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화"와 이합집산

2008/04/06 20:25

채경★님의 [심상정 단일화] 에 관련된 글.

다른 분이 올린 글보다 적어도 분석적인 글을 올리셨기에 이에 대해 글을 답니다. 뭐 어찌되었건 간에 진보신당과 심상정후보 쪽이 이번 사건에서 매끄럽지 못한 모습을 보였던 것은 인정해요. 그리고 그에 대한 비판은 겸허히 수용합니다. 그런데 논리가 너무 에스컬레이트 되고 있다는 거죠. 왜 그렇게 가야하나요? 채경★님의 글 순서대로 함 정리해 보자구요.

 

1. 원칙과 정체성의 문제

 

첫째, 계급정당... 참 이거 난감한데, 총선 후에 진보신당이 계급정당으로 거듭나게 될지 아니면 시민사회를 배경으로 하는 대중정당으로 가게될지 저도 장담 못해요. 현재 당에서 활동하고 있는 분들, 특히 주로 활동하고 있는 분들의 상당수가 노동현장 출신이고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기에 진보신당이 향후 일정한 형태로 계급정당의 위상을 갖추게 될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죠.

 

그런데 지금 진보신당의 정체성 이야기를 하면서 신자유주의 정치집단과의 단일화 딜이 문제라고 이야기하는데, 정말 답답해요. 진보신당이 통합민주당하고 합당한답니까? 대운하 반대 운운하면서 한평석이의 제안을 덥썩 물어버린 심선본이 참 미워지는 요즘이에요. 그렇다고 하더라도 심선본이나 진보신당이 보수정당, 신자유주의 정치집단과 쇼부쳐서 합당하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현실, 이거 보면 갑갑해요.

 

계급정당은 다른 정당의 한 후보가 지 세불리함을 알고 니들에게 내 지분을 넘기겠다고 할 때, 저사람은 우리 계급의 사람이 아니니 받을 수 없다고 할 건가요? 그 수준 되면 그 땐 정당이 아니죠. 혁명전위결사체일 뿐이지.

 

아닌 말로 심선본이 여론조사 이야기하면서 단일화 이야기했을 때는 두 가지 전제가 있었던 거에요. 첫째, 여론조사 결과는 절대로 한평석이 이길 수 없다. 둘째, 한평석의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하는 것 역시 한평석의 떡밥에 말리는 거다. 이게 딜레마죠.

 

한평석은 유시민이 자리를 뀄던 덕양에서 다시 한 번 노무현과 유시민 스타일의 깜짝쇼가 먹힐 수도 있다는데 패를 던진 거죠. 이거 다 아는 사실이고. 그러나 한평석이 착각한 것은 지가 노무현이나 유시민이 아니라는 사실을 몰랐다는 겁니다. 그 과정에서 덕양에 있는 시민단체들의 압력도 있었구요.

 

그 시민단체들이 누군가요? 노빱니까? 통합민주당 지지자들이에요? 뭐죠?

 

원칙이라는 거 말씀하시는데, 이게 이 단원의 두번째 주젠데,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여러분들이 주장하는 원칙이라는 것이 "보수정당과 단일화는 안 된다"는 거 뿐이에요. 문제는 진보신당이나 심선본이나 통합민주당하고 당대당으로 또는 당차원의 합의에 의해 "후보단일화" 이야기한 적이 없다는 거에요. 게다가 사안과 관련한 연대라는 이야기를 했어도 결국 한평석이가 곱게 물러갈 길을 터준다는 의의 외에는 없었던 겁니다. 그런데 이걸 "희한한 연대"로 몰아가는 이유가 뭘까요?

 

정리해봅시다. 원칙 중요합니다. 자, 여러분들이 이야기하는 원칙은 뭔가요? 보수세력과 손잡으면 안 된다. 좋습니다. 그 원칙 저도 동의해요. 그런데 이번 헤프닝이 되었던 단일화 이야기. 이게 지금 여러분들이 원칙으로 강조하는 보수세력과 손잡는 거, 그겁니까? 그 수준이에요?

 

물론 님이나 다른 분들이 염려하는 것처럼 이번에는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자꾸 이런 일이 반복되면 실질적으로 보수세력과 연합하는 형태로 갈지 모릅니다. 그건 견제해야 되는 것이고 반드시 막아야 하는 것이고 그걸 못막으면 또다시 이 집단을 떠나야죠. 그게 제 입장이에요. 하지만 저는 아직 제가 반발하거나 떠날 이유를 찾지 못했습니다. 왜? 원칙 깼다고 여러분들이 말씀하시는데 제가 볼 때 원칙 깬 거 없어요.

 

2. 단일화의 배경

님이 글에 썼듯이 문제는 그거에요. "고양에서 뿌리를 내리고 있는 지역 주민들이 원한다면 ~ 단일화를 협의하겠다"는 정치적 제스쳐. 이게 심선본에 없었어요. 그런데 인용한 님의 글 솏에 보면 이런 말들이 있죠. 우선 고양주민들이 원한다면. 고양 주민들이 원하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적어도 그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러 단체들이 공통되게 주장하는 거면 되겠습니까? 여론조사는요?

