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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컨츄리>-과연 우리는 진보했는가?

 

여성이 남성으로부터 억압(성폭력, 성희롱 등등)을 받았을때 그녀들이 취하는 방식은 주로 세가지다.

1. 글로리아 처럼 아예 남성들과 어울리지 않는것이다. 남성들이 뭉쳐있는 그룹을 피해다니면서 아예 직접적인 성희롱, 성폭력을 당하지 않으려는 '회피'이다.

2. 조시의 대부분의 동료들처럼 모욕적인 일을 당했더라도, 그냥 넘기는 것이다. 문제제기해봤자 본인만 피곤하기 때문이다. 그녀들은 남성들의 폭력에 괴로워 하지만 괜한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려 입을 함구한다.

3. 조시처럼 문제제기를 한다. 그러나 그런 여성은 대부분 '미친년' 취급을 받는다.

 

나의 경우는 두번째이다. 문제제기를 하면 나만 피곤하고, 얘기해봤자 당장 바뀌는 것은 없기에 그냥 화나는 것을 꾹 참는 경우가 많다.

영화 <노스컨츄리>는 남성들의 일인 탄광일에 여성들이 들어가면서 당한 온갖 억압, 모욕에 여성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남성들은 여성들에게 어떤 폭력을 가하는지, 노동조합은 얼마나 패권적이면서 가부장적인지를 보여준다.

그것도 아주 담담하게.... 감성에 호소하지도 않으며....

그렇게 담담하게 그려내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눈물이 나는 이유는 뭘까....?

80년대 미국의 광부라는 배경이 2006년 한국의 나와 전혀 일치하는 것은 없지만 조시와 내가 별반 다르지 않음 때문인것 같다.

 

영화의 시작은 이렇다.

한 여자가 부엌에 쓰러져 있다. 그 여자는 일어나 얼굴에 묻은 피를 물로 씻어낸다. 그리곤 아이 둘을 차에 태워 집을 나선다. 그녀가 왜 피를 흘렸는지, 왜 집을 떠났는지 구차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그리곤 그녀는 고향으로 가서 광부일을 한다. 그러나 남성의 영역이었던 '광부'라는 직업에 여성들이 들어가자 남성은 위기의식을 느낀다. 여성들은 '광부'가 아니었고, 남성들의 놀잇감이었다. 조시는 노동조합을 찾아가 호소를 하지만 노동조합은 대의를 얘기하며 그녀의 말을 무시한다. 그녀에게 호의를 베푼 사장을 찾아가 하소연을 해보지만 사장은 해고한단다. 결국 남성의 폭력으로 그녀는 광부일을 그만두지만 법정에 선다.

그러나 법은 그녀가 하려는 얘기보다는 아들의 아빠가 누구인지에만 관심이 있으며, 그녀의 성생활이 문란하다며 매도하기 바쁘다.

그녀는 아들의 아빠가 누구냐는 질문에 '모른다'는 답만 해왔다. 심지어 그녀의 부모에게까지도....

영화는 그렇듯 설명하려 애쓰지 않는다. 그냥 현상만을 보여준다. 그러나 법정에 선 순간 그녀의 고통스러웠던, 별로 기억하고 싶지않아 기억에서 지워버리고자 했던 이야기를 꺼내야만 한다. 남편의 폭력으로 집을 떠나야만 했고, 아들의 아버지는 학생때 선생님의 강간으로 생긴 아이라는 것을..... 그러나 아이를 포기하지 않고 낳아 남부럽지않게 키우기 위해 '광부'일을 해야했다는 것을 말이다.

 

체제를 바꾸려는 사람들은 언제나 핍박을 받는다. 그러나 그 핍박은 노-자간의 관계에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얼마전 인터뷰를 했을때 그녀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남성들에게는 보이지않는 기득권이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여성문제를 제기하는 것을 달가워 하지 않아요. 자신의 기득권을 빼앗기기 때문이지요. 기득권이나 권력의 문제는 노-자간에만 있는것이 아니에요. 그래왔던 지금의 운동을 되짚어봐야 해요."

 

위에서 말한 세가지 유형중에 특히 두번째 유형이 가장 악질이다. 이들은 바닥에 떨어진 파이부스러기로 연명하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어떻게 보면 남성들에게 동조하는 이들보다 더 나쁘다고 할수 있다.(하기에 나는 나쁜뇬이다)

 

우리주위에는 수많은 '조시'가 있다.1980년 미국의 한 시골마을의 이야기와 2006년 한국의 이야기가 그리 다르지 않다는 것에 아직도 눈물이 난다. 100인위 논란이 있었을때 소위 운동권에서의 반응들, 성폭력사건이 발생했을때 남성들, 그리고 여성의 탈을 쓴 남성들이 보인 일련의 행동들이 오버랩되는 이유는 뭘까?

 

영화가 끝나고 자막이 올라갈때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과연 우리는 진보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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