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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 울림 4호] 국내작 소개 - 레즈비언 정치 도전기

즈비언 정치 도전기 (홍지유,한영희/2009/다큐/117분)

 

  '한국 최초의 커밍아웃한 레즈비언 후보 최현숙입니다' 지난 18대 총선, 파격적인 캐치프레이즈를 외치며 한나라당의 텃밭인 종로구 국회의원에 도전한 성소수자가 있다. 영화는 성 소수자 후보 최현숙과, 그녀와 함께하는 선거운동본부 사람들의 20여일 동안의 선거과정을 담아낸다.

화신

 

 '진보정치를 꿈꾸는 레즈비언'을 지지합니다!

  성적소수환경 문화단체인 ‘연분홍치마’가 <마마상>,<3×FTM>에 이은 세 번째 다큐멘터리 <레즈비언 정치도전기>를 관객에게 선보였습니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신촌 아트레온 근처의 한 카페에서 홍지유, 한영희 감독을 만나보았습니다.

최현숙씨의 선거과정을 다큐로 찍으시게 된 동기와 이유가 궁금합니다.

홍지유(이하 홍): 저희는 연분홍치마의 여성주의 문화운동을 하는 활동가입니다. 성소수자 활동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해오다가 2007년 5월에 최현숙씨가 ‘한국 최초로 커밍아웃한 레즈비언’으로 출마한다는 이야기를 접했어요. 계속 연대활동을 해오던 분이기도 했기에 그 이야기를 접하는 순간 머릿속에 그림이 상상이 되더라고요. 한국 최초라는 말 자체가 중요하다기보다 지금까지의 한국 성소수자 인권운동이 사회와 소통하고 부딪혔던 그 어떤 기회보다도 최현숙씨의 출마가 훨씬 더 파괴력이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선거가 어떻게 한국사회에서 자리하고 어떤 성과를 남기느냐가 저에게도 연분홍치마에게도 그리고 성소수자 인권운동에도 굉장한 전환점이 될거라는 생각을 했고, 다큐멘터리 이전에 선거를 같이해야겠다는 생각을 먼저 했죠. 그런 이후에 다른 사람의 시선이 아니라 이 선거를 함께 뛰는, 지지하는 시선으로 기록되었으면 좋겠다라는 기록촬영을 제안받은 거죠. 최현숙씨뿐 아니라 선거를 함께 하는 사람들 모두가 이 작업에 대해서 적극적인 동참을 해주었고, 그래서 다큐멘터리가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감독과 선본원 활동을 함께 하면서 감독과 선본원 활동의 무게에 대한 고민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어느 쪽에 더 무게를 두었는지도 궁금합니다.

한영희(이하 한): 어느 쪽에 무게를 뒀었는지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답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이 다큐를 찍겠다는 것이 활동가라는 위치에서의 결심이었고 그 결심은 선거를 먼저 뛰어야겠다는 생각이 우선이었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 다큐멘터리스트가 가져야 할 고민들은 당연히 가져갔던 것이지만, 성소수자 활동을 하는 위치라는 게 분명했었어요. 그 위치에서 외부와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가 선본 내에서와 다큐과정에서도 고민했었던 부분이었고요. 물론 두 가지 정체성들이 부딪히거나 충돌하는 과정이 당연히 있었죠. 그렇지만 점점 더 카메라를 두고 찍는 사람과 찍히는 사람의 경계가 무너졌어요. 끊임없이 카메라에 비춰지는 사람과 대화를 한다거나 개입을 한다거나 하는 식의 형태로 드러났던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저희 스스로 오히려 그런 측면들을 더 보여주고 싶었어요.

