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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디에고 여행2

Getty Center가 있는 LA는 두번째 가본 것이긴 하지만, 갈때마다 참으로 이상한 느낌이 드는 도시랍니다.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차이나 타운]이라는 영화를 보면 잘 나와있듯이 남 북아메리카 지역은 물이 매우 소중한 곳입니다. 그 곳에 미국에서 두번째로 큰 천만명이 넘는 인구를 가진 거대 도시인 LA와 샌디에고 등등의 도시가 해안가를 따라서 형성되어 있습니다. 날씨가 좋긴 하지만, 강수량이 너무 적어서, 엄청난 토목공사를 통해 물을 확보한 후 일년 사시사철, 인공적으로 물을 뿌려대며, 푸른 잔디와 숲들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멀리서, 언뜻 보면, 이곳이 원래 거의 건조한 사막기후라는 것을 알아차리기 쉽지 않을 정도로 녹지와 잔디가 잘 보전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매일 일정한 시간에 거의 모든 잔디밭에서 물을 뿌려대는 호스들을 보는 것도 처음에는 무척 놀랄 일입니다. 샌디에고에 사는 선배의 말에 따르면, 같은 기후에 비슷한 자연환경이라도 국경근처에서 바라보는 멕시코 해안의 모습은 사뭇 다르다고 합니다. 아마도 이런 자본의 차이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추측은 해보지만, 가볼 시간이 없어서, 그냥 추측으로 남겨둬야 겠습니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이런 식의 커다란 도시를 이곳에 만들어서 유지한다는 자체가 이미 엄청난 에너지의 소모를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여하튼, Getty Center를 둘러보고는 돌아오는 길에 LA를 벗어나 남쪽에 있는(도시 이름은 잊어버렸습니다) 꽤 커다란 한인타운(Orange County 어쩌고 저쩌고 였는데...)에 가서 근사한 저녁을 얻어먹고, 다시 샌디에고의 선배 집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간단한 샌디에고 주말여행을 끝냈습니다. 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가서, 조금 더 일정을 늘려 잡았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후회도 했지만, 나중에 한 번 더 찾아 오기로 하고는 간단한 술한잔으로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하루종일 세아이와 함께 고생하면서도, 저녁식사까지 대접해주셔서 선배와 형수님께 무척이나 고마웠습니다. 언제 한 번 꼭 다시 찾아뵈어야겠죠.

 

출발하기전에 예매 한 기차표대로라면 아침 6시 45분에 샌디에고에서 출발하여, 2시간을 달려서 LA에 도착한 후 약 1시간 30분을 기다려서, 미서부 종단열차를 12시간 정도 타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밤 10시 도착, 버스를 타고 집으로. 새벽같이 근처 Amtrak역으로 가서 남쪽 도시와 도시를 잇는 Pacific Surfliner라는 기차를 타고, 정확하게 예정대로 LA에 도착했습니다. 한가지 특이한 점은 대부분의 도시간 열차도 옆 사진의 대륙종단 열차처럼 이층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전부 이층기차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LA 역에서 보인 거의 대부분의 열차들이 이층이었습니다. 예전에 뉴욕에서 뉴저지의 한 도시에 잠깐 볼일이 있어서 이용했던 기차는 80년대 통일호 같은 것이었는데, 그런 것은 보이지 않더라구요. 사실, 샌디에고를 갔다가 기차로 돌아온다고 한 미국인 동료에게 이야기했더니, 경치가 대단할 것 같다고 하면서도, 들리는 이야기로 "It's never on time (절대로 시간 맞춰 운행하지 않는다던데..)"라고 하더라구요. 그래도 LA에 정시로 도착했었습니다.

역시, 대부분 자가용을 이용하는 도시 답게 천만명이 넘게 사는 도시의 중앙역인 LA union station의 대합실은 이게 전부였습니다. 꽤 오래되어 대충 눈으로 보이는 곳은 깨끗하게 잘 정리되어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즉, 조금이라도 구석진 곳은...--;;). 특이한 점은 보통 이런 공공시설에 허락받지 않고 물건을 팔거나, 노숙자들이 들어오는 것을 경고 하기 위한 경고판에는 'xxx를 위반시 고소당할 것(prosecuted)'이라고 적혀져 있는데, 이 곳은 'xxx를 위반시 체포당할 것(arrested)'라고 되어 있는 것이었습니다. 글쎄요, 많은 여행 가이드에서는, 왠만하면, 될 수 있는데로, 아니 다른 수단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LA 역 근처를 가지마라, 라고 되어 있어서, 내심 걱정했지만 이른 아침시간이라서 그런지, 혹은 몇일전 일어난 London 폭발사고 때문에 많은 경찰들이 돌아다녀서 그런지, 그렇게 위험한 기운이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기름기 덩어리인 미국식 아침식사(계란+소시지+커피)를 하고, 30여분 쯤 앉아 있다가, 이제 출발할까 하면서 안내판을 보니, 기차가 40분 연착할 거란 안내문이 떴습니다. 흠..그래, 하며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다가, 다시 가보니, 1시간 30분 연착할 거란 말이 들리고.. 어이구야, 정말 'never on time'이구나하고 생각하는데, 텍사스에서 출발해 LA로 도착하는 횡단열차가 예정시간보다 5시간 늦게 도착할 거라는 안내문을 보고는, 가장 단순하게 계산해도, 버스가 다닐 때 집에 도착하기는 이미 불가능해졌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부랴부랴 아는 후배녀석 전화기에 마중나와 달라는 부탁을 남겼습니다. 그렇지만, 아직 기차가 언제 정확하게 출발할 지 몰라서, 한 밤12시쯤에 도착하지 않겠냐며, 도착역의 역무원에게 전화로 물어보고, 꼭 와달라고 부탁한 후, 다시 가보니, 앗뿔싸, 2시간 연착 메세지가 떴습니다. 그래서 황망히, 시간 안내판을 사진으로 찍고 있으니, 방탄복에 온갖 총과 탄창, 무전기등등으로 완전무장한 경찰이 다가오더니, 사진찍지 말라고 하더라구요. 왜 그러냐, 라고 했더니, 테러경보가 상향조정되어서, 역의 매점과 안내판등등을 찍는 게 금지되어 있다고 하면서, 그래도 찍고 싶으면 신청서를 내라고 하더라구요. 여하튼 신분증보여주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그냥 갔습니다. 처음에 갑자기 중무장 경찰이 다가와서, 뭐하는거냐 직업이 뭐냐라고 물어봐서, 당황한 나머지 직업을 'scientist'라고 이야기 해버렸더니, 경찰이 약간 황당한 표정을 짓더군요.

