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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속에서 내가 인권운동사랑방이라고 알고 있는 곳에서

활동가들은 수업을 듣고 나는 그 곳 사무실에서 물건들을 정리하며 있었다.

놀러갔다가 거기 들른 거 같기도 하고 암튼 나는 어딘가로 떠나려고 준비하는 중.

수업듣는 사람 중에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같기도 하고.

암튼 나는 수업은 듣지 않고 있었다.

선생님은 요즘 핫한 페미니스트 S선생님이었는데

중간에 나온 수강생(내가 아는 인권활동가)이

"사람이 너무 안와서 S선생님 기분이 별로 안좋다"고 귀띰을 해줬다.

쉬는 시간에 가서 잡담을 하는데

나중에 보니 나때문에 수업이 늦어져버렸다.

내가 거기 간 이유는

내가 가지고 있는 다이어리 안에 S선생님이 학창시절에 누군가에게 보낸 편지같은 게

잔뜩 들어있었기 때문..

내가 그 다이어리를 가지고 있었던 건 그게 아름다운 가게 같은 곳에서산 거여서.

암튼 그래서 그 편지같은 걸 S선생님께 드리며

"이걸 발견했는데요, 선생님이 보셔야할 것같아서요.저는 편지는 전혀 안읽었습니다"

했고 기분나빴던 S선생은 약간 기분이 좋아짐.

나는 간 김에 쉬는 시간이라 수강생들하고 잡담을 하고 있었는데

선생님이 수업을 시작하려는 걸 보고 황급히 나왔다.

사람들이 다 나랑 즐겁게 잡담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눈치없이 거기오래 있었다는 거 알게됨.

 

아유 왜 또 주책을 부렸나 혼자 책망하고 있는데

S선생님이 뭔가를 주면서 "복사를 부탁해도 될까요?" 했고

나는 내 잘못을 상쇄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네!" 하고 주신 것들을 받았는데

선생님은 강의를 하실 때 진행용 방송대본처럼 강의내용을 요약, 프린트해서 쓰는 분인데

옛날부터 쓰던 그런 강의용 대본,

그리고 얇은 한지같은 데에 그림이 그려져있는 틈틈히 강의대본이 있는 거였다.

 

선생님이 강의하는 옆 방에서는

편안한 잡담+세미나가 진행중이었는데

그 곳에 가서 프린트가 되냐고 했더니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것같은 허름한 기계를 보여주며 "여기서 하면 된다"고 했다.

그런데 복사를 자꾸 해도 그림만 잘 나오고

그림 옆에 써있는 글자들은 하나도 복사가 안되었다.

S선생님께 도움을 드리고 싶었는데 안되는구나, 하고 혼자 실망.

 

잡담+세미나가 진행중인 그 방에서

그 무리를 이끄는 사람이 m이었다.

m은 나를 보는 듯했지만

나는 전혀 모르는 사람인 것처럼

m쪽에는 눈도 안 돌리고 다른 사람들과 웃으면서 복사를 했다.

나는 너와 상관없이 잘 살고 있다,는 것을 애써 보여야했으므로.

 

잡담 중의 한 장면.

수업이 끝나면 서울로 가야하는데 서울이 너무 멀다는 누군가의 말에

"아니어요. 여기서 서울은 그나마 가까워요.

저희집 애들도 도시가 그리우면 여기 오는걸요"

그런데 그렇게 말을 하는 순간

그곳은 일산인데 우리 애들이 가는 곳은 김포 구래동이라는 사실이 떠올랐다.

나는 괜히 그 사람에게 여기가 별로 멀지 않다고, 너무 걱정말라고 격려하기 위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사실이 아닌 말을 하고 있구나, 혼자 뉘우쳤다.

그런데 사실 가족이 도시에 가고 싶으면 일산 가는 건 맞잖아...

깨고나서 나는 왜 작고 사소한 일들에 죄책감을 가질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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