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ssee님과 디디님께 드리는 공간

2008/11/27 14:37

행인님의 [27년 교직생활이 남긴 것] 에 관련된 글.

걍 기분 내키는 대로 (키보드를) 쳐 갈기는 것으로 대충 끄적여 올려놓는 행인의 씨잘떼기 없는 글에 fessee님과 디디님이 덧글로 훌륭한 글을 남겨주셨다. 본글보다 훌륭한 덧글들을 본글 아래 놔둔다는 것이 여간 섭섭한 것이 아니라서 두 분의 말섞기를 아예 새로 포스팅해본다. 물론 사전 허락을 받은 것은 아니나, 두 분 모두 흔쾌히 동의하시리라 믿는 바가 있는 데다가, 이 블로그의 쥔인 행인은 이렇게 할 권리 내지는 의무가 있다고 생각된다.

 

이하는 두 분이 올려주신 덧글이다. 당연히 트랙백을 건 행인의 포스팅 "27년 교직생활이 남긴 것"에 달린 글이다.

 

행인이 fessee님이나 디디님처럼 현장의 깊은 내막까지 다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간혹 행인도 강의라는 것을 하는 입장에서 학생들의 행동에 대해 때론 화가 나기도 하고 때론 좌절하기도 하지만, 행인에게 강의를 듣는 학생들은 대부분 성년을 훌쩍 지난 연령대의 사람들인데다가 폐쇄적인 초중고라는 공간에 갇혀 있는 사람들도 아니다. 따라서 fessee님이나 디디님이 겪고 있는 상황, 또는 그 심정은 그분들의 목소리로 직접 듣는 것이 훨씬 좋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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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ssee  2008/11/26  
제 주변의 2, 3년차 교사들, 혹은 교사를 준비하는 이들 중에도 "(가끔은 뒈지게) 줘 쎄리 패야 댄다."고 이야기하는 이들이 있답니다.

"체벌의 교육적 효과"란 걸 어느 정도 인정하는 이들이 "체벌"과 "폭행"을 구분할 수 있는 명확한 법적 정의와 제약의 명시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말을 흐리는 게 참 이해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만.... (어떤 형태로든 다른 사람에게 물리적 제약을 가하는 것이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그 물리적 제약을 통제할 많은 수단을 수용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물리적 강제는 아주 근본적으로 "좀 더 효율적으로" 행사하고 싶은 유혹에 시달릴 수밖에 없고 그 때 상상하기 어려운 모습으로 변신할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다만 "지식 습득의 강제" 혹은 "학내 질서의 유지"의 수단으로서 물리적 강제의 효용을 긍정할 뿐 학생이 염색을 하건 뽀글 파마를 하건 빤쓰만 입고 학교에 오건 학교 밖에서 담배를 피고 술을 마시건 큰 상관은 없다고들 이야기하는 것이 포스트에 등장하는 교사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는 것 같습니다. (마치 서양에서 100여년 전에 '아동"과 "사생활"이라는 것이 생겨나는 과정과 유사하다는 느낌을 받아 슬프기는 합니다만...)

위의 등장 교사나 제 주변의 새내기 (혹은 예비) 교사들이나 체벌의 효용을 긍정한다면 그들은 국가의 물리력 행사(이를테면 경찰장구 및 무기의 사용)에서와 마찬가지로 "체벌"이란 것의 정의와 제약을 명시해서 체벌을 "양성화"할 것을 요구하는 게 옳지 않을까 합니다. "

"지식습득의 강제"나 "학내 질서의 유지"를 위한 "체벌"의 결과로 발생하는 교사의 품위 상실 -학창시절 야구 방망이, 당구채, 죽도, 목검, 크리켓 배트 등을 휘두르는 교사(-_-;;;)의 모습이 품위 있어 보인 적은 없습니다.-과 교사 개인의 실질적인 생명, 신체의 위협 등만을 고려하더라도 말이지요.(고2 때 저의 모교(-_-)에선 자퇴한 학생이 그 간의 가혹행위와 인격 모독에 앙심을 품고 교사를 흉기로 찌른 사건이, 최근에는 그 인근 학교에서 30대 졸업생이 재학시절 "은사"를 살해한 일이 있었으니 "실질적인 생명, 신체의 위협"을 무릅쓰는 행위라 할 만 하겠죠.. 그 위험을 무릅쓰고 "체벌"을 하는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군요 -_-;;;)

