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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80년대, <취업공고판 앞에서>(청사, 1984)란 시집으로 이 땅에 현장 노동자 시인이 끌고 가는 '노동문학'의 뿌리를 심은 박영근(1958~2006) 시인이 이 험난한 세상과의 끈질긴 싸움에서 이기지 못하고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머나먼 길을 떠났다. 고 박영근 시인은 지난 3일, 알콜성 치매로 쓰러져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을지로 백병원 중환자실에서 투병 중 상태가 악화돼 서울 백병원으로 급히 옮겼으나 11일(목) 저녁 8시 40분 결핵성 뇌수막염과 패혈증의 악화로 끝내 일어나지 못했다. 박영근 시인은 1958년 전북 부안에서 태어나 전주고를 수학한 뒤 서울로 상경, 현장노동자로 일하다가 1981년 <반시, 反詩> 6집에 시 '수유리에서' 등을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그 뒤 노동자 출신 시인 박노해와 백무산, 이소리, 김해화, 김기홍 등 노동자 출신 시인들의 출현을 몰고 왔고, 1980년대 민족민중문학의 주체논쟁의 한복판에서 노동시와 민중시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그는 민중가요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안치환 작곡)의 원작시인이기도 하다.
그 뒤 시인은 민족문학작가회의 인천지회 부회장과 인천민예총 사무국장, 인천민예총 부지회장, 2004년 민족문학작가회의 시분과위원장 등을 맡았고, 숨을 거두기 직전까지도 (사)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를 맡고 있었다. 시집으로 <취업공고판 앞에서>(청사), <대열>(풀빛), <김미순전(傳)>(실천문학사) <지금도 그 별은 눈뜨는가>(창비), <저 꽃이 불편하다>(창비) 등을 펴냈으며, 산문집으로 <공장옥상에 올라>(풀빛), 시평집으로 <빛>을 펴냈다. 1994년 제12회 '신동엽창작상'과 2003년 제5회 '백석문학상'을 받았다. 고운기 시인은 박영근 시인의 시집 <저 꽃이 불편하다> 표지글에서 "이제 나는 그를 '시인'이라고만 부르려 한다, 노동을 포기했단 말이 아니다, 노동자로서 시인이 아닌, 시인으로서 그의 삶 전부가 언젠가부터 나에게 너무도 뚜렷이 각인된 까닭이다"라며, "홀로 깊이 물으며, 잃었다가도 길을 찾고, 끝내 가고야 말리라 다짐하는 사람들에게 그는, 그의 이번 시집은, 호주머니에 담갔다가 언제라도 꺼내들고 싶은 선물이다"라고 평했다. "그는 민중주의적 감상주의의 소산인 첫 시집 <취업공고판 앞에서>를 지배하던 연민과 애상의 긴 터널을 오랜 고통 끝에 이제 막 빠져나와 이 두 번째 시집에서 마침내 위대한 노동자들의 '대열’에 합류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시집에는 80년대 노동현실의 거의 전국면이 다 들어 있으며 그에 대한 우리 노동자들의 가장 일차원적이고 즉자적인 대응에서 가장 수준 높고 치열한 대응까지가 망라되어 있다. 그리고 이러한 내용이 오랜 단련 끝에 얻어진 민중적 정서와 형식과 가락 속에 자신만만하게 용해되어 있다." - 두 번째 시집 <대열> '추천글' 몇 토막
'고 박영근 시인장'의 장례위원회 고문으로는 강광, 염무웅, 이가림, 이시영, 이종구, 정희성(현,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장), 최원식, 현기영, 황광수씨가, 장례위원장에는 강형철(민족문학작가회의 부이사장), 이해선(인천작가회의 지회장), 허용철(인천민예총 대표), 장진영(옛 '두렁' 동료) 씨가, 호상에는 김정환(시인), 장례 집행위원장에는 안도현(민족문학작가회의 시분과위원장), 이승철(시인, 문우 대표), 신현수(인천 문우 대표), 송성섭(인천민예총 친구 대표) 씨가 맡았다.
오마이뉴스에서... |
첫 마음으로 다시 김명인 2005.5.6
맑시즘이 있기 전에 맑스가 있었고
맑스가 있기 전에 한 인간이 있었다.
