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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26

from 일기 2009/08/26 12:45

휴학하기 바로 전 학기에 F를 맞을 뻔 했던 과목이 있었다. 도형교재연구론이었나.. 하여튼..

출석도 다 했고 과제도 따로 없었는데 시험이 OX 방식이었고, 맞으면 +1점, 틀리면 -1점이라고 했다.

0점까진 괜찮지만 마이너스 점수가 나오면 가차없이 F를 주겠다고...

 

찍을 땐 설마 했는데 마이너스 점수가 나왔는지 학기가 끝날 때 쯤 전화가 왔다.

울면서 사정(을 이야기) 했던 그 장면..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_- ;

납득할 수 있을만한 이유를 대라는 말에...

3년반에 걸친 대학생활을 이야기했다. 늘 바빴고.. 다른데 정신이 팔려 있었고..어쩌고 저쩌고...

단체 활동을 했다는 말에 교수가 납득해주었다. (오마이갓..)

 

덕분에 한학기 등록금을 벌긴 했지만...

그 때 보았던 교수의 눈이 기억났다. 오늘. 그 교수를 다시 만났다.

약간 초점이 없는 듯 하면서 날카로운?? 눈곱낀 눈..

죽어가는 짐승같다는 느낌을 받는 순간 떠올랐다. 그 때가..

정말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왜 너 때문에 내가 원칙을 포기해야 되냐고 묻던 눈길과..

화가나서 씩씩거리던 등짝과 어깨..

아마 학교 측에서는 4학년이니 적당히 봐주라고 했을것이고..

난 그저 봐달라고 빌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활동 운운하면서까지 빌다 보니...스스로가 너무 한심해서..그냥 F를 달라고 했다.

교수는 자정까지 연락이 안가면 패스하는 거라고 생각하라며 나를 돌려보냈다.

심지어 달래주기까지 했던 것 같다. 그 때는 완전 감동받아서 수학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흐흐흐...

 

다시 만난 그 교수는 .. 만나자 마자 헤드락을 걸어주시며 아직도 너를 기억하고 있다고 말해주었다.

시험 볼거냐고.. 열심히 하라고.. 너 같은 사람이 들어가서 바꿔야지 누가 바꾸겠냐고..

과찬이라며 정색을 하고 말하는데 속으로 좀 울컥 했다.

나를 기억해주고 기대를 걸어주는 사람이 있다는게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청강은 꼭 해야지 하고 마음먹었다. 아! 하필이면 수학과 교수라니....인연도 참...

 

오늘은 재량활동하고 체육 강의를 들었다. 또..늦긴했다 -_- ;

고미숙님에 따르면 앎의 코뮌에 접속한 후 신뢰를 얻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시간과 약속을 잘 지키는 것이라는데...

시간과 약속이라.. 베이직한 거지만 너무 어렵다..크흑흑...

 

강의를 들으면서 가르치는 사람과 눈을 마주치는게 꽤 즐거운 일이었다는 걸 떠올렸다.

아... 멋진 스승님을 갖고 싶다. 사우...라면 더 좋겠지만..

어쨌든, 먼저 용기를 내야겠지.. 친해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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