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권분립이 녹아내린다
메모 계속...
체제가 녹아 내리고 있다는 걸 실감하게 만드는 건 민주공화정 운영의 대원칙 중 하나로 여겨왔던 삼권분립체계가 형해화되고 있다는 점.
삼권분립의 핵심은 입법, 행정, 사법 간 견제와 균형.
로마 공화정이 몰락하고 제정으로 전환되게 된 원인 중 하나가 권력의 집중이었음을 간파한 몽테스키외가 권력을 기능(입법, 행정, 사법)별로 분리하여 각각에 맞는 기구를 편성해 독립적 권한을 주도록 설계.
권력의 분산과 각 권력 간 견제와 균형은 이권분립이든 삼권분립이든 아니면 그 이상으로 분립하든 간에 반드시 필요한 요소
삼권분립의 경우, 견제와 균형이 가능하기 위해선 권력의 세 축이 같은 무게의 힘을 가지고 있을 것
"특정 권력의 일방적인 우위를 배제하고 각 권력기관의 본질적 기능을 조화롭게 유지하면서 궁극적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자 하는 것이 권력분립원칙이 추구하는 이상(理想)"(2021.1.28. 2020헌마264, 681(병합)
2025년 현재, 한국의 삼권분립은 삼권 독주로 변질
견제를 초월한 적대가 만연하고 균형은 아예 상실된 상태
입법부는 원내 보수양당의 힘겨루기만이 남은 채 정치적 방향설정도 못하면서 행정부와 사법부를 비난하기 바쁘고,
행정부는 입법부의 결정과 사법부의 결정을 깡그리 무시하고
사법부는 구색을 갖추는 수준에서 결정을 할 뿐 입장에 따라 법 창안적 행위를 하거나 시간 끌기를 하고...
결국 이 사달을 통해 알 수 있는 건, '삼권분립'은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대한 권력기관 간의 합의에 불과하며, 이 합의는 어떤 촉발점에 의해 얼마든지 깨질 수 있다는 것
권력분립의 합의가 깨지는 순간 '헌정질서'라는 건 허구일 따름이며, 모든 국민에게 있다는 주권의 작동기능이 마비된 상태에서 남는 건 체제의 붕괴
태양이 내일 솟을 것을 의심치 않기에 일상을 지속할 수 있듯,
체제가 유지될 수 있음을 신뢰할 수 있을 때 일상이 지속되는데,
이러한 신뢰가 다 깨지는 현실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지금은 삼권분립이라는 작동방식이 탈없이 작동하게 만들 수 있는 힘은 무엇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헌법의 선언을 상기
브레히트가 그의 시 '바이마르 헌법 제2조'에서 묻는 것처럼,
"국가의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그런데 나와서 어디로 가지?"라고 물어야 하는 시국
지금 상황은 그 뭔지 모를 주권이 "아무튼 어디론가 가기는 가겠지"라고 체념하고 말 것인지
그 "어디"를 주권자가 직접 찾아줘야 할 것인지를 판단해야만 할 시기가 된 듯
그런데 또 꼬리를 무는 문제는, 주권자는 의사의 통일체로서 기능하고 있는가?
주권자를 구성하는 낱낱의 인자들이 일관되게 그 "어디"를 가리킬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주권의 행사가 담보해야 할 민주적 정당성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