맨체스터의 방직공장에서 토요일 저녁 쏟아져 나오는
피기도 전에 시드는 꽃들을 집요하게, 연민하던,
시인 최영미의 '자본론'이라는 시이다. 소설가 황석영은 그의 단편 '아우를 위하여'에서 '걸인 한 사람이 이 겨울에 얼어 죽어도 그것은 우리의 탓이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영원한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은 방황 끝에 평화시장 노동자들에게 돌아가기로 결심한 날의 일기에서 “나를 버리고 나를 죽이고 가마, 너희들의 곁을 떠나지 않기 위하여 나약한 나를 다 바치마”라고 했다.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고 한다. 개발도상국 대한민국은 어느새 세계 10위권의 무역대국이 되었고 절대적 빈곤층의 두께도 많이 얇아졌다고 한다. 한국의 노동계급도 귀족화, 기득권층화되었다는 소리까지 간간이 들을 정도로 상대적으로 처지가 많이 나아진 것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현실사회주의 몰락의 충격도 어느새 10년도 넘은 일이 되었고 이젠 온 세상이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세계체제의 촘촘한 그물망 아래서 개혁이다 구조조정이다 변신이다 글로벌 무한경쟁이다 하면서 온통 사람들의 혼을 다 빼놓고 있는 지경이다.
보통 사람들은 물론 한때 민주화투쟁을 했다 노동운동을 했다 진보적 사상을 가졌다 하는 사람들조차도 한국에서의 절차적 민주주의의 정착과 외형적 경제성장, 그리고 세계화라는 주술에 미혹되어 이젠 모두가 개량주의자가 되기로 약속이나 한 듯 하나같이 이전에 지녔던 ‘혁명적 전망’을 분리 수거해버렸다. 그렇다고 모두들 지금 이 세상의 행로가 장밋빛 미래로 이어질 것이라는 순진한 생각에 빠져있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 말했듯 이 기차가 파멸의 선로를 달려가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당장 낙오되는 것이 두려워 기를 쓰고 달리는 기차 위에 올라타고 매달리는 형국인 것이다. 우울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우리는 일국적 차원에서의 개발독재에서는 빠져나온 것처럼 보이지만 지금 세계적 규모의 개발독재 치하에 놓여 있다. 신자유주의 세계체제는 마치 우리의 박정희 시대가 그랬듯이 전세계적 규모에서 세계민중의 궁핍화와 미증유의 자연파괴와 자원고갈과 인간소외와 윤리적 아노미를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우물안 개구리처럼 일국적 민족주의적 시각에 갇혀 있는 많은 사람들은 이 사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자본운동의 세계화가 낳은 착취와 빈곤과 소외와 파괴의 세계화에 걸맞는 분노와 저항의 세계화는 우리들에게는 아직 각성되지 못하고 있다.
맨체스터 방직공장 여공들에 대한 연민에서 위대한 사랑의 과학을 만들어낸 한 인간처럼, 누군가 거리에서 얼어죽는 것은 내 탓이라고 자책할 수 있었던 한 작가처럼, 고통받는 이웃을 위해 나를 죽이고 나를 버리고 돌아가겠다던 한 청년처럼, 이 신기루 같은 휘황한 낭비와 허망한 풍요를 지탱하기 위해 전세계의 ‘작고 여리고 이름 없는 존재들’이 나날이 허리가 휘도록 지불하고 있는 이 막대한 고통에 대해 각성하는 일, 이 세상의 고통에 대해 처음 눈물을 흘렸을 때의 그 순결한 첫 마음으로 돌아가는 일, 그리하여 다시 처음부터 싸움을 시작하는 일, 그리하여 이 미친 자본주의시스템의 파멸적 전개를 멈추고, 모든 성장과 개발을 멈추고, 악마적 경쟁을 멈추고, 이 파괴적 근대성을 해체하는 일, 그리고 하나뿐인 지구의 품에서 인간과 자연이 상생하는 새로운 존재조건을 건설하는 일-나는 이 일을 위해 모든 뜨거웠던 마음들에 다시 불지펴져야 한다고 믿는다.
김명인 |
* 이 글은 진보네님의 [트랙팩 11 : 독도는 새들의 고향] 에 관련된 글입니다.
일본과 미국은이미 오래전부터 세계자본주의 재편과정에서 한반도를 발판으로 대륙으로의 진출을 꿈꾸고 있으며 이는 일본자위대증강,이라크파병,등으로 표면화도고 있다.최근 일본의 2004[신방위계획대강]발표를 보면 군의 첨단화를 통해 막강한 군사력으로 자위대를 무장시켜 군사대국으로서,국제사회에서 인정을 받고 그에 걸맞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이는 곳 미국과함께 중국,북한과 긴장관계를 지속시키며 남한을 발판으로 삼아-한.미.일군사동맹-대륙진출의 야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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