홍: 조금 재밌게 얘기하면 되게 고민됐다, 갈등됐다라고 얘기했던 에피소드가 있는데요(웃음). 최현숙씨가 후보사진을 위해서 두꺼운 화장을 한 날이 있었어요. 집에서 화장을 지워야하는데, 화장을 해주신 분이 오일로 지우라고 했거든요. 근데 최현숙씨가 집에 와서 물로 먼저 씻고 물 묻은 얼굴에 식용유를 발라서 지우시더라고요(웃음). 너무 답답해서 ‘아닌 것 같은데’라고 하다가 그냥 찍었던 적이 있었어요. 또 출마선언 당일 아침에 화장하고 머리 만져주던 장면이 있어요. 다른 감독이었다면 서툴게 화장을 하고 화장을 하는 최현숙씨를 더 담았을 텐데 그걸 못 참고 저희가 뛰어들어 머리를 해주고 화장을 해주는 장면이 저희의 위치를 단적으로 보여줬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도 계속 갈등이 있었던 거고. 그 긴장감이나 갈등 같은 부분들은 계속 있었어요.

영화를 찍으면서 대중에게 기대했던 파급효과는 무엇이었나요?

한: 선거기간 동안 선본원들끼리 농담처럼 왜 테러가 일어나지 않는지 궁금해 했었어요. 우리는 호모포비아적 테러이든, 열렬한 지지이든 간에 어떤 피드백을 원했던 것 같아요. 레즈비언이라는 단어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어떤 반응을 가져온다면, 선거 이후 운동이나 진보에 대한 실천의 기준, 혹은 출발이 될 수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실제로 그렇지 못했죠. 다큐를 만들면서 기대했던 것은 선거과정의 고민과 조금 다른 측면이 있어요. 영화에서는 최현숙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사람들의 ‘집단성’을 부각하고 싶었죠.

홍: 최현숙은 ‘진보정치를 꿈꾸는 레즈비언’이에요. 성소수자가 자신을 드러내는 것 자체가 성소수자에게는 불편한 상황인데, 최현숙씨는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선택했고, 자신의 삶을 투쟁하는 삶으로 만들어 왔어요. 최현숙을 지지하는 집단도 그러한 점을 지지했던 것이고, 진보정치를 구체적 개인의 삶 속에서 말하고 싶었을 거예요. 이점을 사회와 소통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한국사회는 반응을 보여주지 않았고, 그 이유가 바로 우리가 영화에서 중요하게 말해야 할 부분이었던 거예요. 성소수자를 대하는 한국사회는 논쟁적이지 않고, 솔직하지 않은 것이죠. 이것을 어떻게 전달했을 때 다큐멘터리가 운동이 될 수 있을 것인가가 고민이었어요. 좌절스러운 현실을 보여주는 것으로 그치고 싶지 않았거든요.

한: 성소수자들의 현실이 선거라는 틀 안에서 잘 전달되길 바랐었어요. 또 이 선본의 활동을 지지해주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던거죠. 외부적으로 드러나지 않아서 잊혀질 수 있었던 사건을 재현함으로써, 사람들이 자신들이 갖고 있는 성소수자에 대한 태도를 되돌아보길 바랐습니다.

첫 상영 이후 관객 반응은 어땠나요? 예상한 반응이었나요?

홍: 저희가 코믹물을 만들었나 싶었어요.(웃음) 여성영화제에서 첫 상영할 때 그렇게 뜨거운 반응이 나오리라고는 사실 생각하지 못했어요. 많이 웃어주시고, 또 많이 울었다고도 하시더라고요. 성소수자의 삶을 이야기하는 꽤 무거운 이야기에 관객들이 함께 웃고 몰입했다는 것이 참 감사해요. 어떤 분이 영화를 보고 ‘나는 레즈비언이다. 이 영화가 나에게 위로가 되었다’고 이야기를 하셨다고 해요. 특히 성소수자들이 많은 힘을 얻었다는 것이 저희에게는 큰 의미가 있어요.

실제 선거에서 사람들은 무관심으로 일관했지만, 다른 면으로 선본 내부에서 얻은 것이 많을 것 같습니다.

한: 드랙쇼 장면에서처럼 같이 춤추고 노래하면서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 그런 모습, 그런 해방감을 본 적이 없었어요. ‘기호6번 최현숙입니다’라는 말은 사실 너무나 식상한 말인데, 여러 사람들이 함께 자신들의 모습, 표정, 몸짓으로 그 말에 담긴 열의를 보여줄 수 있었다는 것이 좋았던 것 같아요. 또 성소수자인권운동을 하던 사람들이 서로를 잘 알아가게 되었고, 구체적으로 사회와 부딪힐 때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가를 더 잘 알게 되었어요. 다른 이들과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었다는 점도 저 자신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죠.

