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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 울림 5호] 국내작 소개 - 고양이들

양이들  (풍경/2008/극/62분)

  연기자와 스탭이 모두 활동가로 구성된 제작 자체가 극적인 극영화. 비혼을 지향하며 살아가는 세 여성의 삶은 세상의 틀에 박힌 시선 속에서 위태로워 보인다. 그러나 그들의 자유로운 일상과 꿈은 당당하다.

독 인터뷰

<고양이들>은 13회 인권영화제 상영작 중 몇 안되는 극영화입니다. 여성주의 문화운동 단체인 ‘언니네트워크’가 제작한 첫 작품입니다. 화창한 일요일 오후, 언니네트워크 사무실에서 풍경 감독을 만났습니다.

감독님은 운동의 일환으로 영화를 만드셨습니다. 운동으로서 영화가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일단 13회 인권영화제, 축하드립니다. 인권영화제가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온 것은 영화를 통해서 인권을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고양이들>에 비혼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았는데, 이 영화를 통해 질문을 시작하고 이어가고, 또 고민하고 소통하게 되는 것이 영화가 운동으로서 갖는 의미가 아닐까요. 또 지금처럼 이렇게 질문을 받는 것 역시 영화가 갖는 의미중 하나겠지요.

감독님이 생각하시는 비혼인의 정의는 무엇인가요?

딱딱한 정의부터 시작하자면, 비혼이란 ‘미혼’과는 다른 의미이고, 결혼하지 않음을 선택한 것을 뜻하지요. 영화 속에는 세 가지 모습의 비혼인들이 등장하죠. 그 중 레즈비언 커플을 통해서는 ‘결혼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해보고 싶었어요. 기존 사회에서 결혼이라는 관습이 가지고 있는 틀이 있는데, 영화 속의 비혼여성들은 사회의 결혼제도와 부딪히는 사람들이죠. 그래서 비혼인은 제도화되고 관습화 된 틀 안에 있는 것이 아닌, 자신이 바라는 삶, 살고 싶은 삶을 가진 사람들이에요. 그리고 그 삶은 ‘결혼’이라는 이름은 아니고요.

비혼여성이 독립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돈 이외에 무엇이 있을까요?

독립심, 용기, 그리고 네트워크라고 저는 생각해요. 일단 독립을 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어야 할 것이고, 그 마음을 실행에 옮기는 용기가 필요하겠죠. 스스로 혼자 독립해서 살아간다는 것은, 만들어져서 제시된 삶이 아닌 다른 삶을 살아보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용기가 꼭 필요하죠. 그리고 그렇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함께 힘을 주고받을 수 있는 네트워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게 없으면 굉장히 힘들고 외롭더라구요. 실제로 비혼여성들을 보면 살아가면서 서로 팁도 나누고, 집 구하기나 안전 문제 같은 혼자 살아가는 노하우도 나누고, 또 제도와 부딪히면서 가족, 결혼을 강요받을 때의 고민을 함께 나누기도 해요.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있어야 의지를 갖고 계속 살아갈 수 있으니까요. 일단 모여야 한다는 거죠. 함께 모이고, 더 나아가 같은 마음을 가지고 같은 행동을 할 수 있어요. 이러한 연대와 네트워크가 <고양이들>의 마지막 장면처럼 치한을 쫓아버리게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출연한 배우들이 모두 활동가들이라고 들었습니다. 캐스팅은 어떻게 이루어졌나요?

처음부터 우리 활동가들이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연기를 전문연기자만 하는 건 아니잖아요. 시나리오 쓰면서 누가 어울릴까를 생각했었어요. 출연자 대부분이 연기 경험이 거의 없기 때문에, 연기에 대한 두려움이 없더라고요. 두렵지 않기 때문에 편하게 연기를 할 수 있었고요. 연기를 하기 위해 연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안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주었어요. 그리고 그게 이 영화와 잘 어울렸던 것 같아요. 또 영화에 출연하신 모든 분들이 이 영화에 공감하고, 언니네트워크를 지지해주시는 분들이었어요. 자신들의 자원을 아낌없이 나누어 주신 거죠.

