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모르겠다

2009/02/12 16:42

며칠 간, 뭔가 키보드질을 해야겠다싶을 일들이 너무 많았는데, 결국 블로그에 글을 올리지 못했다. 어차피 귀차니즘으로 무장한 게으른 블로거이다보니 불질을 하거나 말거나 사는데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의 경우는 좀 다른 듯 싶다.

 

내 마음의 상태를 글로 실어서 어딘가 올린다는 것, 그것이 장롱속에 숨겨놓은 일기장이 아닌 다음에야 누군가에게 소통을 요청하는 것일 터인데, 지금 난 그러한 소통을 할 수 있는가? 혹은 자격이 있는가? 더 나가서는 지금 그게 가능한가?

 

쥐뿔도 없는 온라인의 장삼이사 중 하나일 뿐인 사람이 자신의 게으른 불질을 변명하기 위해 너무 거창한 단서를 찾고 있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하지만 요 며칠 정말 글을 올릴 수 없었다. 이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역사의 기록? 그건 걍 웃음나오는 소리일 뿐이고. 자위행위에 다름 없는 자족을 위한 구라? 그거 계속 할 필요가 있는 걸까? 혹은 온라인에 존재하는 실존에 대한 회의? 이건 뭔 잡소리...

 

가슴은 폭발할 듯 하고, 손꾸락은 키보드 위를 미친 듯이 질주하고파 하는데, 정작 불질을 할 요량이 생기지 않는다. 비관적 회의만이 넘실거리는 세상을 향해 기껏 어느 구석에 파묻혀 있는지도 모를 같잖은 블로거가 요구하는 소통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그래서 다시 원래의 의문으로.

 

계속 불질을 해야 하나? 이 어깃장만 놓고 있는 세상에 대한 불협화음의 아비규환에 말 한마디 더 얹어놓는 일이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을까? 고민이다. 조금은 심각한 고민.

 

어찌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이러다가도 뭔가 또 근질거리는 일이 있으면 냉큼 블로그에 글을 올릴지도 모르지만, 글쎄다... 당분간은 더 게으른 블로거가 되어야 할지, 아니면 이제 구라판을 접어야 할지, 그것도 아니면 아예 키보드를 뽀개버려야 할지 잘 모르겠다. 요샌 개인적인 일뿐만 아니라 모든 것에 대해 잘 모르겠다.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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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로 잘 모르겠다, 구라, 블로그, 전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