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를 열심히 써보려고 했는데...글 쓰는 게 쉽지 않네. 힝..

그나마 최근에 <인권오름>에 [인권이야기]를 쓰기 시작해서 거기 쓴 글을.

난 왜 이게 민망한 마음이 들지?-_-^

 

[구석진의 인권이야기] 북한 인권, 진보와 보수의 가장 큰 차이점은

 

http://hr-oreum.net/article.php?id=2080

 

 

얼마 전 <한겨레>에는 북한 인권 문제를 대하는 진보진영의 ‘불편한 진실’에 대한 오태규 논설위원의 칼럼이 실렸다. 그는 칼럼에서 “북한 인권 문제는 진보진영이 안고 있는 곤혹스런 주제 중 하나”로서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자니 남북관계 악화를 초래할 게 뻔하고, 모른척하자니 양심이 찔린다.”며 진보진영을 스스로 대표했다. 그러면서 “진보진영이 그간 북한 인권 문제를 애써 외면해온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못 박았다. 나 역시 인권단체에서, 그리고 꽤 오랫동안 ‘북 인권’(북한 인권) 담당자로 활동해오면서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기가 쉽지 않음을 많이 느꼈다. 그리고 관심이 없거나 애써 외면해온 것은 아닌데, 그게 왜 그리 쉽지 않을까에 대해서도 적지 않게 고민했다. 그 와중에 접한 오태규 논설위원의 이러한 주장은 받아들이기 힘들었고, 또 불쾌했다.

북한 민중에 대한 타자화

나는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진보와 보수의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는 무엇보다도 북한 민중에 대한 태도라고 생각한다. ‘북한 인권 단체’라고 주장하는 보수 단체들은 북한의 인권 침해 현실을 앞장서서 폭로해왔다. 그러한 폭로들은 대부분 북한 사람들이 얼마나 비인간적으로 생활하며 고통 받고 있는지, 또 국가에 의해 얼마나 끔찍한 탄압을 당하고 있는지에 집중되어 있다. 대부분 북한이탈주민들의 증언을 통해서 전해지는 이러한 인권 침해 현실이 사실이라면, 매우 끔찍하고 충격적이다. 중대한 인권 침해 상황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상황이 엄중한 만큼 더욱 철저히 증언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우려스러운 점은 ‘북한 인권 문제’에는 그러한 끔찍한 증언들만 있을 뿐, 정작 그 문제를 마주하는 ‘사람’으로서 북한 민중들은 보이지 않는다는 느낌이다. 보수 북한 인권 단체들은 자신들이 주장하는 ‘북한 민중들의 지독한 가난과 끔찍한 인권 침해 현실’을 선정적으로 전시하는 데에만 열을 올림으로써 그러한 현실을 구경거리로 만들고 있다. 그 구경거리에는 구경하는 사람들만 있을 뿐 정작 인권 침해의 피해자들은 ‘사람’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선정적으로 과장된 전시에서 그러한 ‘끔찍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은 우리와 똑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으로서가 아니라, 단지 고통을 당하는 불쌍한 존재-피해자로서만 존재할 뿐이다. 그렇게 타자화된 피해자에게 사회에 대한 고민과 삶에 대한 희로애락 그리고 삶의 구상과 같은, 사람 사는 곳에서라면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존재의 모습은 삭제되어 버린다. 그 대신 인권 침해의 무고하고 불쌍한 피해자 혹은 북한 독재 정권을 추종하는 세뇌된 로봇과 같은 이중적인 모습만 있을 뿐이다. 북한 민중들을 ‘똑같은 사람’으로 보지 않는 사람들은 북한 민중들을 피해자 혹은 세뇌된 로봇으로 타자화함으로써, 북한 민중들이 스스로 인권 침해에 저항하거나 개선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끊임없이 그들을 위해 우리가 나서야 한다고 믿는 것 같다. 그리고 이러한 점은 비단 보수 북한 인권 단체가 아니더라도, 일부 진보진영에서도 마찬가지로 보이는 것 같다. 나는 이러한 북한 민중에 대한 타자화의 이면에는 결국 ‘우리’가 더 낫다는 오만한 우월의식이 전제되어 있는 것 같아서 매우 불편하다. 이러한 오만한 태도는 남한에서 살고 있는 북한이탈주민(새터민)들에 대한 남한 사람들의 차별적인 태도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위 사진:[그림: 윤필]