홍: 선거 결과가 물론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는 수치였어요. 종로구에서 얻은 1138표에 전국 지역구를 곱하는 단순 계산을 해 보면, 정치의 영역에 처음으로 성소수자가 뛰어들었던 결과로는 적지 않은 숫자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성소수자 운동이 정당정치와는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데, 이 선거를 통해 정당정치와 연대하지 않던 사람들이 이 선본을 지지해주었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정당정치활동에 대한 불필요한 편견을 돌아보게 만들었다는 점에서요.

촬영 후에 생각하는 ‘레즈비언의 정치’란 무엇인가요?

홍: 저희가 지지할 수 있는 레즈비언의 정치가 무엇인지 말씀드릴게요. 레즈비언이라는 위치를 스스로 자신의 삶의 문제로 설정하고, 실천하고 싸우는 것. 소수자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대안을 제시하는, 실천하는 정치 중의 하나가 레즈비언의 정치가 아닐까요. 성이라는 문제가 정치의 문제로 이야기 될 때도 성과 관련되어 차별받는 사람들, 이슈들을 나열하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요. 그런데 사실 남성중심주의, 가부장적 문화는 모든 사람과 관련되는 것이고, 문화, 사회 등 모든 삶의 문제와 결부되는 것이잖아요. 그래서 레즈비언 정치가 말하지 못할 주제는 없고, 모든 영역에서 레즈비언 정치가 말해지고 실천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재능교육 노조와 연대하는 장면이 바로 레즈비언 정치가 실천해야 할 현장인 것이죠.

군소정당 후보로서의 고충이 있었다면?

한: 다음 검색어 1위를 하기도 했었지만, 그게 끝이었어요. 한국사회의 이 무관심은, 결국 군소정당 후보는 위협적이지 않다는 것이거든요. 언론 보도도 선정적 보도에 그쳤구요. 영화 중에 헌법소원 기자회견을 하는데 기자들이 아무도 오지 않은 장면이 있어요. 이것이 바로 성소수자에 대한 한국사회의 시선이에요. 안타깝죠. 그렇지만 이것이 바로 선거를 통해 경험할 수 있었던 사실이기도 해요.

연분홍치마가 다큐멘터리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연분홍치마의 차기작을 소개해주세요.

한: ‘연분홍치마는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단체다’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 그저 여성주의문화운동을 하는 단체라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어요. 2003년 기지촌에서 활동하면서 만났던 성매매 여성들의 이야기들을 가능한 잘 전달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마마상>을 만들었어요. 또 그 마음가짐으로 <3×FTM>을 만들었고, 그 과정에서 최현숙씨와 함께 활동을 했었어요. 활동을 해가면서, 이 현실을 알리는 데 있어서 좀 더 대중적인 파급력을 불러올 수 있는 소중한 도구이자 방법으로서 다큐멘터리를 계속 만들어왔어요. 무엇보다도 성소수자들이 자기 발언을 한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다큐멘터리라는 매체를 고민하고 미디어를 고민하게 된 것이죠.
차기작은 <종로의 기적>이라는 제목의 게이 커밍아웃 프로젝트이구요, 지금 제작중입니다.  

인권영화제 거리상영에 대한 지지 메세지 부탁합니다.

한: 거리상영을 통해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지금 현재 심의제도에 대한 부분들을 알리고, 함께할 수 있는 사람들의 폭을 더 넓혀갔으면 좋겠습니다. 인권영화제 앞으로 더 열심히 발전하는 모습 옆에서 같이 지켜보겠습니다.

홍: 준비하시는 분들의 투쟁을 계속 지지해왔구요. 투쟁하는 인권영화제에서 저희 다큐멘터리 "레즈비언 정치도전기"를 초대해주셔서 너무 영광이고, 앞으로 함께 같이 싸워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인권영화제, 투쟁!

인터뷰: 민지, 화신, 호야  /영상 촬영 및 편집: 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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