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가지 오해

2008/02/06 23:50

손석춘은 떠나는 사람들에게 "더는 민주노동당을 죽이지 말길" 부탁한다. 사실 손석춘은 지금 민주노동당을 무덤으로 만들고 있는 사람들이 누군지 잘 모르고 있다. 더불어 자기 스스로가 무덤으로 변해버린 민주노동당 위에 올라타 달구질을 하고 있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다. 어~하, 달~구!

 

민주노동당의 붕괴와 관련해 나오고 있는 몇 가지 쟁점이 있다. 첫째, "종북주의"는 적당한 수사였는가? 혹시 "종북주의"라는 레토릭으로 자주파 제거작전을 한 것은 아니었나? 둘째, 대선실패의 원인이라 거론되는 "코리아연방"때문에 대선이 그 꼴이 되었는가? 셋째, 소위 "일심회", "민주노총당" 등의 논란은 신당파를 붙잡기 위한 당근이 아니었는가?

 

첫 번째 문제가 되고 있는 "종북주의" 논란. 손석춘이 이야기한 바, 실체 이전의 문제로 이 "종북주의"를 바라본다면 우익이 즐겨쓰던 "빨갱이"라는 언술과 그 성격의 차이를 발견하기 어렵다. 그러나 실체 그 자체를 들여다본다면 상황은 전혀 달라진다. 아닌 말로 자신을 "빨갱이"라고 자인한 사람들이 남한 사회에 단 한 명도 없다면 모르겠으되, 실제 자기 자신을 빨갱이로 인정한 사람들은 무수히 많다. "나는 사회주의자요"라고 법정에서 스스로를 선언했던 사람들이 그들이다. 이렇게 되면서부터 "빨갱이"의 문제는 실체 이전의 문제가 아니라 실체 그 자체가 문제가 된다.

 

그런데 당 내에서 그동안 충성서약 써서 가슴에 품고 다니고, "본사"와의 긴밀한 협조관계를 유지하면서 서울시당을 통전사업의 전위핵심으로 전환하고자 노력했던 사람들은 자신들을 향해 쏘아올려진 "종북"이라는 단어에 대해 고개를 돌려버린다. "친북" 또는 "연북"이라는 말을 써달라는 거다. 그렇다면 자신들이 그동안 행한 "친북" 또는 "연북"의 실체를 보여주면 그만이다. 이정훈이 스스로의 행위를 "통일사업"이라고 당당히 밝혔듯이 그것의 성격이 뭔지를 스스로 밝히면 된다. 나머지 판단은 그걸 보는 사람들이 알아서 할 것이다.

 

2001년 이래, '9월 테제'의 실천전술로 민주노동당에 들어와 활약하게 된 자주파가 2004년 비례대표선출과 당 지도부선거를 거치면서 당권을 장악하게 된 후 그들은 음으로 양으로 민주노동당 내에서 패권주의의 실현을 위해 노력했다. 그 패권주의 안에는 소위 평등파의 실세들을 당사업 중심에서 도태시키고 그 자리를 장악하는 평등파 제거작전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 꼴 보면서 소위 평등파는 이러저러한 이유로 4년을 참아왔다. 그런데 비대위가 혁신을 하니 뭘 하니 하면서 당권을 장악한 것은 불과 3주. 4년을 설쳐왔던 자들이 고작 3주 때문에 "제거"씩이나 된다고 악다구니를 쓰나? 이건 스스로를 못 믿어도 너무 못 믿는 행태다.

 

제거 한다고 해서 제거가 되나? 그 혁신안 원안 그대로 다 받았더라도 그들은 제거되기는 커녕 더 굳건하게 당을 장악할 수 있었다. 오히려 심상정 비대위가 정말 제거작전을 펼쳤다면 그런 식의 혁신안 제출은 나올 수가 없다. 차라리 2005년 수정 당 강령을 2000년 원안으로 되돌리는 안을 제출하는 것이 낫지.

 

두 번째, "코리아연방"은 실제 대선에서 제대로 알려지지도 못했는데 왜 그걸 자꾸 거론하면서 대선패배의 원인이라고 주장하느냐는 볼멘 소리. 현상적으로는 맞다. "코리아연방"은 외부에 잘 알려지지도 않았다. 하긴 뭐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었지만.

 

그런데 왜 자꾸 "코리아연방"을 거론하는가 하면, 당 내에서 대선전략을 짜고 공약을 내야하는 시기에 이 "코리아연방"이라는 의제가 문제가 됨으로써 실제 해야할 일을 못했다는 거다. 즉, 대선전략과 공약을 내는 과정에서 "코리아연방"과 부닥치면서 논의도 못하고 결론도 못내리는 일이 속출했던 거다.