 

심선본은 이 두 가지를 다 가지고 있었어요. 지역단체들이 원했고, 지역단체들이 한평석이에게 압력을 넣었죠. 여론? 지금까지 조사에서 한평석이가 심상정 이긴 적이 없어요. 앞으로도 그럴 거고.

 

다음으로 "보험민영화반대, 대운하반대, 핀란드형공교육 시범실시 등에 대한 정책판단에 동의한다면"이라는 전제조건. 이거 얼마든지 내걸 수 있어요. 그거 제대로 내걸지 못한 거, 저도 비판합니다. 명분에서 충분히 얻을 수 있었던 실익을 여기서 놓쳤죠. 그리고 그게 이번 사건의 핵심입니다. 그러면 그거 비판하면 되요. 그런데 그게 왜 에스컬레이트 되냐는 거에요.

 

선거에서의 딜과 원내에서 정책에 따라 딜하는 것이 전혀 별개라구요? 왜죠? 선거에선 당선이 문제고 원내에선 입법이 문제니까? 사실 대비될 것 없어요. 똑같죠. 양 당이 합당한다고 한 것도 아니고. 진보신당이 이번 단일화 이야기하면서 한미 FTA 찬성한다고 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통합민주당이 보험민영화 하겠다고 공약내건 것도 아닙니다.

 

명분이 문제였다면 그걸 까는 건 좋습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에스컬레이트 되는 거 이거 별로 좋지 않습니다.

 

3. 생각하나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는 이미 단일화 이야기가 쫑났기 때문에 이야기 하기가 더 쉽겠죠. 어떤 사람인지 몰라도 당게에서 "적의 적은 동지다"라는 말을 했다는데, 이건 웃기는 소리니까 패스하죠.

 

한평석이가 손 내민 내심의 이유에 대해선 저도 크게 다르게 생각지 않아요. 또 배고프다고 덜컥 떡밥물어버린 거 아니냐는 부분에 대해선 다른 생각이 있지만 넘어갑니다.

 

진보신당의 생존문제로 접근하는 거? 당게에 글 안 올린 이유가 이런 거에요. 이번 건에 대해서 논란은 많은데, 안에 있는 사람들조차도 감정에 휘둘려 버리는 거죠. 생존의 문제는 어차피 계속 됩니다. 이번에 심노가 되던 안 되던, 3%를 넘던 못넘던 간에 말이죠.

 

제대로 된 진보정당, 이거 정말 숙제죠. 하지만 이 과정에서 단번에 몇 단계를 뛰어넘고자 하는 사람없어요. 지금 우리에게 생존을 걸고 달려들어야 하는 것은 의원 몇 석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입니다.

 

 

4. 생각 둘

했던 말 계속 반복하는 거 같아서 그렇긴 한데요. 주사파가 과거에 했던 비지론의 관성, 이걸 비교하시는 거. 그거 참 난감해요. 난 이 대목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묻고싶어요. 이번 헤프닝이 "평당원들과 국민들에게 우리의 좌파적 선명성 그리고 적과 아의 구분을 희석해버리는 효과를 동반"한다는 단정. 적의 적은 동지라는 닭성 발언을 한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이런 단정이 가능합니까?

 

5. 생각 셋

정치적 결벽증. 요 바로 앞에 제가 이슬만 먹고 사시는 분들 이야기를 했어요. 이걸 정치적 결벽증이라고 할 수 있겠죠. 그렇다고 당리당략에 따르자는 이야기 하는 거 아닙니다. 오해없으시길.

 

중앙당 차원에서 논평  하나 나갔더군요. 솔직히 그 논평 보면서 힘은 많이 빠집디다. 한평석이 나쁜놈. 뭐 이런 이야기 뿐이었으니까. 그러나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번 헤프닝과 관련해 중앙당에서 해명할 일이 뭐가 있는지 모르겠어요. 심상정에게 경고하나 보낼까요? 중앙당과 사전 합의 없이 제안에 대하여 입장발표 한 것에 대해서요?

 

심선본에 대해선 일정하게 말을 던지고 있습니다. 그게 어떤 효과가 나올지는 아직 장담할 수 없겠습니다만, 어쨌든 지금과 같은 일이 재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대부분의 생각입니다.

 

채경★님을 비롯한 다른 분들의 우려와 비판, 그거 잘 압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사태를 몰고가는 거, 이거 오히려 제가 우려됩니다. 진보신당이 아니라 어떤 정당이라도 원칙없이 중구난방 그저 표따라 이리 가고 저리 간다면 그거 바로 주어 패야죠.

 

진보신당을 비판해주시는 것은 고마운 일입니다. 민주노동당에 있을 때에도 민주노동당에 대하여 비판해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렸듯이 말이죠. 입장의 차이가 있건 없건 관계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제대로 때려주세요. 그래야 뭐가 되도 되지 않겠어요? 현상에 대한 단편적 일면만을 가지고 그것을 전부인 것처럼 때려버리면 도대체 뭘 받아들이고 말고 할지 난감해집니다.

 

요즘 진짜 난감한 사태가 많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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