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총선에서 그나마 눈여겨 볼 지점은
총선이 엿새도 채 남지 않은 지금.
공보물까지 받아봤지만, 글쎄다...내 기억에 이렇게까지 비전이고 정책이고 뭐고 없이 쓰레기 같은 총선이 있었던가 싶다. 다만, 그나마 공보물 중에 빵터지게 만든 거라도 있어 다행이지. 다름 아니라 조국당 공보물. 이건 기냥 공보물이 아니라 화보구만. 없는 내용을 빠숑으로 땜빵하려는 건지. 이것들은 왜 정당을 하는지 모르겠다.
완전 개판으로 돌아가는 선거판이라 아주 힘이 쪽쪽 빠지는 시간들이 가고 있다. 그런데 그 와중에 이런 뭣같은 선거판에서조차 짚을만한 의제가 보인다.
아마도 이번 선거는 소선거구제 지역구가 가지고 있는 치명적 문제점이 극단적으로 드러나는 선거가 될 것이다. 더불어 비례대표제가 가지고 있는 일단의 효용성이 확인되는 선거가 될 것이다.
일단 소선거구제 지역구가 가진 문제점은 이게 지역정치를 완전히 왜곡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보수양당의 후보공천과정에서 확인되었듯이, 지역구 후보라는 게 그 지역의 특수성이고 나발이고 관계 없이 중앙당에서 누굴 갖다 꽂느냐가 중요할 뿐이다. 지역에 착근하여 정치활동을 했는지는 문제가 아니다. 향후 그 지역에서 제대로 지역 현안에 대한 대응과 정치적 해결을 할 것인지도 묻지 않는다. 지역 유권자나 당원들의 의향 따윈 선거에서 표로 확인하면 그뿐이다. 오로지 중앙정치의 이해득실, 또는 더 나가 패권세력에 순종하는지 여부만이 지역구 후보가 될 자격요건의 전부다.
그러다보니, 그 지역에 살지 않아도 좋고 타 지역구의 현직의원일지라도 당에서 꽂아주면 다른 지역구의 후보가 되어 출마한다. 이 경우, 지금 현직인 지역구의 유권자들은 기껏 4년 동안 자기 지역구에서 활동한 것에 대한 평가를 해야 하는 판국에 덜렁 다른 곳에서 출마를 해버리니 평가고 나발이고 할 것이 없어진다.
국회의원이 아무리 국가의 대표라지만, 지역구 의원으로 정치를 한다는 건 그 지역을 정치적 기반으로 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따라서 지역의 의제와 현안에 대한 우선적이고 능동적인 대응을 책임의 내용으로 한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 보듯, 이런 원리원칙이라는 건 그냥 교과서에나 나오는 이야기고, 지역 유권자야 모르겠고 중앙에서 가라면 가는 게 정치생명 연장의 꿈을 이루는 길이 된다.
이렇게 지금의 소선거구제 지역구 의원 선출은 지역정치를 왜곡하고 유권자의 권리를 침해한다. 그런데 선거정국이 흘러가면서 이런 폐단이 줄기차게 드러나고 있지만 정작 소선거구제에 대한 비판은 그리 많이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엉뚱하게 비례제도가 얼마나 흉악한 제도인지, 이걸 정치개혁이라고 올려놓은 잡것들이 얼마나 멍청한 것들인지에 대한 비난은 강해진다.
하지만 오히려 이번 선거는 그나마 비례대표제가 가지고 있는 일단의 효용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물론 선거가 끝난 후에는 이러한 예견과는 전혀 다른 결과가 발생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돌아가는 정황을 보면 어떤 계기로서 이번 선거를 주목하게 만드는 요소가 있다. 확인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르는 비례대표제의 효용이라는 건 바로 선택의 다양성 보장이다.
일단 46석의 비례의석은 국힘, 더민련, 조국당이 3분을 할 거다. 46석에서 35-40석을 이 세 당이 나눠 가질 것이다. 문제는 첫째, 조국당의 성격을 어떻게 평가할 것이냐, 그리고 둘째 기껏해야 많으면 10석에서 적으면 6-7석의 잔여의석이 어떻게 나눠지는지이다.
많은 사람들이 조국당을 21대 총선에서 열민당과 같은 포지션에 놓고 이야기들을 하는데, 그건 정확하지 않은 판단이다. 조국당이 비록 지민비조니 뭐니 헛소리를 하면서 더불과 우호정당 내지 자매정당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사실 조국당은 그보다는 훨씬 독립적인 정당임과 동시에 비례전문당의 성격을 명확히 하고 있다. 만일 소선거구제 지역구 선거가 없이 전면 비례제도였다면 비례전문당이라는 게 있을 필요조차 없었겠지만, 지금같은 제도 안에서도 흐름을 타면 비례전문당이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이다.
한편 나머지 비례의석의 경우, 내 예상은 다양한 정당에 분할될 것으로 보인다. 녹정당은 최대 2석이라고 보는데, 그렇게 되면 잔여의석은 최대 8-9석, 최소 4-5석이 된다. 이게 21대 총선에서는 비례 47석이 5개 정당에게 돌아갔는데(더시당, 미한당, 정의당, 국당, 열민당) 이번 22대 총선에서는 이보다는 더 많은 정당이 나눠가질 확률이 높아졌다.
기껏해야 1~2석 차지하는 정당이 늘어난다는 걸로 침소봉대하는 거 아니냐고 할 수 있으나, 이런 결과는 찍을 정당이 많아지면 다양한 선택 역시 가능하다는 걸 보여준다고 봐야 한다. 즉, 비례대표가 많아지면 더 다양한 정당이 원내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을 확인하게 된다는 거다. 바로 이런 특수성 때문에 보수양당이 죽자고 비례대표제를 축소하려 안간힘을 쓰는 건데, 이런 현상은 보수양당의 패악질을 지적할 수 있는 효과적인 무기가 될 것이다.
거듭 이야기하지만, 아직 뚜껑을 까보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예단을 하는 건 섣부를 수 있다. 뚜껑 깠더니 국힘, 조국당, 더민련이 싹쓸이를 할 수도 있고, 다른 정당들은 아예 명함도 못 내밀 수준이 될 수도 있다. 그건 그때 가서 다시 이야기하고.
어쨌든 최악의 개떡같은 선거판일지라도 이런 정도 유심히 들여다볼 구석이 있다고 생각은 해야 자포자기를 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총선 정국이 지나면 다시 정치판을 재구성할 수 있을 것인지조차 의심스러운 나날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