

[33호] 누가, 왜 전체 사회를 감시하는가?

노정협       2007-10-28 03:59:52,

연일 ‘신정아 사건’이 언론을 가득 메우고 있다. 학력위조로만 불거졌던 사건이 전 청와대 정책실장인 변양균과 관계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특검까지 불사한다는 기조로 확대된 것이다. ‘제2의 린다김사건’ 등 둘의 연정관계만이 부각되고 있지만 우리는 이 과정에서 정보력의 수준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국가가 이용하는지도 보고 있다.

정보화가 빠르게 진전되면서 자본주의답게 상품화되면서 정보산업은 이윤창출의 최첨단산업으로 발달했다. 이로 인해 국가의 감시통제가 심해지고 우리의 사생활은 대부분이 노출되어 있다. 이미 신분을 증명하는 주민증이 전자화되었고 거의 모든 컴퓨터 프로그램(윈도우 프로그램)을 마이크로소프트사가 독점하면서 인터넷을 이용하는 모든 컴퓨터가 쿠키라는 것을 통해 감시되고 있다. 이러한 독점에 반대하며 일부 사람들이 다른 프로그램(리눅스 등)을 사용하지만 접속이 되지 않는 싸이트들이 많기 때문에 이내 포기하고 만다. 인터넷이라고 하는 것이 좀 더 많은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거꾸로 말하면 이러한 정보 중 고급정보는 통신산업 등의 독점자본이 독점적으로 이용하고 감시와 통제하기도 한다. 정보는 소수에게 독점화되고 철저하게 자본과 국가의 입장에서만 이용되고 있다. 신정아 사건 역시 정보의 감시통제를 이용해서 연정과 권력유착을 조사하지만 조사는 자본가 국가의 의도대로, 필요한 수준에서만 이루어진다.

이번 신정아 사건 역시 변양균과 주고받은 메일을 복구시키면서 관계가 밝혀지기 시작했다. 메일을 다 삭제해도 복구할 수 있는 정보기술력이 이미 국가에게는 있다. 도청이나 위치 추적은 기본이다. 이것은 단순히 남한에서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며 이미 정보의 감시와 통제의 문제는 수면위로 떠올랐다.

외국의 경우를 보면 전자메일의 경우 홍콩은 85%의 기업이 노동자들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있으며 전자메일과 컴퓨터 파일조사에 의한 방법을 사용하고 있는 기업이 60%라고 인력관리연구소는 이야기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를 보면 ‘조사권한 규제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노동자들의 전자메일 감시를 허용하고 있다. 실제로 361개의 영국 조직기관 중 94%의 영국 조직들이 전자메일과 인터넷 방침을 갖고 있다. (http://blog.naver.com/volu49/130002480878)
미국의 경우를 보면 약 80%의 노동자들이 전화 혹은 컴퓨터를 통해 이루어지는 감시 하에 있고(미국잡지 맥월드), 미국 내 사용자들의 30%이상이 "노동자의 컴퓨터 파일, 음성사서함, 전자우편, 기타 네트워크 통신수단 등에 대해 수색을 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ILO보고서)

남한의 경우에도 90%에 가까운 기업이 노동자 감시 시스템을 설치,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감시 시스템을 도입한 사업장의 경우 평균 2.86가지의 감시 시스템을 운영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세진, 노동자감시와 노동조합의 대응)

감시와 통제의 법제화  

지난 7월 정보통신망법 개정(국가기밀을 누설하거나 국가보안법에서 금지하는 행위를 수행하는 내용의 정보 등은 유통해서는 안 되고 어길 시에는 그 취급의 거부 및 제한을 할 수 있다는 법) 후 정보통신윤리위원회와 정보통신부가 민주노총 등 13개 민중사회단체에 국가보안법 위반이라며 홈페이지 게시물 삭제를 요구하고 있다. 삭제 요구를 거부하자 각 단체에 공문을 보내 9월 28일까지 게시물을 삭제하라는 명령을 하였다. 이 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형사처벌 및 홈페이지가 폐쇄된다. 또한 외교통상부는 오는 12월부터 얼굴 및 지문정보를 수록한 생체여권을 시범 발급해 내년부터 정식 발급할 계획을 발표했다. 정보통신기술이 위치추적, 감청 등을 넘어 이제는 생체인식까지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멕시코 정부는 2004년 법무부장관을 비롯한 법무부직원 160여명에게 ‘보안 및 신원확인’을 위해 전자태그 기술을 이용한 생체 칩을 몸에 이식했다.

남한에서도 이랜드-뉴코아 투쟁에서 연행되었던 사람들의 통화내역이 공개되고 있는 등 이미 휴대전화 감청은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제 이런 감시와 감청을 합법적으로 사용하고자 정부는 2007년 6월 통신비밀보호법을 개정해 법사위를 통과시켰다. 이 개정안에는 수사기관이 휴대전화 감청을 합법적으로 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러한 법제화는 예전에 국정원 등을 통해 알게 모르게 통제가 진행된 것과 달리 공공연하게 자신들이 정보를 감시하고 통제할 수 있는 틀을 만든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이것은 역으로 우리의 표현의 자유가 인터넷 정보화로 통제, 감시당하는 것이 일상화 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인 9월 6일 대구지방법원과 대검찰청이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인터넷 홈페이지 서버에 대한 급작스런 압수수색에 나서 우리를 경악하게 한 일이 있었다. 2006년 4월1일부터 2006년 8월31일까지의 대구경북건설노조 총파업 및 집회와 관련된 자료 중 이 사이트 연맹 자료실 란에 게재된 공문 및 회의 자료, 지역업종협의회 회의 자료실 란에 게재된 각종 공문 및 회의자료, 지역업종 협의회 일반 자료실란의 산별노조 자료실내에 게시된 각종 공문 및 회의자료에 해당하는 저장정보를 압수수색 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포털 싸이트에 게시된 이랜드 관련한 게시물들이 이랜드 사측에서 명예훼손이라고 삭제를 요청하자 바로 삭제되었다가 거센 항의가 있자 다시 복구되는 황당한 일도 있었다.