학교와 관련된 문제들을 생각하면 언제나 가슴이 답답합니다. 과연 어디까지가 존중하고 보호해 주어야 할 영역인지...
"평소 괴롭히던 친구"를 살해하고 "100대 체벌"이 난무하는 그 지점까지도 "국민교육의 성역"으로 그 모든 구성원을 마지막까지 보호하려 애써야 하는 것인지...
또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
("평소 괴롭히던" 친구와 "100대" 체벌은 정말 우스운 형용모순이 아닌가 합니다. "평소 괴롭히던 학생(혹은 웬수?)"나 "100대 구타"가 더 정확한 표현이 아닐지...)

상담 전문 교사의 충원과 교사가 처리해야 할 행정 업무의 최소화, 소년범에 대한 계도와 교정의 전문화를 통한 (학교를 포함한) 일상 사회 복귀 가능성의 제고, 가부장적이고 권위주의적인 교권의 담지자가 아닌 현대 교육의 담당자로서 교사의 위상 재확립도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도 "생산직 노동자도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 "육체 노동이 골병과 빈곤을 부르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교육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 아닐까 합니다. "사무직과 전문직에 대한 열망"이 "높은 교육열"로 이어진 것이 "대학만 바라보는 중등교육"에 따른 작금의 여러 문제들의 아주 중요한 원인 중 하나일 테니 말입니다.

무거운 포스팅에 횡설수설 댓글이었습니다. ㅋ
디디  2008/11/27  
백만퍼센트, 행인사마의 글에 동의(하는 정도가 아니라, 바로 그렇게 말)하면서도. 막상 교실에 있으면 다 때려 죽이고 싶은 순간이 있으니 클 -_-; (물론 꾸욱, 꾸우우욱 -_- 하늘을 보고 심호흡을 합니다. 호호호) 죄업는 헤어와 파숑을 들먹이는 건 그야말로 논점이탈이라고 보고. "육체 노동이 골병과 빈곤을 부르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교육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라는 생각엔 백번 동의. 낡고 닳은 도덕책의 구절 말고는 도무지 사람을 존중할 이유가 없는 현실 속에서 아이들은, 자아를 형성하는 중이니까요. ㅠㅠ
fessee  2008/11/27  
디디님/ 분명 학교 다닐 때는 그 "때려 죽이고 싶은" 학생이었음에 틀림 없는 저도 막상 교생을 나가보니 "때려 죽이고 싶은" 학생이 있더라는;;;; (교사를 하지 않기로 결심한 이유 중 하나지요)
개인적으로 "체벌"에 긍정적이긴 합니다만 그 "체벌"이란 게 "학생다운" 단정한 용모를 유지하게 하는 데 사용되거나 "때려 죽이고 싶은" 충동을 부분적으로 충족시키는 데 사용되는 것은 반대합니다.
그래서 체벌을 찬성하는 이들일수록 체벌에 대한 상당한 수준의 제약을 수용하고 적극적으로 제안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흠흠...
디디  2008/11/27  
fessee/ 음 +_+ 전 학생다운 단정한 용모를 싫어하고요. 체벌도 싫어해요. ㅎㅎ (그렇게 안읽혔다면 죄송 -_- 그런 뜻이었는데)
fessee  2008/11/27  
디디/그렇게 안 읽혔으니 염려 마십시옹...
걍 디디님의 "때려 죽이고 싶은" 학생의 존재에 공감을 표하고 싶었을 뿐... ^^
(행인님 블로그에서 뭔짓인지.. 디디님을 위해서라도 블로그를 만들어야 하나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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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스러운 지점은 fessee님이 블로그를 개설하실 경우 뻥구라닷컴의 저질 포스팅에 질린 수많은 독자들이 fessee님의 블로그로 죄다 옮겨가심으로써 뻥구라닷컴의 흥행에 막대한 손실을 끼칠지 모른다는 점이다. ㅠㅠ
그러나 fessee님이 블로그를 개설하신다면 행인 역시 fessee님의 블로그에 자주 찾아가 뵈는 광영의 껍딱지라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오지 않을까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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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ssee, 광영의 껍딱지, 디디, 블로그, 체벌, 학생인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