결국, LA역에서 거의 네시간을 기다려 기차를 타러 갈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기다리다 지쳐서, 출구로 와 몰려갔더니, 일단 좌석을 배정받아야 한다면서 한명씩 어디로 갈거냐고 물어보고는 이 쪽 칸으로 가라 저 쪽 칸으로 가라고 하는 바람에 또 우왕좌왕하다가, 결국 좌석을 배정받고, 기차에 탈 수 있었습니다. 테러 경보가 상향조정되어서 사진이 있는 신분증이 없으면 기차를 탈 수 없다는 안내방송이 역에서 계속 나왔지만, 2시간 연착에 정신없는 좌석배정때문인지, 신분증과 짐도 건성건성으로 보더니, 출발해버렸습니다.

 

 

이 서부 종단 열차는 해안가 주요도시를 연결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기차 노선이 해안가에 인접해 있습니다. 그래서 이곳 해변의 아름다운 모습을 기차를 타고 천천히 볼 수 있다는 점이 무척좋았습니다. 물론, 곳곳이 외선 뿐이라서, 오는 기차를 기다린다던지 하는 이유로 무척이나 천천히 갔지만, 기차 자체가 이층으로 만들어져 있어서, 높은 곳에서 바라다본 태평양은 무척이나 아름다웠습니다. 아름다운 도시 산타바바라를 거져 지나가다 보면 왼쪽 태평양 쪽으로 무엇을 위한 건물들인지 알 수는 없지만,


 

곳곳에 해안가에 집들이 있고, 반대편은 캘리포니아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잡초로 뒤덮인 낮은 언덕들이 계속 이어져 있었습니다.


 

2시간이나 늦게 출발했음에도, 기차 운행은 여유 만만. 중간중간 역에서 쉴때마다, 담배한대 피실분은 내려서 피고, 허리 운동도 좀하세요..라는 안내방송과 함께, 길게는 20-30분씩 쉬어 갑니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구간과 자연환경이 나오면, 함께 동승한 국립공원 관계자가 설명도 해줍니다. "지금 여러분께서 지나고 있는 지역은 xxx 이고, 왼쪽을 보시면 xxx". 잠깐, 이 열차의 진정한 목적이 무엇인가가 햇갈리고, 단체 관광모드로 바뀌기도 하고, "자 이제, 전망열차(이층 객차의 창문과 지붕을 전부 유리로 만든 곳)와 식당에서, 오늘 저녁 영화 히치를 상영하니, 관심있는 분은 와서 보세요"라는 안내방송도 나오고.... 그렇지만, 예상도착 시간표를 왜 인쇄했을까 싶게, 기차는 연착에 연착을 거듭해서, 혹시, 내일 아침에 도착하는 게 아닐까 하는 두려움과 혹시, 후배는 대합실에서 저녁 10시부터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닐까하는 걱정에.... 시달려 봤자, 달리 해결책이 없기에, 에이, 맥주나 한잔하고 경치나 즐기자며 일층 식당칸으로 갔습니다. 중국 컵라면 하고 달디단 빵으로 일단 허기부터 채우고, 맥주도 한잔하고, 창밖은 계속 태평양. 결국, 예상보다 4시간 20분 늦은 새벽 2시 10분쯤에 도착했습니다. 역에 나와달라고 부탁했던 후배는 밤 12시경 역에 왔다가, 역무원은 다 자고 있고 안내도 없어서, 처음에 약간 황당했다가, 기다리던 다른 사람에게 물어봐서 2시쯤 도착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역에 다시 왔었다고 합니다.


 원칙적으로 미국의 웬만한 도시들은 열차를 이용해서 갈 수 있고, 그 대륙횡단 열차가 20세기 초반 미국자본주의 발전에 엄청난 기여를 했죠. 지금도 아주 많은 화물들이 대륙횡단 열차를 이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옛날옛적 서부에(Once upon a time in the west)]를 보면 그 철도 건설 뒤에 얽히고 섥힌 자본가와 개척민들과 총잡이들의 서부개척 "로망"과 음모들을 볼 수 있답니다. 물론 배경화면으로 대륙횡단 철도의 서부쪽의 실질적인 철도 건설자인 중국인 이민 노동자들의 중노동도 보실 수 있습니다. 동부쪽은 대략 아일랜드 이미 노동자들이..

글쎄요, 다시 철도를 이용할 일이 있을까요?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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