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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9/04
    2013/09/04일의 기록
    하루

2013/09/04일의 기록

1. 꿈을 꾸었다.

 

꿈 속에서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인권활동가 R의 집에서 더부살이를 하고 있었다.

20평이 안될 것같은 작은 연립에는

R, R의 엄마와 아빠, R의 친구(나도 아는 사람), 그리고 내가 있었다.

R의 아빠는 알콜중독이 있는 일일노동자였다.

그는 내가 그 집에서 나가기를 바랬다.

나가라고, 나가라고 하다가 내가 나가지 않으니 뺨을 때렸고

나는 이런 식의 폭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대들었다.

R의 아빠는 무릎을 꿇고 제발 나가달라고 했다.

나 또한 무릎을 꿇고 물었다. "제가 왜 그렇게 싫은 건데요?"

 

결국 나는 짐을 챙겼다.

내 짐들은 대부분 책, 그것도 먼지가 켜켜이 쌓인 색이 바랜 그림책들이었다.

짐을 싸는 나를 R과, R의 친구가 말없이 바라보았다.

꿈 속에서도 나는 서운하지 않았다.

그 집을 나가는 것이 나의 미래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나도, R도, R의 친구도 잘 알고 있었다.

스산한 마음으로 짐을 싸는 내내 나는 풀리지 않는 의문 하나를 붙들고 있었다.

 

'나에게도 따뜻한 집이 있었다.

그 집은 이제 없는 걸까?

언제부터 나는 여기서, 이러고 있었던 걸까....'

 

2. 다섯번째 작업을 시작한다.

논문 최종본을 월요일에 제출하고 수요일에 제작지원신청서를 냈었다.

준비가 부족했지만 제작지원을 받게 되면 졸업하자마자 작업을 시작할 수 있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쉬면, 멈추면, 주저앉을까봐 걱정되어서

그래서 그렇게 했다.

다행히 제작지원을 받게 되었다.

3년만에 쓰는 기획안이라서 예산 산정을 잘못했다.

그래도 응원이라 생각하며 이제 첫 발.

 

제작지원신청서의 일부

2001년 출산 이후 오랫동안 우울증에 시달렸다. 남편은 산후 우울증을 호르몬의 문제라고만 생각하는 듯 했으나 내가 생각하기에는 그건 호르몬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였다. 남편은 결혼 전보다 훨씬 더 활발한 활동을 하며 날개가 달린 듯 훨훨 날아다니는 것처럼 보였고 나는 아이와 하루종일 씨름하며 다시 일터로 돌아가지 못할 것같다는 절망감에 시달렸다. 나의 세 번째 영화 <엄마…>는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이었다. 내게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2004년 여름, 둘째아이를 키우느라 휴직중인 나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노동조합을 준비 중이라는 한 보육노동자가 보육노동자들의 현실을 영상으로 만들어달라고 하였다. 젖먹이 어린아이를 키우던 내게 카메라를 들 여유는 없었다. 그로부터 2년의 시간이 흘렀다. 나는 그 때 스스로와 약속했다. 다시 일터로 돌아간다면 나는 이 이야기를 먼저 시작해야겠다고. 그건 마음이 가는 아이템이어서도 아니고 정의감에 불타서 지지하기 위해서도 아니다. 아이와 아이 엄마, 보육노동자는 한 배를 타고 있다. 아이 엄마로서 나는 카메라로 연대를 했다.

2008년, 예기치않은 임신과 출산으로 휴직을 했다. 돌아와보니 보육노동조합은 없어져있었고 나의 주요촬영장이었던 어린이집 또한 문을 닫았다. 함께 고민하고 함께 내용을 고민하던 모든 사람들이 뿔뿔이 흩어져있었다. 나는 애초의 계획을 포기하고, 우리 집, 나의 이야기로만 영화를 완성할 수밖에 없었다.

2013년, 다시 일터로 돌아왔다. 처음 약속 이후 10년의 시간이 지났다. 아이들은 이제 초등학생이 되었고 보육교사들은 결혼을 했거나 이민을 갔다. 그러나 사람만 바뀌었지 보육현장은 여전히 팍팍하다. 아니 더 많이 변해있다. CCTV가 일상적으로 보육교사들을 감시하고 있고, 보육교사들은 웃으면서 꾸짖는 방법을 고안한다. 시설비리는 여전하고 아이들은 불량식단으로도 쑥쑥 자라고 있다. 나의 약속은, 나의 일은 여전히 그 곳에 동그마니 남아있었다. 다시 작업은 기획단계이다. 보육에 대한 폭넓고 일상적인, 사적인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싶었던 내가 다시 투쟁과 일상을 기록하는 것은 독립영화인으로서, 아이 엄마로서 나의 의무이다. 길게 바라보면서 첫 발을 내딛는다.

 

3. 오늘 아침 페북에 올렸던 글.

폰으로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일은 쉽지 않다.

 

<아이들>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 때 가장 인상깊었고 지금까지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불편해지는 대화,
"결혼을 했으면 책임을 져야지 그렇게 밖으로 나돌아다니니까 문제아가 발생하고 사회가 이 모양인 거다"

이 논리에 입각한 웹툰.
첫번째 장면은 위의 논리와 싱크로율 100%...
그런 집 아이는
삥이나 뜯고 다니다 집에 와서 라면 끓여먹고 한숨 잔 후에 게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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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장면에 등장하는 아이는 한부모가정 아이인데 꿈이 가족들끼리 찜질방에 가는 것이다.엄마를 "마녀"라 부르는 이 아이는 공부밖에 모르는 엄마를 원망하며 찜질방으로 가출했다가 옆자리의 소위 "정상가정"을 보고 부러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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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장면은 아이가 가출한 것을 발견한 엄마가 어쩔 줄 몰라하며 아이를 찾는 장면.입주 도우미 아주머니와의 대화.이 엄마가 학원원장이고 하루에 학원을 8개나 다니게 하는 극성엄마이고 얄미운 점이 많게 그려져있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좀 너무하는 거 아닌가..혼자서 가계경제를 책임지는 이 엄마에게 보수를 받고 가사와 돌봄을 담당하는 이 도우미 아주머니의 발언은 작가의 입장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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