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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9/25
    시작하며
    하루

시작하며

 

2000년 첫 영화 <나는 행복하다>의 지적 장애인 주인공들과 동고동락한 지 8년째이다. 그동안 직업인으로서의 면모를 그리고 싶어서 <친구-나는 행복하다2>를 만들었고 사랑과 결혼에 대한 열망을 담은 <결혼이야기-나는 행복하다3>을 기획했다. 하지만 2002년, 세 번째 작업을 덮으며 나는 더 이상 장애에 관한 영화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처음 그들을 만났던 1999년에 ‘만약 IQ 70 이하의 사람들’을 지적 장애인으로 분류한다면 ‘IQ가 76인 사람’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 그리고 나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주었던 그들이 왜 장애인이라는 이름으로 격리되어있는지 궁금했다. 소통이 문제라면 내 가까운 사람들과도 소통의 부재를 많이 느꼈고 독립이 문제라면 나 또한 의존적으로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고 사는 존재였으니까. 장애란 무엇인가? 장애인이란 누구인가? 누군가를 ‘장애인’이라고 부르는 것은  바람직한가? 처음 지적 장애인들을 만났을 때 던졌던 이 질문들이 그들과 친밀한 관계가 되자 다시 고개를 쳐들었고 나는 여전히 그 답을 찾고 있다.

<너에게로 가는 길>은 이러한 고민과 나름의 해답을 담기 위해서 기획되었다. 생활인으로서의 나는 내 영화의 주인공들과 친구가 되었다. 처음 ‘지적 장애인’이라는 특징으로 인식되었던 그들은 이제 K, J, S라는 이름을 가진 ‘한 사람’으로 다가왔다. 내가 거쳐온 이 과정 어딘가에 그 열쇠가 있다고 믿는다.

이 영화에는 세 부류의 군상들이 출연한다. 제1군은 특수학교의 지적 장애 청소년들, 제2군은 사회인으로서 생활하고 있는, 그리고 내 영화의 주인공이었던 성인 지적 장애인들, 제3군은 미디어교육의 교사로 참여하는 다큐멘터리 감독들이다.

참여자의 입장에서 좌충우돌하며 영화를 만들었던 나는 이제 나의 포지션을 바꾸려 한다. ‘영화는 세상과의 긴장을 유지할 때, 그래서 그 둘 사이의 관계에 내가 개입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내 생각이 활동할 수 있는 거리를 확보한다’는 말을 믿게된 나는 이제 냉정한 관찰자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볼 것이다.

제1군은 다양한 특성을 가졌음에도 ‘지적 장애인’이라는 이름으로 호명되는 사람들이다. 제3군은 세상에 무수히 많은 비장애인들의 대표일 수도 있고 99년의 나일 수도 있다. 그들은 장애에 대한 이해는 있지만 아직까지는 그들을 ‘장애’라는 정체성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이다. 제2군은 ‘ IQ가 76일지도 모르는 사람들’, 영화 속에서는 오히려 제 3군과 가까움에도 사회적으로는 ‘지적 장애인’으로 호명되는, 그래서 제1군과 동일한 위치에 서있는 사람들이다. 카메라는 세 군상들의 6개월을 냉정하고 면밀하게 담아낼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 영화는 ‘한 사람의 자연인이 어떻게 장애인이라는 옷을 입게 되는지’에 대해 그 반대의 과정을 담아내는 섬세한 기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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