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2010/07/08 12:42

1. 환청?!

 

며칠 전...

 

새벽녘에, 어디선가 들리는 "부우~~~ 부우~~~~"하는 소리.

5시 반 밖에 되지 않았는데, 설핏 잠에서 깬 귓가에 들리는 "부우~~~ 부우~~~" 하는 소리는 다름 아닌 부부젤라 소리인가.......???

 

아아... 월드컵 후유증이 드디어 환청으로 남는구나...

라고 생각했으나, 아무래도 환청이 아닌 실제 소리가 들리는 것 같더라.

도저히 궁금증을 견디다 못해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주의 집중.

 

베란다 너머로 보이는 음파의 진원지는 최근에 생긴 교회였다.

이 신새벽에, 창문들 활짝 열어 놓으시고 통성기도 중...

뭔 말을 하는지는 도통 들리지 않는데, 어쨌건 뭉퉁그려져서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소리는 아무리 들어도 "부우~~~ 부우~~~"하는 부부젤라 소리...

 

아침형 인간을 만들어 주시려는 성령의 은혜이런가.

잠 좀 자자... 뉀장...

 

 

2. 한풀이

 

월드컵 결승에 네덜란드와 스페인이 안착.

우루과이가 아깝긴 했다. 수아레즈의 손맛 덕분에 4강까지 왔으나 바로 그 수아레즈가 빠진 자리가 꽤나 커보인다. 그렇긴 하지만, 스나이더와 쿠잇의 미친듯한 몸놀림과 로벤의 속도는 뭔가 허전한듯한 이번 네덜란드 축구에서도 빛이 났다.

 

메시를 경기장에서 지워버렸던 독일의 미드필더는 전 경기를 통해 가장 조용했다. 결승전에서 외질을 못 보게 되었다는 안타까움이란... 스페인은 '무적함대'라는 닉넴이 가장 그럴싸하게 보이는 월드컵을 진행하고 있다. 센터백이라는 포지션이 무색하게 전후를 오가던 뿌욜은 한물 간 거 아닌가 하던 기우마저 지워버리면서 노장의 저력을 과시했다. 덕분에 위너(?)군단은 3, 4위전으로 내려가고 루저(!)군단의 위용을 결승에서 보게 되었다.

 

32년만에 결승에 오른 네덜란드, 사상 처음 결승에 오른 스페인, 둘 다 우승한 전력은 없고.

 

어느 쪽이 한풀이를 할 것인지...

펠레의 저주는 그 위력의 전설을 그대로 남길런지, 아니면 펠레의 축복으로 전환될지.

 

 

3. 그래서 드는 생각인데...

 

토너먼트가 가지고 있는 재미라는 것은 양쪽이 다 올인한 막장 도박판 같은 느낌에서 오는 듯 하다. 뛰는 넘들이야 피를 말리겠지만 보는 넘들은 그보다 재밌을 수가 없다.

 

문득 섬찟한 것은 어쩌면 이런 기분이 콜롯세움 안에 검투사들을 집어 넣고 어느 쪽의 목이 달아날까를 궁금히 여기던 저주받을 족속의 유희와 이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거.

 

딴은 그렇다고 해도, 어쨌든 클럽 리그와는 다른 재미가 단판승부에서 온다.

 

삶이 그런 것은 아니라고 할지라도, 어쩌면 지금 나는 모 아니면 도의 게임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죽거나 살거나...

 

살고 싶긴 한 건가?

잘 모르겠다.

 

이렇게 깊은 고뇌는

월드컵이 끝난 다음에 해봐야겠다.

어쨌든 지금은 닥본의 과업을 완수하는 것만이 유일 목표.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