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9.30. 오늘의 잡감

국정에 대한 불만이 정권에 대한 불신으로 표명된 건 이미 오래전부터다. 30% 언저리를 맴돌다 20%까지 지지율이 떨어진 건 지표상의 기록일 뿐이다. 골수라고 하기조차 민망한 주변의 이해당사자층 4~5%를 제외한 나머지 국민은 사실상 윤석열 정권에 대한 기대가 없다. “검사 위에 도사, 도사 위에 여사”라는 말이 횡행한다. “윤석열은 김건희가 돌리는 AI”라는 비아냥마저 묘한 설득력이 있을 정도다. 생성형 AI 챗봇들의 문제로 지적되는 소위 ‘환각(hallucination)’ 현상이 윤석열에게서도 유사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기존 데이터로 정보를 조립할 줄은 안다. 여건이 되면 끊임없이 말을 늘어놓는다. 모델이 불명확하거나 사실이 아닌 내용을 사실인 것처럼 구라를 친다. 결정적으로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른다. 다만, AI 챗봇은 자신이 AI이므로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인정하는 반면, 윤석열은 스스로 전지전능을 자신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다. AI로 의심받고 있는 윤석열이 취임 이후 지금까지 자신의 과업으로 제시하고 있는 게 “AI 강국 건설”이라는 것도 아이러니고.

윤석열의 지지율이 20% 선에서 오르내리는 상황이고, 조국을 비롯한 탄핵의 쇄빙선들이 전방 압박을 펼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의 탄핵 빌드업이 착착 진행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과 그 아류들이 의회의 3분의 2 가량을 장악하고 있음에도, 기껏 하고 있는 건 장관이나 검사에 대한 탄핵을 발의했다가 기각당하거나, 김건희 특검법과 같은 권력 핵심을 건드리는 법안을 의결했다가 윤석열로부터 도돌이표나 찍혀 팽개침을 당하는 선에서 역량을 과시하고 있을 뿐이다. 윤석열과 국민의힘에서 멀어진 민심이 더불어민주당으로 가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용산의 거부권 남발을 탓하며 달랑 몇 석 모자란 200석 고지에 대한 아쉬움을 유권자들의 탓으로 돌리는 게 속내의 전부다.

정작 대중은 윤석열 조기 강판을 요구하며 폭렬하지 않고 있다. 박근혜 탄핵 이후 벌어진 일련의 권력작동을 본 대중들은 한 번 속지 두 번 속을까 보냐는 태세로 정치권을 지켜보고 있을 뿐이다. 박근혜를 권좌에서 끌어 내린 후 더불어민주당 집권기에 대중은 “그 놈이 그 놈”이라는 고금의 진리를 뼛속에 각인시켰다. 그 추운 겨울 내내 ‘정상국가화’를 목표로 거리에서 싸웠지만, 그 성과물은 기껏해야 5년 집권의 성과가 평양냉면에 대한 환상을 깬 것에 그친 문재인 정권이거나, 조국수호가 검찰개혁이라는 해괴한 논리로 무장한 ‘조국기부대’의 가치관 전도나, 이재명의 생존이 유일한 정치적 사명이 되어버린 ‘개딸’ 천하를 만든 것에 그쳤다는 것을 대중들은 잊지 않고 있다. 그 상처는 이제 윤석열 다음에 누가 될 것인가라는 궁금증마저 버리게 만들었다.

대중들의 실망은 단지 국민의힘이나 더불어민주당이라는 보수 양당과 그 지지자들에게 한정되지 않는다. 불편부당함을 신뢰의 근거로 삼는 시민사회 조직 세력의 이중 잣대와 당파성은 대중들이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외면하게 된 근거가 되었다. 대통령 서거가 끝나나자 마자 퇴진 운동을 시작하면서 촛불을 운운했던 김민웅 류를 보며 대중은 대선 불복을 떠올렸다. 유권자로서 자신들이 참여한 선거의 결과를 일단 수용하려던 대중의 입장에서 김민웅 류의 행위는 유권자로 하여금 도대체 내가 한 선거는 어떤 의미였는지를 회의하게 만들었다. 지금 탄핵이라든가 정권교체를 이야기하면서 더불어민주당류와 행보를 같이 하는 시민조직들을 보라. 그들은 민주당류가 집권하고 있을 때는 정권에 상당히 유화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문재인 정권 내내 저들이 강도 높은 대정부 투쟁을 결의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대중들은 의아한 거다. “그 놈이 그 놈”인데 이 고결한 시민사회의 대표자들은 왜 국민의힘만 아니면 되고 더불어민주당이라면 그저 한 수 접어주고 시작하는가? 민주당 정권 들어서면 또 ‘우쭈쭈’하면서 정권 친화적 행보를 보일 자들이 현 정권의 탄핵을 외치는 것에 동의하기가 어렵다.

바로 이 대목에서 아쉬운 것이 보수양당과 대치할 수 있는 진보/좌파의 정치적 역량이다. 현재 시점에서 이 역량은 고갈되었거나 또는 무능하다. 정권심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곤혹스럽고 안 내기도 마찬가지다. 대중들은 진보/좌파정치세력을 더불어민주당의 아류 정도로 볼 뿐이다. 여기서 한 발 더 내디딜 특단의 정치적 결단과 치열한 행동이 필요하다. 누가 언제 어떻게 이걸 만들어낼 수 있을지 암담한 게 지금의 사정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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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30 11:49 2024/09/30 11: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