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지난 몇 년간 통 못보던 책들을 노상 붙들고 앉아 있는 것도 일종의 낙이다. 그런데 벼라별 책을 다 보다보니, 영 기분이 언짢아지는 책들도 간혹 채인다. 특히 이건 전적으로 논문 주제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보게 되는 거지만, 한국의 신자유주의자들의 글들은 가끔 사람을 기운빠지게 만든다. 어쩔 수 없이 보긴 본다만...
최근 입수한 자료 중에 가장 돋보이는 듣보잡들의 집대성은 바로 '선진화정책 연구'라는 논문집이다. "한국 선진화정책학회"라는 곳에서 편집한 논문집인데, 전혀 남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왠만하면 학문하는 자세로서 좌우의 이야기를 균형감 있게 들어가며 공부를 하자는 취지에서 질떨어지는 글이라고 해도 한 번 읽어볼 것을 권하게 되지만, 이 책의 글들은 그닥 쓰잘데기가 없다.
지루함을 참으며 읽다가 결국 지하철 안에서 폭소를 터트린 글은 이00라는 자가 쓴 '소득 양극화와 빈곤에 관한 연구'라는 글이었다. 논지가 초지일관 경제성장을 해야 소득양극화가 해소되고 이를 위해서는 비교우위 산업중심의 구조조정을 빨리 해야 하며, 더 나가 노동시장을 지금보다 절라 유연하게 해야 한다는 것으로 달려 나간다. 그러다가 결론 부분에서...
"이런 정책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양극화 문제는 정부와 사회의 역할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양극화 문제 역시 빈곤문제와 마찬가지로 우선 개인들의 노력으로 풀어나가야 한다.
개인이 어려우면 가족이 나서서 함께 나서서 풀어가야 한다. 가족공동체 복원을 통해 푸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가족 구성원 모두가 합심하여 노력하면 빈곤문제는 물론 양극화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가족이 흩어지면 양극화 문제를 풀기보다 더욱 더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진다. 어려울수록 의지할 곳은 가족이다. 이럴 때일수록 가족공동체를 다지고 합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뭐병... 양극화의 해법이 가족공동체의 복원이었다뉘... 이냥반이 뭘 잘 못 처드셨나... 도대체 왜 사람들이 가족의 따땃한 품을 떠나 이 엄동설한에 서울역 지하도에서 몸을 뉘이는지 이 사람은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 극심한 양극화로 인해 '가족공동체'가 아니라 '식구가 원수'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도 완전 쌩깐다. 양극화의 해법이 가족공동체의 복원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지난 암에푸 난리통에 공익광곤지 뭔지 가족에게 돌아가라고 했던 우파 '정치선동'의 극우버전이다.
암튼 빨리 이넘의 논문을 어떻게 정리해야지 저런 닭성 발언들을 참고자료랍시고 쳐다봐야하는 고역에서 탈출할텐데... 언제 목차라도 잡게 될지 앞이 깜깜하니 이거 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