ㅎㅎㅎㅎㅎ 가만 글을 읽고 나니, 대한민국 군부를 위시한 지배적 엘리트(내지 민족 부르주아지)들의 자유대한 정체성이란 게 그 태생상 기껏해야 미빠질과 북까질로 생겨난 "공백" 같았던 건데, 이젠 그런 공백조차 더는 용납이 어려울 정도로 미빠/북까질이 이데올로기적인 포화 지경에 이른 게 아닐까 싶어지네요.^^
북한에선 씨도 안 뿌렸다는데 남한에선 습관성 상상임신 증세를 보이며 악마의 씨앗을 잉태했다는 자신을 볼모 삼아 자해공갈 짓거리를 펼치고 있는 셈이죠. 이젠 그만 할래도, 혹은 습관대로 질러도 내심 뒷수습이 걱정이랄까요. 남북 정부 간에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긴 하지만, 그렇더라도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양측 지배권력의 드잡이질에 섣불리 말리지 않도록 하는 일이 중요할 텐데..;
정말이지 천안함 건으로 한국산 지배 블록에서 선동하고픈 위기란, 남북관계 악화는 페인트고,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지배 블록의 이데올로기적 위기 내지 안쓰러운 레파토리 고갈의 징후를 드러내는 것이기도 한 듯도 싶은 것이.. 굳이 천안함 건이 아녔어도 사실 산 넘어 산인 마당에요.ㅋ; 실용정부의 행보를 마냥 우울하게만 볼 건 아닌 이유도 어쩜 여기 있잖으까요. 지금 저런 식이면 현 정부를 계승하겠다는 세력의 이데올로기적 운신의 폭까지 비좁게 만드는 게 아닌가 싶어서..
물론, 이보다 더 중요한 건, 지배 블록 처지에서 첩첩산중인 이런 상황을 정치적으로 반전시킬 (좌파적인 개입의) 레파토리는 그럼 뭐겠냐이겠습니다만.
천안함은 아마도 영구미제사건으로 종결될 듯 합니다. 엎지른 물이 보통 심상찮은 것이 아니어서 말이죠... 건 그렇고...
적어도 '경제위기'라는 공포감을 조성해서 정권을 획득한 장본인들이 이제 곰팡내가 물씬나는 '안보위기' 조성으로 덕을 보려는 건 도끼로 제 발등을 내리치는 일이라고 봅니다. 70년대와는 달리, 지금은 '안보위기'가 곧장 북한에 대한 응징으로 내력을 응집시키는 효과를 발휘하기보다는 좋은 게 좋은 걸로 가자는 분위기로 선회할 가능성이 크죠. 무엇보다도 이 땅의 인민들이 70년대와는 달리 전쟁나면 잃을 것이 너무 많아진 탓일 터이지만...
차후 정권을 누가 잡던, 박근혜나 정몽준은 물론 노무현의 계승자들을 막론하고, 이 땅의 보수들은 이번 정권을 기화로 너무 쉽게 자신들의 천박함을 다 드러냈다고 할까요. 물론 이 천박한 자들이 펼쳐놓는 천박한 전망에 휩쓸리는 대중의 천박함이 눈에 보이는 저들의 천박함을 기화로 정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어쨌든 자신들이 몰빵으로 찍었던 자들의 저열한 모습에서 대중의 '각성'이 일어날 가능성이 백만분의 1이라도 그 잠재성을 확보한다는데에 미래의 희망을 걸어볼까 합니다.
