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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생생한
악몽.
현실에서는 6남매가 그렇게 살아본 적이 한 번도 없는 듯한데.
아니지, 그렇게 살았을텐데 내가 기억을 못하는 것일 수도.
오빠는 도시로 유학중이었고 그래서 방학 때 가끔 동화책을 사들고 내려왔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16살 어린 학생이었는데도
오빠는 일찍부터 어른스러웠다.
꿈 속에서는 6남매가 함께 살고 있었고 아버지도 있었다.
가족의 비밀이 한 중년 여성에 의해 탄로날 위기에 처하자
큰언니가 그 여성의 목을 칼로 그었다.
여성은 기절을 했고 피는 천천히 흘러나왔다.
그 여성을 치료해서 살려야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그렇게 되면 이 여성은 우리의 비밀을 폭로할 것이다"라고
단호하게 반대하며 그 여성을 마대자루 같은 데에 담았다.
이제 그 여성은 죽었고
나와 러시아언니는 시신을 유기하는 일을 맡았다.
아파트 단지의 쓰레기 놓는 곳에 그 자루를 놓았는데
엄마가 보고서 "이렇게 가까운 곳에 두면 금세 탄로가 난다"라고 해서
나와 언니는 다시 그 시신을 들고 시골집 앞에 있는 저수지까지 갔다.
어느 대학에선가 엠티를 와서 놀고 있는 그 곳에서
나와 언니는 그 자루를 물 속 깊은 곳에 두기 위해
물 속으로 들어갔다.
자루가 떠오르지 않기 위해서는 크고 무거운 돌이 필요해!
그래서 돌을 구하고 돌로 누르고 돌을 달고....그렇게.
아직까지 생생하게 남아있는 건 그 과정에서의 마음 속 고민.
작은 죄를 덮기 위해 큰 죄를 짓고 그 죄를 덮기 위해 더 큰 죄를 지었다.
더 큰 죄로 나아갈 것인가, 말 것인가를 선택하는 갈림길에서
내 손에 쥔 것을 잃지 않기 위해 더 큰 죄로 나아간다.
그런데 더 큰 죄로 나아가는 순간
아까 했던 그 선택을 후회한다.
나는, 우리는, 씻을 수 없는 죄를 짓고 만것이다.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 없기 때문에
언젠가는 우리의 죄가 탄로날 것이다.
내가 살아있는 동안 나의 죄가 탄로나지 않더라도
신은 나의 죄를 알고 있다.
이 가족은 왜 나를 이런 상황에까지 몰고 가는가.
나는 어린데 어린 나한테까지 구태여 진실을 알려주고 참여시킬 필요가 있었는가.
꿈 속에서 나는 가족들을 원망했고 큰언니를 걱정했다.
우리의 죄가 묻힐 수도 있을텐데
큰언니가 스스로 죄책감에 못 이겨 자수를 하고
자수를 하면서 온 가족의 공모사실을 알리게 되면
우리는 모든 것을 잃게 되는데.
그토록 생생한 고뇌와 원망.
나는 물을 무서워하고 죽음은 더, 그러니 시신은 더 무서워하는데.
꿈 속의 내가 그 상황을 악몽이라 느낀 것은
물, 죽음, 시신 때문이 아니라
마음 속을 가득 채웠던 처절한 심리적 동요와 고뇌 때문이었다.
내 얘기를 들은 꿈 해설가가
"당신에게는 깊이 숨기고 싶은 뭔가가 있는 것같다"라고 말했고
나는 약간 불쾌한 상태에서
"그건 내 죄가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나의 대답은 꿈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한 상태에서 나온 것이었다.
말하는 순간 나는 그것을 알았고
내가 그것을 깨달았다는 걸 안 꿈 해설가가 하하 웃었다.
오늘 밤은 좀 괜찮은 꿈을 꾸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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