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무상교육도 안해주면서 죽을 때까지 비정규직하라니?_한겨레

2015/02/24 20:47

서울대 교수 “모든 근로자 비정규직화” 발언에 누리꾼들 분노
 
 
하니Only  
 

이지순 교수 ‘매경’ 좌담회 발언 놓고 SNS ‘부글부글’
“빨리 시간강사로 직업 바꿔야지 왜 교수하시는지…”

“모든 근로자 계약직으로 뽑아 한국 기업 다시 뛰게 하라.”

 

<매일경제>가 24일자 종합 3면(▶ 관련 링크)을 통해 ‘전직원 계약직화’ 주장을 펼쳤다. 누리꾼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일제히 성토하고 나섰다.

 

매일경제는 ‘긴급 좌담’이라는 이름으로 한국경제학회 44대 회장인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와 차기 회장직을 맡게 된 이지순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의 대담을 17일 주관해 24일자에 실었다. 이 대담에서 이지순 교수는 박근혜 정부가 직면한 비정규직 문제 해결책으로 “기업들이 모든 근로자를 비정규직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시했다. 매일경제의 보도를 그대로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이 교수는 박근혜 정부의 노동 개혁 과제 중심에 서 있는 비정규직 문제 해결책으로 모든 근로자의 비정규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결국은 계약직으로 가야지 평생 고용은 힘들다’며 ‘대신 해고당할 위기가 있는 만큼 임금을 더 높여야 하고, 기업이 새로운 공장을 만들 때부터 시범적으로 전원 계약제 고용을 시행하는 방안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또 “점점 더 많은 우리나라 국민이 복지 의존적으로 바뀌는 것 같다”, “국민이 ‘남의 돈을 갖고 공짜로 편하게 살 수 있다’는 의식이 많아지고 있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고 매일경제는 전했다.

 

함께 대담을 나눈 김정식 교수는 노동 개혁 방안으로 초임을 낮출 것을 제안했다. 피크타임 임금도 낮춰서 퇴직을 늦춰야 퇴직자가 복지에 미칠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두 교수는 모두 세수 확보 방안으로 논의되고 있는 법인세 인상에는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이런 내용이 널리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일제히 분노를 터뜨렸다. 교수들부터 먼저 솔선수범하라는 비아냥도 이어졌다. ‘빨리 시간강사로 직업 바꿔야지 왜 정규직 교수를 하시는지 모르겠다’, ‘경제학회 교수들부터 계약직으로 뽑아서 한국 대학을 다시 뛰게 하라’는 풍자가 24일 오전 내내 커뮤니티 등을 달궜다. “교수 임금도 최저임금 기반에 성과급제로 바꿔서 연말에 학생들에게 평점을 주게 하고 평점이 나쁘면 재계약 불가에 성과급을 삭감해버려야 맞다”며 역지사지를 권했다. 한 트위터리안(@ASAP****)은 “일단 매일경제@maekyung 와 해당 매체에 기고하는 존재 / 집단부터 전체 계약직 전환 후 어떻게 되는지 지켜보도록 합시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의 발언은 계약직의 임금을 높이는 것을 전제로 하는 고용 유연화 주장이지만, 비정규직 처우가 척박하고 재고용 시장이 활발하지 않은 한국 현실에 걸맞지 않다는 점에서 많은 비판을 불러 일으켰다. 모든 노동자를 비정규직화한다고 해도 경기 회복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모든 직원이 계약직이면 아마 집도 안 살 걸. 언제 잘릴지 모르는데 모기지론 10년, 20년 어떻게 떠안고 있겠나’(@pose****), “기업은 뭐 일할 사람 없이, 소비자 없이 돌아가나 싶긴 하다. 전문가란 양반들이 이익에 눈이 멀어서 원…”(@rori_baram)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또 다른 트위터리안(@DracoKr)은 “모든 근로자를 계약직으로 바꾸자 거나 기타 고용 유연성을 개선해서 경제를 살려보자는 소리가 허황된 게, 대기업들은 돈을 벌고 있다. 몇 년째 흑자로 돈 쌓고 있다. 그런데 국가 경제는 뭔가 안 좋다. 문제가 기업의 비용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국경제학회는 이날 연세대에서 열린 정기총회에서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후임으로 이지순 교수를 45대 한국경제학회장으로 선임했다. 이지순 교수는 미 시카고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 기사에 인용된 트위트는 모두 인용을 동의받았습니다. 

 

정○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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