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꼬대

2010/11/29 22:33

하도 어이가 없고 머리도 아프고 해서 걍 며칠 퍼질러 자다가 깨 봤더니 세상이 완전히 변했네.

 

지난 몇 십년 간 어차피 위기인 것을 아닌척 쌩까고 살다가 오늘이 닥치고 보니 매일 매일이 위기였더라 이건데, 하루 하루를 공포를 먹고 살아가던 사람들이 새삼스레 그 공포의 중심에 자신이 서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느끼는 패닉이라니...

 

야릇한 것은 일단 그 진득한 두려움이 등짝에 배어 있음을 인식하면서도 여전히 사람들은 하던 거 계속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는 거. 그렇다면 도대체 이 언론지면을 장식하고 있는 일단의 두려움들을 자각하는 진실한 주체는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조선일보는 CNN을 카피하느라 여념이 없고, 즉 "AMERICA UNDER ATTACK"이라는 카피 아래로 무역센터를 들이박는 비행기를 계속해서 보여주던 그날의 CNN에 비할 때 "대한민국이 공격당했다"는 특집제호 아래 박스를 치고 실시간으로 '전쟁상황'을 업데이트 하는 인터넷 조선일보는 그래서 하수.

 

부시 코스프레에 정신이 팔린 각하, 이건 꽤나 골때리는 건데, 부시는 그래도 공군 입대라도 했었으니 항공잠바 입고 설쳤다지만, 아는 건 지하벙커밖에 없는 각하가 왜 그걸 입는 건지 확실하지는 않으나... 어쨌든 오늘날 이 두 현상은 한국 보수의 수준이 기껏해야 미국 애들이 하는 건 다 따라해보고 싶어하는 수준 정도라는 걸 보여준다.

 

이러니 경애하는 지도자동지 일족이 허구한 날 남조선을 전쟁광 미제의 괴뢰라고 약올리는 거 아닌지...

 

게다가, 사람 죽여놓고 먄...도 아니고 '유감'씩이나 날려주고 있는 이 태양민족의 정신나간 행태와 사람을 야구방망이로 구타하고 죽어도 씻지 못할 굴욕을 안겨주고 파이트 머니 챙겨주는 犬10땅9리같은 쉑기의 만행은 어찌 또 이리 닮았는지... 니들은 그래, 한민족 맞다.

 

기왕에 이쪽만 패 다 까놓고 시작한 놀음판에서 뭐 더 들이 밀 것이 없는 건 당연한 거고, 그렇다고 저쪽 역시 덮어놓은 패가 그닥 많지 않다는 거. 문제는 어떻게 하든 쟤네는 본전이고 이쪽은 뭘 해도 손해라는 거. 아닌 말로 양쪽이 갈 데까지 가서 박터지게 붙는다고 한들, 어차피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마찬가지인 쪽하고 가진 거 써보지도 못하고 죽는 쪽하고 억울함은 좀 차이가 있으려나?

 

얼래? 그럼 누가 더 억울한 거야? 가지고 있는 핵 못써보고 죽는 쟤들이 억울한 거야, 금고에 쌓아놓은 돈도 못써보고 죽는 이쪽이 더 억울한 거야? 뭐냐 지금...

 

예상할 수 있는 건 아무리 그래도 한-미의 주도로 전면전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거. 이 예언을 믿는 자, 븅딱소리 듣기 딱 알맞겠지만, 예언에는 손톱만큼도 자신이 없는 입장에서도 이정도는 쉽게 구라를 풀 수 있겠는데,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연평도 포격 사건이 일어난 직후, 당장 전면전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 계기는 각하의 발언때문이었는데, 이 때 각하는 확전방지 -> 단호한 대응 -> 몇 배의 응징이라는 순서로 발언을 하셨다. 물론 그게 아니라고 변명하다가 결국 국방부장관 모가지까지 치면서 진실성을 보여주었지만, 실제 저 순서가 맞다고 확신한다.

 

문제는 발언의 순서가 바뀌었다는 거. 기본적으로 '대통령'이라는 자리, 군 최고 통수권자이자 남한 인민 전체의 안위를 책임지고 있는 수장의 입장에서라면, 사실 그 자리에 있는 자가 평소 어떤 정치적 신념, 예컨대 평화지상주의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저 발언의 순서는 거꾸로 진행되었어야 한다.

 

그런데 병역기피자 각하의 발언은 이렇게 공식화된 순서를 뒤집어서 표현되었는데, 그 이유는 다른 게 아니라 각하가 전면전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이건 각하의 소신이 평화주의라서인 것이 아니라 전쟁나면 너무나 잃을 것이 많기 때문. 물론 사전에 전쟁의 기미를 눈치채고 빼돌릴 거 다 빼돌린 후라면 모르겠으되 북괴가 돌았냐? 빼돌릴 시간 줘가면서 전쟁질하게...