누가 자신의 인권을 주장하고 개선할 수 있는 주체인가, 그리고 인권 침해 피해당사자가 아닌 ‘외부인’(물론 내부와 외부의 경계를 가르는 것은 종종 매우 어려운 문제이지만)으로서 인권 침해에 대해 어떠한 입장을 취할 것인가는 인권운동을 하면서도 끊임없이 고민하게 되는 어려운 문제이다. 또한 그만큼 중요한 인권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 점을 간과하는 순간, ‘인권’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폭력과 인권 침해가 역설적으로 발생할 수도 있다. 미국이 일으킨 이라크 전쟁이 ‘이라크 민중들의 인권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자행되었다는 사실을 잊을 수 없다.

여성학자 정희진은 『페미니즘의 도전』에서 아프리카 여성들의 할례 문제에 대한 인권운동의 대응을 통해 이와 비슷한 문제를 제기했다. 아프리카 여성들의 할례 문제를 여성에 대한 폭력과 인권 침해라고 인식할 수 있는데, 당사자인 아프리카 여성들/여성운동이 이를 주장하는 것과 서구의 여성운동이 이를 주장하는 것은 동일한 주장이라고 하더라도 다른 맥락에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서구의 여성운동이 아프리카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폭력에 대해 말을 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끊임없이 자신의 위치를 성찰해야 한다는 것이다. 깊은 고민을 던지는 질문이다. 오태규 논설위원은 북한 민중들을 타자화하지 않으면서 ‘외부자’인 자신의 위치를 성찰하려는 노력을 얼마나 기울였을지 궁금하다.

국가보안법과 맹목적인 반북 의식이 존재하는 한

칼럼을 보면서 또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오태규 논설위원이 “진보진영은 국내 인권에 쏟아온 열정을 북한 인권 문제에도 돌려야” 하고 그것이 바로 “진보진영의 대표 상품”으로서 인권에 대한 “시대정신”이라고 ‘충고’하면서도, 정작 북한 인권에 접근하고자 할 때 근원적으로 겪게 되는 어려움인 국가보안법 문제를 이야기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국가보안법은 없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너무 식상한 내용이어서 반복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걸까? 국가보안법 폐지의 필요성은 반복하기 지겨울 정도로 ‘식상한’ 문제이긴 하지만, 북한 인권 문제를 고민할 때에는 너무나도 근원적인 문제이다. 북한에서의 인권 침해 사례가 제기되었을 때 그 진위 혹은 정도의 여부가 논란이 될 경우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중요한 문제이다. 그렇지만 일부 정보기관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직도 북한과 관련된 정확한 정보에 접근하는 데에 한계가 매우 크다. 근본적으로는 국가보안법이 존재하는 한 불가능에 가깝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사실관계도 정확히 파악하기 힘든데 어떻게 북한 인권 문제에 대응할 수 있나. 게다가 북한의 인권 현실에 대해 폭넓게 접근하고자 할 때에는 끊임없이 국가보안법에 위배되지는 않는지 내적으로 검열하게 된다. 그만큼 사고의 폭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부끄럽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다. 국가보안법을 꺼낼 필요도 없이, 권력과 지지자들을 쉽게 모을 수 있는 ‘반북’과 법과 여론의 처벌을 각오해야만 하는 ‘친북’(이럴 때는 꼭 ‘나는 친북이 아니지만…’이라고 고백하게 만드는)이 단지 반대말이 아니라 전혀 다른 무게감을 갖는 사회에서 이러한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진보도 보수처럼 북한 인권에 대해 당당히 발언하라’는 주문은 순진한 것인지 악의적인 것인지 파악하기가 힘들다.

