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가지 풍경

2009/01/29 12:38

풍경 1

 

설날 며칠 전에 학교 앞에서 밥을 먹는데, 바로 옆자리에서 두 명의 학생들이 밥을 먹고 있었다. 보아하니 선후배사이 같은데, 아마 후배되는 학생이 군입대를 앞두고 있는지 선배되는 학생이 지 군대생활 이야기며, 뭐며 이야기를 하더라. 거기다가 외국나가서 만난 사람들 이야기도 하고, 울라불라...

 

그러다가 후배되는 학생이 어머니 이야기를 한다.

 

후배 : 저번에 울 엄마가 친구들이랑 놀다 와서는, 제 방에 들어와서, 오늘 친구가 딱 네 얘기를 하더라... 그 친구 왈, 세상에 기름값도 오르고 뭐도 오르고 뭐도 오르지만 딱 두 가지 안 올라가는 것이 있는데, 하나는 남편 월급, 다른 하나는 애 성적... 그래서 내가 뭐라고 했는지 아세요?

선배 : 뭐라 했는데?

후배 : 엄마, 나도 안오르는 거 하나 있는데... 내 용돈... 그랬더니 아무 말씀 안하시고 나가시더라구요. ㅋㅋ

 

흠... 그거 말 된다. 그럴싸 하네. 근데 궁금한 건, 나이 스물 넘어가면 지 먹고 사는 건 지가 알아서 해결해야 하는 거 아닌가?

 

 

풍경 2

 

용산 참사 일어나고 나니 방학중인 학교에도 누군가가 대자보를 만들어 게시했다. "이명박 퇴진하라~!" 뭐 이런 제목의 대자보였다. 학생회관 앞 자보판에 붙어 있는 대자보, 사실 좀 꾀죄죄해 보인다. 기왕 만들어 붙이는 거 좀 잘 해서 붙이면 어디가 덧나나...

 

그런데 그 앞에 남학생 하나, 여학생 둘로 이루어진 일행이 지나가다가 언뜻 남학생이 대자보를 보면서 잠깐 멈춰 섰다. 아주 잠깐... 정말 2~3초나 걸렸을까 하는 시간 동안 슬쩍 쳐다보더니 다시 발걸음을 돌리면서 꽤나 큰 목소리로 이죽거렸다.

 

"촤쉭덜... 지들이 먼데 대통령 퇴진하라 마라야. ㅎㅎ"

 

더 재밌는 건 이 남학생의 말이 전혀 우습지도 않고 오히려 기가 찰 노릇이었는데, 옆에 있던 두 여학생이 까르르 하면서 웃는 거다. 왜 웃지? 뭐가 웃기지?

 

그 짧은 시간에 대자보의 내용을 다 읽었을리는 만무하고, 아마 제목만 얼핏 봤겠지, 누가 붙였는지 대자보 작성자의 명의 정도까지는 봤을 수 있겠다. 그런데 왜 용산참사에 대한 그 글을 보며 그 학생은 가소롭다는 듯이 피식거렸고, 그 피식거림을 보며 다른 학생들은 까르르 깔깔 거리며 웃고 갔을까?

 

 

풍경 3

 

생활도서관 후배들이 자본론 스터디를 하고 있다. 지들끼리 심각하게 발제를 하고 토론을 하는 목소리를 듣다보면, 아 그래 그런 대목이 있었지, 아 쟤들은 저 대목을 저런 식으로 이해하는구나, 어라? 이 중요한 대목을 왜 건너뛰지? 뭐 이런 생각들이 들곤 한다.

 

어쨌거나 지금 이 시대에 학부생들끼리 모여앉아 자본론 스터디라니. 이건 뭐 천연기념물을 보는 듯한 느낌이 팍팍 든다능... 곰팡내 팡팡 풍기는 선배들의 땀냄세 베어 있는 그 책들을 부여잡고 설익었지만 열띠게 이야기를 하는 후배들을 본다.

 

나중에 밥이나 사줘야겠다.

 

 

뽀놔스

 

설날 귀성길에 벌교까지 가는데 14시간이 걸렸다. 눈은 오고, 길은 막히고...

한국땅이 이렇게 큰 땅인지 처음으로 실감했더랬다.

 

4일간 설을 보내면서 무려 2Kg이 늘었다능...

이건 인간이 아닌기라...

짝꿍에게 꾸중들었다. 그만 좀 처먹어대라고...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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걍 심심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