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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와 법

관습법때문에 말이 많다. 법공부를 해본적이 없지만, 언뜻 생각하기에 법은 상식적이어야 될 것 같은데, 이번 헌재의 판결은 참으로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의 비상식을 내포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국가보안법 합헌판결이나 보안관찰법 합헌판결의 역사로 부터 헌법 재판관들이 가지고 있는 '상식'과 나의 '상식'이 어쩌면 아주 많이 다른 것 같다. 흠..어쩌면 상식이 바뀌는 것이 쿠데타나 폭력혁명보다 더 어려울 지도 모른다.

 

이제 곧 이곳의 대통령 선거를 한다. 얼마전 여기 젊은 조교수와 밥먹고 오다 선거 이야기를 하는데(포르투갈 사람이다), 한 나라의 국민들은 그 나라 국민의 수준만큼의 정부를 가진다라고 이야기하길래, 그건 그럴 수도 있지만, 이곳은 그렇게 쉽게 이야기하기에는 다른 나라 국민들이 너무 고생한다고 이야기하니, 'sure it is!' 사실, 하나마나한 이야기긴 하지만.

 

투표권이란 것이 어떻게 보면 보잘 것 없지만, 투표권이 없는 선거를 옆에서 지켜보는 것이 투표권이 있는 경우와는 무척 다르다는 걸 실감하고 있다. 길거리를 지나면서 투표등록을 독려하는 운동원들(이 운동의 의미를 이해하려면 아래 링크를 보면 된다)의 팜플렛을 그냥 웃으며 받아 넘기다가도 이상 야릇한 기분이 들곤 한다. 뭐라고 딱 꼬집어 이야기 할 수 없는 그 어떤 이방인의 느낌.

 

얼마전 오마이 뉴스의 연재기사에 미국의 선거를 맞이하여 좋은 기사가 있으니 관심있는 사람은 한 번 찾아가 보시길..여기로. 

 

일반적인 이야기는 위의 링크 기사가 전부 이야기하고 있으니까, 그런 이야기보다 여기저기 쳐다보고 줏어듣고 한 이야기를 해보겠다.

 

특징적인 것은 동네를 걸어다니면서 보면, 자신들이 지지하는 후보의 피켓을 바깥에서 제일 잘 보이는 창문에 붙여 놓거나 문앞에 붙여 놓는다. 그러니까, 민주당을 지지하면, Kerry for president 혹은 Kerry and Edwards 라고 쓰인 신문지만한 크기의 파란 종이를 붙여 놓는다. 물론 자동차 여기저기에도. 이런 것이 이곳의 특징인지 전 미국의 특징인지 알 수 없다. 여하튼 무척이나 많이 보이고 금방금방 눈에 뛴다. 흠..저 집은 민주당 지지파구나...하고.(Bush and Cheny를 딱 한 곳밖에 보지 못했지만...).

 

다른 대통령 후보들도 있다. 미국 언론에서는 물론, 다루지 않는다. 그렇지만 캠퍼스 근처에서 팜플렛을 뿌리며 선거 운동하는 친구들을 볼 수 있다. 네이더보다 훨씬 진보적이고 급진적인 후보들의 출마소식을 들을 수 있다.

 

무엇보다도 나의 관심을 끈 것은, 대통령 선거인단을 뽑는 선거를 할때, 그것 하나에 대해서만 투표하는게 아니라는 것이다. 최근 들어서 TV를 보면 아주 자주 선거에 대한 광고 방송을 볼 수 있는데, 그 모든게 대통령선거에 대한 것이 아니고(이전 글 참고), 법률과 주정부, county정부, 시정부의 법률과 조례에 대한 광고이다. 그리고 곳곳에 그것에 대한 전단이 붙어 있다. 이것도 물론, 그 조례와 법률제정을 지지하는 집 창문에 붙어 있다. 조례를 추진하는 쪽이 TV광고하고도 여유가 더 있으면 아래와 같은 전단을 뿌리기도 한다.

 

 

위 전단은 measure B(법안 B)에 대해서 찬성표를 던지라는 팜플렛이다. 이 법안 B는 내가 살고 있는 도시의 공립학교지원금 삭감안에 반대하고 지원금을 일단 유지하자는 2년 한시법에 대해 찬성표를 던지자는 내용을 가지고 있다. Yes or No로 답하는 투표이다. 이것외에 시에서 세금을 올리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I,J,K measure를 주장하는 파란딱지도 있고...여하튼 알파벳으로 시작하는 법안은 버클리시에 관한 투표이다. 몇가지가 있는지는 확실히 잘 모르겠다. 몇년전에 월마트의 입점에 관한 것도 이런 식으로 해서 부결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TV 광고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캘리포니아 주정부에 대한 proposition이다. 지금 첨예하게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은 터미네이터 주지사가 제안한 주정부의 빚을 탕감하기위한 카지노 설치. proposition 60이던가?? 확실하게 기억이 나지 않지만, 여하튼 그걸 Yes하면 되는 것이고 proposition XX를 Yes하면 않되고...확실히 기억 나지 않네요....또 하나는 Proposition 61. 이건 캘리포니아에서 Stem Cell연구를 허용하느냐 마느냐에 관한 것으로 Yes가 되면 통과된다고 한다. 이것때문에, 파킨슨씨병을 앓고 있는 마이클 J 폭스가 시도 때도 없이 TV에 나와서 proposition 61에 Yes하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근데 propostion이 60개인지는 잘 모르겠다. TV에서 본걸로는 60번과 61번과 50몇번이더라...여하튼 세가지 정도를 기억하고 있다. 정리하면 대통령 선거하면서 알파벳으로 된 시정부의 법안에 대한 찬반투표와 숫자로 된 주정부에 대한 법안의 찬반투표를 동시에 하게 된다. 이 정도가 보고 들은 것이다.

 

잠깐 이야기가 곁가지로 새는 것 같지만, 나중에 충분히 자세히 이야기 해보기로 하고, 국내 문제에 대한 두번의 대통령 토론과 캘리포니아의 proposition 61을 보면서, stem cell 문제가 복잡한 윤리적 과학적 문제를 떠나서 무척이나 정치적인 대립점을 형성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정치적인 대립점은 사실, 슬로건화할  수 있으니, 그렇게 정리하면, '낙태찬성은 스템셀 연구 찬성, 고로 민주당 지지자', '낙태반대는 스템셀 연구 반대, 고로 골수 기독교 신자이자 공화당 지지자' 이다. 전형적인 미국식 대립점인데, 이것저것 차이에 대한 관점은 모두 죽여버리고 찬성과 반대를 공화당(기독교)과 리버럴의 대립구도로 파악해버린다. 여하튼 기독교 근본주의자 부시가 동결해버린 Stem cell연구를 허용하느냐 마느냐의 선거가 대통령 선거와 함께 이곳 민주당지지자에겐 아주 중요한 이슈가 되어있다.

 

잠깐 끝내기 전에 덧붙여 이야기하면, 이런 주민 투표가 무척이나 여러 용도로 쓰이는데, 대표적인 다른 용도로는 부자백인들이 동네를 따로 만들어서, 다른 시로 독립해 버리는 것이다. 그럼 가난한 유색인들을 위해 세금 더 낼 필요 없으니 얼마나 좋은가! 그리고 따로 경찰을 만들면 되니까, 자신들이 세금을 거둬서 자신들의 성을 지켜줄 병사를 키우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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