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사진전, 39조 2항 (2) - 총에 대한 기억

  • 등록일
    2009/02/15 14:45
  • 수정일
    2009/02/15 14:45

전시장에서 액자의 크기는 작았지만, 가장 나의 눈길을 잡아 끈 사진은 바로 이 사진.

http://a39c2.files.wordpress.com/2008/11/nohsuntag_024.jpg

(전시 블로그에 저작권 관련 공지가 없어서 일단 링크)

 

나는 이 사진을 꽤 오랫동안 들여다 보았다.

 

*

 

저건 군대에서 사격 연습 때 사용하는 표적이다. 그냥 시커먼 사람 형상의 표적을 쓸 때도 있지만, 처음 입대해서 훈련을 받을 때도, 이후에 사격장에서 총을 쏠 때도 우리가 쏘아야 하는 건 바로 저 표적이다.

 

입대하면 2주 정도 후에 사격을 배우기 시작한다. 바로 총을 쏘는 건 아니고, 먼저 이론을 배우고 소총을 분해/조립/정비하는 법부터 배운다. 조준하는 법을 배우고, 어느 정도 숙달되면 그 때서야 실외에서 직접 실탄을 가지고 사격을 한다. 이 때 조준하는 법을 배우면서 바로 저 표적을 사용한다.

 

조준 연습을 하면서 군인들은 저 표적의 머리를 겨냥하는 방법과, 가슴을 겨냥하는 방법, 배를 겨냥하는 방법을 배운다.

 

처음으로 100미터, 200미터 거리의 표적을 맞추는 사격을 했을 때가 생각난다. 저 표적은 기계장치에 연결되어 있는데 평상시에는 땅바닥에 누워 있다. 그러다가 사격 구령이 떨어지면 시간차를 두고 기계장치에 의해 지면에 수직으로 세워진다. 그러면 총으로 그걸 쏴서 맞춰야 하는 거다. 명중하는 순간, 표적은 지면으로 눕는다.

 

사격장 위에 올라가서 표적을 가까이서 보면 약 5mm지름의 동그란 구멍이 가득하다.

동그란 구멍들이 뽕뽕 뚫려있는 이미지는 묘한 조형미를 느끼게 했다. 진짜 사람의 머리에 총알이 박힌다면, 이마에도 똑같은 크기의 구멍들이 나 있을 것이다....

(사람 머리에 총알이 관통했을 때 뒤통수가 더 크게 허물어진다는 소릴 많이 들었는데 이 글을 참고... http://blog.naver.com/fallinl0ve/20028015212)

 

가슴팍에 소총을 움켜쥔 인민군 복장의 표적은 총을 쏘는 군인이 망설임을 덜 수 있도록 길들인다. 정신교육 시간에는 항상 북한군이 얼마나 위험한 집단인지,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는 집단인지를 반복해서 배운다. 그리고 최소 2년 간 저 표적을 겨냥하는 방법을 반복 연습한다. 유사한 이미지가 눈앞에 나타났을 때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징집된 많은 병사들은 '차마 전쟁이 나랴'는 생각을 하면서 방아쇠를 당긴다. 제한된 시간 내에 저 표적에 20개/40개의 구멍을 정확히 만들어 내면, 그들에겐 4박5일 짜리 포상휴가가 주어진다. 전국 곳곳에서, 60만 명이, 그러고들 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