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들의 면면

2011/08/18 19:30

완장이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옛 말이 있는데, 그런 의미에서 상식적으로 살고싶으면 '회장님' 같은 자리에는 앉으면 안 될 일이다.

 

시대가 바뀌어 휠체어에 의지하지 않고도 백주대낮에 관공서와 법원을 제 집 안 방 드나들듯 종횡하게 되신 반도의 흔한 회장님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경쟁적으로 자신들의 지위가 만드는 자신들의 인성을 과시한다.

 

불법증여를 통해 천문학적인 금액의 세금을 포탈하고서도 눈 한 번 깜빡거리지 않던 회장님 한 분은 부하직원의 부정행위에 대노했다. 물론 평범한 사람들이 보면 억하고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금액이지만 회장님과 그 아드님께서 해먹은 것에 비하면 새발의 피.

 

이 회장님께서는 '내가 없는 사이 우찌 이런 일이'라며 역정을 냈다던데, 이럴 때 딱 쓰는 말이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고 했던가. 제 눈에 들보를 먼저 보라는 말은 이분에게 해야할 일이다.

 

그러더니 어떤 회장님은 자신이 경영하는 회사에서 전 세계적인 문제가 발생했는데, 쌩까고 있다가 기껏 청문회 나와서는 자기 회사에서 죽어간 사람들에 대해 인지하지 못했단다. 크레인 위에서 어떤 이가 목숨을 걸고 투쟁하는 동안 반도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어버린 쥐처럼 요리조리 빠져다니다, 세간의 지탄을 한 몸에 받으면서도 노동자들 다 자르겠다는 기염을 내뿜는 이분.

 

또 다른 회장님 한 분은 직원들에게 통문을 돌려 24일 주민투표에 참여하라고 독려를 했다. 거꾸로 타는 보일러를 만들다가 그만 정신이 거꾸로 타버린 모습을 보인 이 회장님께서는 의무무상급식을 거지근성을 키워주는 거라고 정의한다.

 

사실 보일러 불 때듯이 부하직원을 불질러버리는 이분의 행위는 직위를 이용한 강요행위이다. 간단히 말해 폭행이다. 폭력의 행사라는 의미에서 그렇다. 애들에게 거지근성 키워줄까봐 우려하시는 심성의 회장님이 정작 뒷골목 양아치 근성으로 무장하고 있다는 사실은 묘한 역설이다. 부하직원들을 조폭 똘마니 정도로 알고 있는 이분이 과연 투표행위가 가지는 의미에 대해 심각한 고민이라도 해본 적이 있을까 궁금하다.

 

조선일보가 난데없이 '자본주의 4.0'을 운운하며 어찌되었든 자본주의 포에버를 외치는 와중에 그나마 자본주의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선 회장님들이 찔끔거리는 수준에서라도 좀 내주는 폼이라도 잡아야 한다고 설득하는 상황이 현재 상황인데, 조선일보랑 상당히 친할 것 같은 회장님들은 우째 조선일보의 말도 듣지 않는가? 조선일보 약빨도 이젠 다 된 듯 싶다.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한다. 뭐 김빠지는 분위기에서 더 보탤 말도 없다. 다만, 이들의 작태가 어떤 징후는 아닌지 의심스럽긴 하다. 재벌왕국을 지탱해주던 어떤 시스템이 이제 자칫 붕괴될 수 있는 위험에 직면했다는 것. 남한의 특수한 경제환경이라는 것, 의식수준이라는 것이 지금까지는 그저 '우리가 남이가' 수준에서 모든 문제를 정리해주는 관행을 자족하며 유지되어 왔지만, 글쎄, 이것이 도대체 언제까지 더 유지될 수 있을지 그 가능성을 점치기 어려운 상황이 도래했다는 것. 이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몸부림의 한 구석이 이렇게 제 본색을 드러내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어쨌든 이런 꼴들 보면 재벌 회장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닌 듯 싶다...가도 아무라도 재벌 회장이 되면 저렇게 될려나 싶어 좀 끔찍한 생각이 드는 하루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Tags

아 이런 씨앙..., 이건희, 재벌, 조남호, 최진민, 회장님, 휠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