정보의 감시와 통제에 대해 유명한 소설인 조지 오웰의 1984년은 인간의 사상까지도 어떻게 통제가 가능한지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빅 브라더>는 텔레스크린이라 불리는 것을 방마다 달아서 사람들의 모든 생활을 통제한다.

텔레스크린은 단순히 cctv 같은 존재가 아니라 감시와 통제의 기구이다. 무언가 ‘맞지 않는 행동’을 하면 소리를 지르고 끊임없이 자신들에게 이득이 되는 소식을 전하며 이데올로기적인 작용까지 한다. 등 뒤에 텔레스크린이 있어도 무엇을 하는지 다 보인다.

또한 기록을 조작하여 과거는 존재하지 않게 바꿔버릴 수도 있다. 과거에 한 일이 현재와 다르면 여과 없이 다 바꿔버린다. 소설에서의 예로 보면 <빅 브라더>는 초콜렛 배급을 30g 이하로 줄이지 않겠다고 했지만 곧 20g으로 낮춘다. 그러면 예전 <빅 브라더>가 했던 말 또한 30g이 아닌 20g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현재 일어나는 일에 대해 과거와 왜 다르냐고 반문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러한 사람들은 소리 소문 없이 증발해 버린다.

이 소설의 내용이 낯설지 않은 이유는 이것이 지금 현실에서 우리에게도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이 더 섬뜩하게 느껴진다. 우리에게 텔레스크린이 방마다 장착되어 있지 않을 뿐이지 전자주민증, 스마트카드, 신용카드, 전자출근카드 등으로 우리는 현장에서 뿐만 아니라 사적인 영역에서도 노출되고 감시와 통제의 대상이 되어 있다. 어떠한 곳에서 어떠한 내용으로 돈을 썼는지까지 말이다. 핸드폰으로 위치추적도 가능하고, 교통카드가 장착된 신용카드는 우리가 어디서 어디로 이동하는지 파악한다. 그리고 사업장을 비롯해 곳곳에 설치된 cctv는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 어느 곳을 가든지 cctv를 볼 수 있는 것이다. 공공연하게 감시, 통제가 이루어질 경우 논란이 되기는 하지만 거기서 그치고 마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자본주의만을 위한 정보화, 단호한 대응이 필요하다!  

정보기술력의 발전을 자본주의에서는 자본과 자본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국가가 이용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 비판했다. 그렇다면 정보기술력을 자본과 국가가 독점하고 정보재에 대해서 상품화시키지 않고 무상으로 공유하는 것에 대해서 제재를 가하는 것은 모든 것을 상품화시키고 이윤추구를 향하고 있는 자본주의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즉 거꾸로 말하면 자본주의가 아닌 사회에서는 오히려 정보기술력의 발전을 사회적으로 이용하고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생산력의 발전을 자본주의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누리는 것은 예를 들어 노동자간 경쟁과 착취와 구조조정을 일삼는 것이 아니라, 노동시간 단축으로 다 같이 충분한 휴식과 가능한 적은 노동, 그리고 창조적인 활동으로 사용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자본과 국가는 정보화를 노동착취를 위한 생산과정으로, 그리고 지식산업- 정보재 산업을 통한 상품화로 이윤을 추구하고, 현장과 생활 전반에서의 감시에도 이용하고 있다. 소련사회주의가 존재하던 냉전체제에서는 자본주의의 우월성을 입증하고 전 세계적으로 주입시키기 위해서 우주선을 거짓 발사했다는 폭로기사도 있다.

여론전, 정보전의 형태까지 동원해서 노동자들의 투쟁과 단결을 가로막고 노동자 민중들의 눈과 귀를 어지럽히는 자본주의 체제에서의 정보화에 대해 대중적으로 폭로할 뿐만 아니라 자본주의적 독점적 이용과 국가적 통제에 대한 폭로와 조직으로 국가의 유무형의 폭력에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 노동현장의 전자감시시스템에 대한 폭로는 90년대 중반부터 제기되었지만 제대로 된 투쟁으로 조직되지는 못했던 한계가 있었다. 그 때 그 심각성에 대해서 인식하고 대응하지 못한 결과, 지금 현장에서의 다양한 현장통제가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국가적 개별 자본적 차원 등 다양한 차원에서 진행되는 통제시스템에 단호하게 대응해야 하는 과제가 우리에게 남아 있다.

한 줌도 안 되는 자본과 자본의 이해를 대변하는 국가권력이 전 사회를 통제하고 감시하는 자본주의 체제를 거부하자! 발전된 정보화와 전자통제 시스템은 전체 사회의 발전과 이해에 맞게 사용되어야 한다. 정보화와 전자통제 시스템이 다수 인민을 통제하고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인민이 자본주의의 무정부성과 혼돈을 제거하여 오직 개인과 사회의 발전에 복무하도록 통제하자!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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