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전공의 장시간 근무 숨기려고 가짜 시간표도.

2015/08/02 20:40

~
"전공의 근무 주 80시간 못 넘게"..법안 발의


한겨레 | 입력2015.08.02. 20:20


 

[한겨레]과로·수면부족 탓 의료사고 우려


88시간 규정 위반해 가짜 시간표도

많게는 일주일에 100시간에 이르는 병원 전공의들의 과도한 근무시간이 결국 환자들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이들의 근무시간을 줄이자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용익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달 31일 발의한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안'(전공의 특별법)은 전공의들의 근무시간을 일주일에 최대 80시간으로 제한하고 이를 지키지 않은 수련병원을 처벌할 수 있는 근거를 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난 2010년 과도한 업무와 수면 부족에 시달린 전공의가 정맥에 투여할 항암제를 척수강 내로 잘못 투여해 백혈병 치료 중 숨진 9살 정종현군 사건이 직접적 계기가 됐다. 이후 전공의들의 지나친 근무시간을 줄여야 환자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다.

2일 지난 6월 고려대 김승섭 교수팀이 발표한 '한국 전공의들의 근무환경, 건강, 인식된 환자안전'이라는 논문을 보면, 인턴과 레지던트 등 전공의들의 주당 평균 근무시간은 93시간에 이른다. 이는 한국 노동자들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41시간) 보다 2배 이상 길다. 외국과 견줘도 국내 전공의들의 근무시간은 지나치게 많다. 미국 인턴들의 주당 평균 근무시간은 64시간(2011년)이었고, 호주 전공의들은 55시간에 그친다.

이런 근무환경 탓에 국내 인턴의 13.8%와 레지던트 8.7%가 '의료과실을 저지른 적이 있다'고 답했다. 또 인턴의 89.3%와 레지던트의 68.6%는 '근무시간에 졸았던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앞서 전공의의 근무환경에 대한 논란이 일자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7월부터 규정(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정)을 바꿔 주당 최대 88시간까지만 근무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이를 지키지 않는다고 해도 제재할 수단이 없는데다, 당장 일손이 부족한 일선 병원들은 '가짜 시간표'를 만들어 제출하는 편법을 쓰고 있다. 송명제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은 "실제 근무 시간표와 상급기관에 보고할 시간표를 따로 만드는 전공의들이 부지기수"라며 "추가 인력 확충이 없으면 전공의들의 근무시간을 줄이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임을기 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장은 "법률안의 전반적인 방향엔 공감한다"면서도 "특별법이 바람직할지 기존 의료법에 반영하는게 좋을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suji@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백종원의 설탕'보다 더 큰 문제는 말이죠

■'형제의 난' 롯데, 한국 기업일까? 일본 기업일까?

■'친일' 김무성 아버지가 애국자로 둔갑하고 있다

■[만평 몰아보기] 박근령의 망언…대한민국 대통령 동생 맞아?

■[화보] 지구에서 가장 거대한 동굴 들어가보니…별천지!

 

공식 SNS[통하니][트위터][미투데이]| 구독신청[한겨레신문][한겨레21]

Copyrights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겨레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이 기사 주소  http://media.daum.net/v/20150802202008065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이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코리아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2.0 대한민국 라이센스에 따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