북한 민중들과 연대하며 보편적 인권 꿈꾸기

이 모든 고민과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북한 인권’이라는 영역은 우리 인권운동에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적극적으로 하고 있는 것도 없고 매번 ‘지금 우리의 조건에서는…’과 같은 말을 슬며시 변명으로 들이밀게 되지만, 이 문제가 빚더미처럼 마음속에 무거운 부담으로 남아 있게 되는 것은 아마도 나와 똑같은 ‘사람’으로서 그들을 볼 수 있었던 기회가 운 좋게도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다지 많이 만나보진 못했지만, 남한에서 생활하고 있는 북한이탈주민들, 아니 사람들은 불쌍한 인권침해 피해자들도 아니었고 북한 정권에게 세뇌당한 로봇들도 아니었다. 한때 좀 어려움을 겪긴 했지만, 이곳에 있는 누구나처럼 힘겹게 이 사회에서 살아내며 더 잘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었다. 북한에 대해서도 좋은 기억과 나쁜 기억을 함께 갖고 있고 남한에 대해서도 나름의 만족과 불만을 함께 갖고 살아가는 생활인들이다. 이들이 남한에 들어서자마자 이렇게 변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고 본다. 북한에도 이들과 같은 사람들이 있고 그들도 거기서 힘겹게, 더 잘 살고 싶어 하며 살아내고 있을 것이다. 남한의 인권운동이 어떻게 북한 인권의 주체인 그들과 연대할 수 있을지 고민스럽다. 하지만 그러한 고민 속에서 ‘북한 인권’ 혹은 ‘남한 인권’을 넘어 누구도 배제하지 않고 우리 모두의 보편적 인권을 꿈꿀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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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irty xijin

2012/04/20 10:53 2012/04/20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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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자원활동

 블로그를 시작해보려고 만들었는데, 시작하기가 쉽지 않다.

이렇게 가다간 결국 시작할 수 없을 것 같아 아무 거나 일단 써보기로 결심.

아무 거나?ㅋㅋ

 

 다른 인권단체에서 자원활동을 하게 되었다. 여기선 또 새로운 세계가...

 주로 인권단체 활동가들과 생활을 하다가 몇 년 전 새로 만나게 된 학교 사람들도 새로운 경험으로 다가왔지만, 여긴 또다른 새로운 세계다. '남자'들이 다수 있어서 그런가? 사실 이게 사회적으로는 일반적인 분위기이긴 할텐데...오랜만에 경험하게 되는 낯선 분위기는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먼저, 나이에 껌뻑 죽는다. 아무래도 내가 상대적으로 나이가 적지 않으니 그런 반응들이 나오나보다. 특히 남자들에게서. 그런 분위기, 나도 부담스럽다. 나이 까짓 게 뭐라고.

 그리고 남자-여자, 이성애적인 성적 교감이 물씬. "여자친구 있으세요?"라고 물어보면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서 포기한다.ㅋ 연애는 당연히 다들 하고 싶어 하는 것이(어야만 하)고, 결혼도 마찬가지다. 다른 건 상상할 수도 없다. 그냥 다들 그런 척 하는 걸까?

 또, 성별 정체성. 신입 회원(학생)을 접수하는 일을 맡았는데, '성별(gender)'란이 있었다. '남/여'로 되어 있었는데, 접수를 희망하는 신입 회원(학생)에게 "성별이 어떻게 되세요?"라고 물어보자 다들 웃었다. 함께 자원활동을 하던 접수자들은 뭘 그렇게 당연한 걸 물어보냐는 듯이 웃었고, 질문을 받는 상대방의 반응은 다양했다. 어떤 사람은 담담하게 그냥 자신의 성별을 이야기했고, (결국 여성이라고 밝힌) 어떤 사람은 "남자일까요?"라는 식으로 농담을 하기도 했다. 그 순간 그게 농담일지 농담을 가장해 진담을 흘리는 것일지 짧은 순간이나마 무척 고민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심지어 좀 기분 나빠하는 것 같기도 했다. 자신의 성별이 외모를 통해 자연스럽게 인식되지 않은 것처럼 여겨져 기분이 상했던 것일까? 내가 실례를 범한 것일까? 나 나름대로 가지고 있었던 반차별 감수성(외모만으로 성별을 판단할 수 없는 경우들이 있다,는)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할 수밖에 없었다. 나 나름대로 차별하지 않기 위한 행동이 상대방과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없는 것이라면? 그래서 결국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 있다면? 여전히 고민이다.

 

 내가 일하는 단체와는 다른 것처럼 보이는 단체 활동에 있어서의 자원활동의 비중과 자원활동가의 권한과 책임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이 들었다. 여러 가지 고민이 남는다. 고민은 좀 더 정리되면.

 

 추가로,

'몇 월 며칠'이라고 할 때 왜 맞춤법이 '월'은 '몇 월'이 되고 '일'은 며칠'이 되는 것일까? 발음도 그렇다. 왜 '월'은 [며둴]이 되고 '일'은 [며칠]이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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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irty xijin

2012/02/21 00:18 2012/02/21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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