물론 기껏해봐야 책임자 처벌 운운의 선에서 슬로건이 한정된 이 땅의 좌파(인척 하는 사람들 포함한 사람)들이 획기적 상황반전의 틀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긴 어렵지만, 척박한 현실이라는 것이 가공의 가능성 자체를 폐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볼 때, 기왕 터뜨린 구라의 향연이 반전을 위한 선동의 역할 정도를 해주길 바라는 것은 행인의 욕심일지도 모릅니다. ㅎㅎ
어쨌든 이번 사건을 통해 이 땅의 진보가 여전히 휴전선 앞에서 걸음을 멈추어야 하는 현실을 재삼 확인하며 씁쓸한 마음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ㅜㅜ
네,, 지배권력-체제의 '성공'이라고 저쪽 스스로 여기는 상황 자체가 초래하는 모순 내지 난점은 어떤 것일지 "무자비하게" 들여다 봐야 하지 않겠냐, 그게 바로 현실을 부정하고 미래를 긍정할 희망의 창 아니겠느냔 정도로 이해해 주시면..^^
한편으론, 역사적 지배 블록의 꼬인 스텝이 이렇듯 민망하게 우습게 드러날 정황이라면, 반체제 진영임을 자처하던 쪽에서도 북한이 용의선상에 들거나 말거나 대항의제를 쳐볼 만한 거 아닌가 싶거든요. 헌데 제가 보기엔, 이른바 좌파 진영은 남북관계-통일 관련 의제를 통일운동 진영에 그저 내맡기다시피 한 채 계급형성의 정치에 내적인 성분으로 인입하지 못한 상태 같고, 통일운동 진영한테 이런 대항의제를 치고 나오길 바라는 건 한마디로 언감생심 같어요. 동아시아 분단 체제의 이른바 '특수성'을 자본주의적 모순의 일반화된 형태로 고양할 능력도, 의지도 사실상 부재한 상태가 아닌가..ㅎ 고양하긴 커녕, (지난 민주정부 집권기 동안에도 그랬지만) 요즘 민주노동당의 행보에서 보이듯 비주류 자유주의 진영의 이데올로기적 보완재 내지 '끓는 피'로 포섭되고 있는 상황이져.
이리 보면, 1980년대 이후 반체제 운동 진영에 고착화된 내부 지형 또한 "이 땅의 진보가 휴전선 앞에서 걸음을 멈춰야 하는 현실", 즉 문제적 상황의 일부가 '됐음'을 겸허히, 아니 고통스럽게 인정해야 하지 않을지.. 뭐 요즘 (특히 행인님의 이 글을 보면서 든^^) 제 생각은 이렇슴다요.
맞아요... 저의 답답함도 여기서 출발하죠. 사건의 발생이라는 것은 그것이 필연이건 우연이건 간에 발생 이전의 판단을 우리에게 요구하지 않죠. 할 수 있는 건 오직 사건이 일어난 후에 그 사건을 판단하고 거기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 것인데, 그 의미라는 것은 자신의 위치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구요. 당연, 한나라당이 부여하는 의미와 그에 대당하는 측에서 부여하는 의미는 달라야 하는데, 정작 지금의 문제는 눈에 보이는 적으로서 북한이라는 존재를 삭제한 "대항의제"라는 것을 전혀 생성할 수 없다는 거죠... 이게 남한 진보의 한계일 수도 있고 상황이 그렇게 만든 것일 수도 있겠는데(물론 저는 전자라고 봅니다), 결국 휴전선 앞에서 멈추는 남한 진보운동의 한계는 거기까지밖에 담론을 생산하지 못하는 남한 진보운동 자체의 본원적 한계일 수밖에 없겠죠.
"문제적 상황"은 이미 오래 전에(남북전쟁 직후부터) 인정하느냐 마느냐 하는 단계를 넘어갔다고 봅니다. 아픈 것은 바로 이 한계상황을 스스로 일종의 마지노선으로 설정해버린 진보참칭세력의 설레발이가 어떤 변혁의 의지를 내부로부터 잠식해버리고 있다는 거구요. 더 아픈 것은 이런 기생적 걸림돌을 효과적으로 해소해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자괴감일 터이구요. 아무튼 잡설에 덧붙이기에는 너무 훌륭한 코멘트를 더해주신지라 고맙습니다. 결계를 푼 보람이라고나 해야할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