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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6일차] 과연 이게 사회주의일까?

7월 21일

 

오전에 아바나 거리를 걸었다. 역시나 삐끼들이 득달같이 달려든다. 이제는 제법 그들을 뿌리치는데, 한 여자가 모히또를 먹고 가란다. 안그래도 모히또 먹을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그녀 것과 함께 2잔을 시켰다.

"휴가니?"

"응"

"얼마나?"

"한달"

"오! 쿠바는 물가가 너무 비싸"

"맞아. (여기 올라고 죽을 똥을 싸며 일했다. 이것아~)"

"직업이 뭐니"

컴퓨터 치는 시늉을 하니

"오! 일텔리 헨떼!"

"(뭐, 그건 아니지만 언어가 되야 말이지... 그렇다고 내가 PWC라고 말하면 니가 알겠니? 그래서 그냥...)응..."

졸지에 난 인텔리계층이 되어부렀네...

 

"시가 살래?"

"아니"

"담배안펴?"

"피는데 시가는 안사"

"너네 나라 담배있음 하나 줘봐"

"여깄어. 이거 맛있어"

 

이제 가려고 계산을 하고 나오는데 그녀가

"너 돈 많다."

달리 할말이 없어 씩 웃고는 속으로 '죽을 똥을 싸며 번거라니까...'

거스름돈 2달러를 받으니 그녀가

"나 그거 줘"

"(미쳤니? 어서 날로 먹을라 그래!) NO!"

 

빠른 걸음으로 숙소로 돌아가는데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아무렇지도 않게 돌을 달라고 하는 그들을 보며 차라리 '카스트로 이 나쁜놈아! 이게 무슨 평등사회냐! 평등하게 하려면 제대로 하고, 아니면 때려처라!"며 투쟁을 한다면 내 기꺼이 당신에게 2달러를 주겠지만, 이 룸펜같으니라고... 너희들 한텐 한푼도 못줘!

 

 

비냘레스에 도착했다.

시가의 원산지이며 카르스트지형이 만든 모고테가 있는곳.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까사빠띠꿀라 호객행위가 시작된다. 그들을 뚫고 뒤로 물러나 짐을 챙기는데 한 할머니가 다가와 자기네 집으로 가잔다. 걷는것 조차 힘드어보이는 모습에 그 할머니를 따라갔다. 걸어가는 내내 할머니는 거리가 이쁘고 집도 좋다는 말을 반복한다.

속으로 '할머니, 난 그딴거에 관심 없고요, 그저 발코니에 앉아 할머니랑 얘기하고 싶다고요~'를 속삭였다.

숙소에 도착하니 글쎄, 주인은 젊은 여자였고, 할머니는 로열티를 받고 호객행위를 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어쨋든 그집에서 머물기로 했다. 정부에 신고할 장부에 내 신상명세를 적은 아줌마는 수백번은 손님들에게 얘기했을 말투로

 " 비냘레스는 5달러로 버스투어를 할 수 있고 마리아 라 고르다 해변이 180KM 밖에 안되고 어쩌구 저쩌구...."

다 아는 얘기거덩? 그래서 사실은 가이드 북을 봐서 알지만 아줌마가 모를것 같은 걸 물어봤지.

"cdeca(환전소)가 일요일에도 문을 여나요?"

그러자 이 질문은 교육을 안받았는지

"몰라"

그 집은 남들 집에선 쉽게 찾아볼수 없는 좋은 자전거도 있고, 왠지 괜히 거부감이 드는것이...

5달러에 그녀가 차려준 저녁을 먹는데, 그리 입맛에 맞지 않은 것은 아닌데, 음식이 잘 넘어가질 않는다. 그래도 꾸역꾸역 먹는데 왈칵 눈물이 쏟아지려 한다.

'이게 무슨 사회주의야!'

몇개 되지도 않고, 높지도 않은 계단을 오르면서 내뱉던 할머니의 거친 숨소리와 집앞에 세워져있던 번지르르한 자전거가 계속 머리속에서 맴도는 이유는 뭘까.

할머니는 나이도 많고 몸도 불편한데 그저 나라에서 배급해주는 걸로 편하게 남은 여생을 살아가지, 왜 힘들게 호객행위를 할까? 그 할머니 집에도 번지르르한 자전거가 있을까? 그냥 하루하루가 무료하니까 용돈이나 벌라고 이 일을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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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우 쓰레기장에서 나와서 세상좀 보니까, 더 큰 쓰레기장이 나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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