 

당 정책연구원들은 "코리아연방" 안이 제출되던 시기부터 이 안을 전제로 할 때는 다른 공약을 전부 재검토 해야 함을 계속해서 주장했다. 적어도 국가비전으로서 "코리아연방"이라는 말을 할 때는 2008년 정권인수 후에 몇 년 까지 어떤 단계를 밟겠다는 안이 공약으로 나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장 노동은 어찌할 것이며 복지는 어찌할 것이며 군사국방은 어찌할 것이며 법률제도는 어찌 정비해 들어가겠다는 안이 나와야 국가비전으로서 공약의 꼴을 갖추게 된다. 하지만 이전에 대선공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코리아연방"과 연계된 어떤 공약도 논의된 바가 없다. 당연히 새로운 공약을 짜는 데는 시간이 필요했고, 게다가 "코리아연방"이라는 거창한 국가비전에 관한 공약을 짜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나 정책연구원들에게는 공약을 짤 시간은 커녕 당장 내일 아침 기자들이 질문하면 뭐라고 답해야할지조차 난망한 사태였다.

 

갑론을박하다가 겨우 "코리아연방"이 국가비전이 아닌 통일방안으로 의미가 축소된 것은 정작 권영길 후보가 방송토론을 준비하면서였다. 상황은 이미 악화될 대로 악화된 상황이었다. 그 이후 당 사무총장이라는 자는 선거포스터 몇 천만원어치를 지 멋대로 "코리아연방"하자고 찍었다가 폐기하는 사태가 벌어졌고 지역에서는 중앙의 혼선때문에 선거운동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결국 문제는 "코리아연방"을 선거에 써먹었느냐가 아니라 그거 가지고 설왕설래 하느라고 다른 것을 하지 못했다는데 있다.

 

세 번째, 신당파에 대한 심상정 비대위의 추파. 이건 거의 웃기는 소리다. 신당파건 혁신파건 간에 종북주의 논란과 민주노총에 의존한 노동전략의 부재는 짚고 넘어가야만 하는 비판지점이었다. "일심회" 등의 종북주의논란과 "민주노총당" 문제의 내용에 대해서는 더 말할 필요도 없이 곳곳에서 논의가 되고 있으니까 패스.

 

신당파를 붙잡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당 내에 자주파를 적으로 상정했다는 주장은 일견 일리는 있다. 그러나 신당파를 붙잡기 위해서라는 가설은 핵심이 아니다. 신당파와 혁신파는 당대회가 파행으로 끝난 지금까지도 감정의 앙금이 남아 있다. 신당파의 입장에서는 분당의 압박을 가속함으로써 혁신안에 힘을 실어주자는 뜻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거의 별 볼일 없는 판단이었음이 이번 당대회에서 드러났다. 비대위 중심의 혁신파는 이걸 그리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의 조급증으로 인해 더 강력하게 혁신안을 몰아부치지 못한 측면조차 존재한다.

 

신당파와 혁신파가 가지고 있는 감정의 앙금 역시 부차적인 문제이다. 분당이 가시화되고 심이나 노가 탈당을 한다고 해서 신당으로 휙 날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들이 신당으로 날아가봐야 외부적으로는 결국 남한 사회의 진보세력이 "자주파당"과 "평등파당"으로 갈리는 정도의 효과밖에는 거둘 수가 없다. 다시 말해 신당파가 조직한 새로운 정당은 지금 상황에서 "종북주의"의 물을 뺀 포스트 민주노동당의 의미 이상을 가지지 못한다는 거다. 그런데 심노가 거길 왜 가겠나?

 

이 상황에서 당내 잔류하고 있던 혁신파가 신당파를 다독이기 위해 그런 혁신안을 만들었다고 하는 것은 정황상의 근거는 있을지 모르나 핵심적인 문제는 아니다. 요컨대 지금 당을 깨고 나가려는 사람들에 대해 제기되는, 특히 "자주파" 쪽에서 제기되는 비판은 본연의 핵심에는 근접하지 못한 비판들이다.

 

손석춘은 좀 더 다리에 팍팍 힘주고 달구질을 해주기 바란다. 다시는 그 무덤에서 진보를 참칭하는 좀비들이 흙더미를 헤치고 나오지 않게 말이다. 물론 손석춘은 잘 다져진 그 무덤 앞에서 종신 시묘살이를 해야할 거다. 자신이 그토록 애지중지 다졌던 봉분이 행여 눈비 맞고 유실되지나 않게, 뗏자리 곳곳에 쑥부쟁이들이 돋아나지 않게 잘 관리하면서 말이다.

 

진중권이나 변영주가 진정한 진보신당에 함께 하겠다고 선언하고 있지만 행인은 그 당이 명랑좌파당의 이념에 충실하지 않다면 함께하지 않겠다. 명랑좌파당은 언제든 "구동존이"하면서 다른 진보세력과 함께 할 용의가 있다. 일단 함께 할 정당으로는 "씨네마떼끄당"이나 "포도당" 등이 있겠다. 조만간 이들 당의 대표들과 회동을 해볼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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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s

명랑좌파당, 민주노동당, 신당파, 종북주의, 코리아연방, 혁신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