 

다음으로 전면전 확산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임을 알려준 조짐은 정용진의 트윗질. 외국 나가 있다가 이산가족 되는 줄 알았다는 정용진의 발언은 아직 이 땅의 자본가들이 피난 갈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는 신호 되겠다. 정용진 뿐만이 아니라 이건희나 이재용 역시 마찬가지일 듯 한데, 소비에트 말년의 쿠데타까지 안기부보다 빨리 알아챘던 삼성의 정보력은 휴전선에서 막혀있는 듯 하다.

 

어쨌든 얘네들이 가족단위로 외국행 뱅기티켓 끊어놓거나 알짜배기 재산들다 빼돌리기 전까지는 아마 전면전 나지 않을 거다.

 

더불어 중국도 심상치 않는데, 이번에 특별기자회견 구라치면서 기껏 6자회담 해보자고 설레발이 친 것이 걔네들 수준 되겠지만, 지금까지와는 다른 제스쳐를 보였다는 데서 중국의 심기가 굉장히 불편하든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어차피 중국이 심사가 뒤틀어지더라도 조지워싱턴이 육중한 몸매를 과시하며 서해에 들어와 있는 이상 장군님 대장님 뒤통수를 치면서까지 뭐라고 하진 않겠으나 중국 심기 건드려 봐야 아들네미한테 정권 물려주는 거 심상치 않을 수 있으니 지들도 몸조심 하겠지.

 

물론 전면전까지 안 가더라도 국지전의 위험은 계속 남는데, 그건 지난 60년 동안 계속되어왔던 일이고, 어차피 할 줄 아는 거라곤 들이대는 것밖에 모르는 태양민족 괴수들은 언제고 이 짓을 계속 할 거다. 배운 게 그건데 3대가 세습한다고 달라질 것이 있겠나...

 

어쨌든 잡설 제하고, 남들 다 아는 이야기 줄줄이 늘어놓는 이유는, 씨바 이제 전쟁놀음 좀 그만 하자는 거다. 아니 진짜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곳에 눈 좀 돌리자는 거다. 평화 어쩌구 하는 드립을 날릴려는 것이 아니라, 어차피 전쟁은 허구한 날 하고 있는 거고, 기왕에 가진 넘들은 야구방맹이 지 꼴리는 대로 휘두르면서 파이트 머니 지급하는 걸로 쫑치는 세상이다.

 

연평도를 시발로 해서 양 쪽에 포탄 날라다니지만, 그렇게 해서 애꿎은 사람들 목숨이 날라갔고 또 날라갈지도 모르겠다만, 지금까지 북괴 도발로 죽은 사람들보다 밥 좀 먹고 살게 해달라고 하소연 하다가 죽은 사람이 더 많다. 이거 말고 또 어떤 전쟁이 있나?

 

60년 동안 철책 쳐놓고 서로 마주 선채 도시락을 까먹고 있었어도 그 전쟁은 계속되는 전쟁이었고, 전태일이 제 몸에 불을 붙인 이래 연연 세세 노동자들이 서럽게 죽어갔던 건 역시 전쟁 맞다. 그런데 아뿔사, 북괴가 포탄 쏘니까 갑자기 힘의 평화 운운하면서 신문 방송을 도배질하는 센스는 남다른데, 뉘미 도대체 진짜 옆에서 피가 튀고 살이 타고 있는 전쟁에 대해선 어째 이렇게 말들이 없을까나? 너, 이 시바 조선일보, 너 말여, 너... 어디 딴데 눈 돌리고...

 

쌍용차 난리나고 용산에서 사람이 죽어갈 때, 그게 바로 전쟁이었다. 지금 울산에서도 전쟁 벌어지고 있고. 이 와중에 태양민족의 자랑스런 어떤 용자는  배트맨으로 거듭나서 야구배트를 들고 그 위에 돈다발 얹어놓고 사람 패는 걸 즐기고 있다. 괴뢰들은 포탄 질러대고 자본가는 야구배트 흔들어대고.

 

잠이나 계속 자고 있어야겠다. 이게 꿈인가 싶다. 어쩌면 나는 계속 자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잠꼬대가 심해지는 건 병일까나? 진짜 잠에서 깨어나면 그 땐 이 잠꼬대를 기억하고 있을까나? 아니, 그 땐 잠에서 깨어 뭔 소리를 하고 있을까나? 조선일보에 이런 소리 하고 있는 걸 깨어나서 기억하면 졸라 쪽팔릴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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