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그런 이야기 듣는다. 미국 대선이나 총선은 축제같은데 왜 우린 이럴까? 멀리 미국까지 갈 필요도 없다. 이번 대만 총선을 보자. 거기 완전 축제였다. 지지자들이 북치고 사자춤추면서 돌아다닌다. 보여줄 거 다 보여주면서 유권자들에게 자신들을 알렸고 유권자들도 그걸 즐긴다.
다른 나라라고 해서 선거에 불법선거, 관권선거가 없겠냐. 하지만 그걸 극복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그 국가의 유권자들 능력이다. 한국은? 뭐 허구한 날 신문에 방송에 돈봉투가 돌았니 안 돌았니 하는 이야기가 나오고 대통령이 선거에 개입했니 안 했니 하고 박터지게 싸우기도 한다. 그런 뉴스들 보다보면 한국의 유권자들은 아직도 금품선거, 관치선거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누군가는 이걸 "국민성"이라고까지 하더라만...
그러나 재미있는 것은 적어도 극복의 대상이라고 요 근래 신나게 주어터진 "87년 체제"가 가져다 준 성과 중 하나는 정치에 대한 인민들의 인식을 상당수준까지 재고시켰다는 거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비롯한 많은 국가기관이 불법 부정선거에 대해 강력하게 대처하고 있고, 일반 유권자들 역시 날카롭게 부정을 발견하고 고발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문제는 이러한 능력을 믿지 못하는 정부다. 아직도 '막걸리 선거, 고무신 선거'의 악몽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고, 그 악몽을 역으로 이용해 돈을 돌리고 향응을 제공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과연 과거와 비교해서 아직도 법으로 선거와 관련된 행동을 제약하고 있을 정도로 이 땅의 유권자 정치의식은 후진적일까?
선거는 축제라고 하는 입에 발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지금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돌아다니고 있다. 오죽하면 골목길을 방송차량으로 돌면서 투표해달라고 난리다. 투표권도 없는 원더걸스가 홍보대사가 되어 봤자 그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를 찾는 사람들만 즐거울 뿐이다. 선관위는 뭐하고 있는 걸까? 선거 자체를 즐기지 못하게 다 막아놓고 이제 와서 제발 투표 좀 해달라고 읍소하는 선관위. 얘들 지금 제정신이 아니다.
지금 선거법은 연구대상이다. 관권선거, 금권선거 등 선거부정을 막자는 취지는 좋지만 그 열기가 지나쳐 아예 선거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선거에 나온 사람들이나 정당이 무슨 이야기 하는지조차 유권자들이 제대로 알 수 없도록 막아놨다. 오프는 물론 온라인에서조차 유권자는 제 뜻을 글로 실어 펴지 못하는 분들이 엄청나다. 이걸 다 막아놓고 선관위라는 곳에서는 공명선거만 부르짖다가 선거 자체를 완전히 죽여놓고 있다.
유권자들도 마찬가지. 특히 정당이나 시민단체들은 선거때만 되면 선거법이 어쩌니 저쩌니 하지만 막상 선거가 끝나고 나면 다음 선거까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선거법에 대해선 입을 다문다. 그러다가 때되면 또 난리치고...
이게 어느 정도냐 하면, 도대체 이놈의 선거법이라는 것이 군소정당을 알리는 데는 완전 쥐약인지라 이번에 허겁지겁 조직된 진보신당 역시 마찬가진데, 선거법때문에 손해본 게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런데도 일부 당직자들에게 선거 끝나고 나면 선거법 개정 운동이나 같이 해보자고 했더니 선거 끝났는데 뭐하러 하느냐는 아주 '현실'적인 이야기를 한다. 난감하다.
이래서는 안 된다. 선거법이 이렇게 언로를 차단하고 정치적 발언과 행위를 차단하고 있는 한 군소정당이 정치세력으로 거듭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다. 친박연대라고 하는 뜬금없는 정치집단이 다시 한나라당으로 돌아갈 것을 맹세하며 정당을 차렸어도 그들은 장사가 되지만, 기타 이름도 없고 돈도 없는 정당들은 이번 총선에서 그 존재자체도 알리지 못하는 일이 다반사다.
이승만정권에서 시작되어 적어도 노태우정권때까지 이어졌던 그 몹쓸 선거의 기억이 아직 혈류를 타고 돌아다닌다고 해도, 이젠 좀 선거법 바꿀 때가 되지 않았나? 선거 끝나고 좀 쉬다가 선거법 개정이나 한 번 기획해봐야겠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죽겠다고 엄살피는 거 보니까 만정이 다 떨어진다. 췟...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