촬영 중 에피소드가 있었나요?

영화를 찍을 때 화면에서 한 사람이 다른 사람과 겹쳐서 안 보이는 경우를 ‘더블된다’고 말해요. 그런데 출연하신 분 중에 계속해서 더블이 되는 분이 있었어요. 일부러 하려고 해도 그렇게는 안 됐을 텐데, 덕분에 많이 웃었죠. 또 어느 날은 스탭을 하다가 어느 날은 배우를 하고, 엑스트라도 하고... 멀티플레이어가 많았죠.

누구나 영화에 출연해서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잖아요. 우리가 어떻게 하면 여기서 재밌게 놀아볼까, 라는 생각을 가지고 촬영하다보니 정말 재미있었어요.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못했습니다. 이 점은 비혼이 진지하게 정치적 쟁점으로써 논의되지 않고, 한 개인의 일탈적인 행동으로 치부되는 현실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비혼이 왜 정치적 쟁점이 되어야 하며, 최근 비혼여성이 늘어나고 있는 현상이 무엇을 보여준다고 생각하시나요?

영화가 사실 에필로그가 있었어요. 그 에필로그에서는 세 에피소드 각각의 인물들이 원한 방향의 결말을 보여줘요. 사실 촬영을 하면서 내내 고민을 했는데, 이들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의 경우의 수는 많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제가 이들이 나아갈 방향을 제단하고 제시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얻었으면 하는 것이 공감과 문제의식인데, 그 다음에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지는 각자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에필로그를 빼게 되었어요.

비혼이 왜 정치적 쟁점이 되어야 하는가의 경우, 사회가 말하는 결혼을 선택하지 않겠다는 것은 인간의 권리잖아요. 권리에 대해 고민해 보아야하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특히나 여성에게는 말이죠. 비혼 여성이 늘어나는 현상은 점점 더 결혼이라는 제도가 자신의 삶에서 무엇인지 고민하고 알아가는 과정에 있는 여성이 늘어나는 것을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정해져 있는 삶을 살아가는 것에 대한 질문을 통해 정말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알고, 그 삶을 살아가는 여성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죠.

왜 개도 아니고, 토끼도 아니고, 늑대도 아닌 고양이인지요?

가장 큰 이유는 고양이가 가지고 있는 독립적인 이미지에 있어요. 또 고양이라고 하는 것이 우리 안에서 많이 존재하잖아요. 실제 고양이뿐 아니라 각종 문화에서라든지 말이에요. 그게 저는 정말 친숙했어요. 친숙함과 함께, 보다 더 여자들을 상징한다는 느낌이 있었고요. 그래서 고양이의 이미지를 쓰게 되었어요.

언니네트워크에 대한 소개, 그리고 앞으로의 작품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언니네트워크는 언니네라는 사이트를 기반으로 2004년에 만들어진 여성주의 문화운동을 하는 단체에요. 성적 차별이 종식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오늘도 달리고 있습니다! 올해 언니네트워크 영상팀이 생겨서 여성주의 영화를 계속해서 만들 예정인데요, 올해도 하반기에 영화를 제작할 계획이 있는데 아직 구체적이진 않습니다. 저는 여성주의 영상을 한시적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생산하는 것이 굉장히 큰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계속해서 영상을 만들어나갈 계획입니다.

인권영화제 거리 상영에 대한 지지메시지 부탁드립니다.

제 13회 인권영화제가 올해도 작년에 이어서 뚝심 있게 거리 상영을 선택하였는데, 정말 지지합니다. 이렇게 좋은 영화제가 올해도 열림으로써 보석 같은 영화들이 관객과 만나는 기회를 얻게 되었는데 정말 소중하고 감사한 일이고, 늘 마음으로 지지하고 있습니다. 올해 영화제에 함께 참여할 수 있게 해주어서 감사합니다. 올해도 뚝심 있게 영화제 잘 치러내시고, 내년에도 어김없이 찾아와주시기를 바라겠습니다. 지지합니다!

인터뷰: 민지, 연주 /영상 편집: 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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