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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자들은 대체 뭘 연구하는가?” 문외한의 독서 계획

지난해 내가 얻은 가장 큰 소득은, 아주 우연하게도 수학이 얼마나 놀라운 학문인지 어렴풋하게나마 알게 된 것이다. 그리고 올해 내 목표는 “수학자들은 대체 뭘 연구하는지” 알아보는 것이다.

 

혹시라도 나처럼 이 문제에 관심있는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또 다른 사람들한테서 도움을 받기를 기대하면서, 내 독서 계획을 적어둔다.

 

과학 근처에도 가보지 않은 문외한이, 20세기 이후 수학자들이 뭘 찾고, 뭘 핵심 연구 과제로 삼는지 알아보는 건 난감한 일이다. 수학이 얼마나 놀라운지 또는 얼마나 아름다운지 피상적으로 소개하는 책은 내 관심사가 아니다. 목표는 수학자들이 대체 왜, 무엇을, 어떻게 탐구하는지, “주제와 쟁점”에 가능한 다가가는 것이다.

 

내 독서의 시작은

■ 키스(케이스) 데블린(Keith Devlin)의 수학의 언어 (알라딘에서 보기)다.

 

이 책은 문외한이 수학의 핵심에 접근하는 데 좋은 책으로 생각된다. 이 책에서 데블린은 수학이란 “(세상 만물에서) 패턴(유형)을 탐구하는 학문”이라고 정의하고, 이런 관점에서 수학자들의 탐구 작업을 소개한다. 인내심과 “읽기 능력”을 조금 갖추면 누구든 읽어낼 수 있는 훌륭한 입문서라고 생각한다. 단점을 꼽자면, 후속 독서를 위한 안내(핵심 참고문헌 소개)가 빠져있다는 점이다.

 

후속 독서를 위한 안내는 역시 데블린이 쓴 책

수학의 밀레니엄 문제들 7(알라딘에서 보기)에서 얻었다.

 

이 책은 <<수학의 언어>>를 읽은 사람이면 큰 어려움 없이 따라갈 수 있다. 뒤로 갈수록 어려워지지만 버텨낼 수준은 된다.^^ 이 책에서 얻은 최대 수확은 후속 독서용 책 안내다.

 

데블린이 추천하는 책은 다섯권이다.(그 가운데 하나가 위에 언급한 <수학의 언어>다.) 추천서들은 다음과 같다.

 

■ Arnold, V., M. Atiyah, P. Lax, and B. Mazur, eds., Mathematics: Frontiers and Perspectives (아마존에서 보기), The American Mathematics Society, 1999. (번역서가 없는 듯 하다.) 영어로 된 서평 하나 (PDF)

 

■ Casti, John, Five Golden Rules: Great Theories of 20th Century Mathematics — and Why They Matter, 1996. [ 20세기 수학의 다섯가지 황금률 (알라딘에서 보기) ]

 

■ Yandell, Benjamin, The Honors Class: Hilbert's Problems and Their Solvers (아마존에서 보기), 2001. (번역서가 없는 듯 하다)

 

■ Devlin, Keith, Mathematics: The New Golden Age, 1999. [ 수학: 새로운 황금 시대 (알라딘에서 보기) ]

 

올해 내 독서 계획은 이렇다.

 

한국어로 번역이 된 <<20세기 수학의 다섯가지 황금률>>과 <<수학: 새로운 황금 시대>>를 우선 읽을 계획이다. 그리고 <<수학의 언어>>부터 <<수학: 새로운 황금 시대>>까지 영어 본을 구해서 번역본과 대조하면서 다시 읽을 계획이다. (번역이 안된 수학책을 영어로 직접 읽기 위한 훈련 작업 차원에서 할 계획)

 

이 독서 계획을 올해 안에 끝내는 게 목표다. (잘 될지는 모르지만...) 이 계획이 잘 마무리되면, 내년에는 한국어로 번역이 안된 책 두권에 도전할까 싶다.

 

이 독서 계획이 적절한 것인지 여부는 전혀 모른다. 그냥 어쩌다가 만들어진 것이다. 혹시라도 수학을 공부하고 싶은 문외한들에게 내 독서 계획이 도움이 되면 좋겠다. 사실 이 글을 쓰면서 더 기대하는 건, 한국의 전공자들로부터 후속 독서 목록을 추천받는 것이다. 문외한에게 도움이 될 만한 정보는 뭐라도 좋으니 알려주시라!

 

*-- 2월4일 추가 --*

두 권의 책을 추가한다.

 

프린스턴 수학 안내서 (알라딘에서 보기)

 

“세계적인 수학자 135명이 저술에 참여했고, 금종해 고등과학원 원장 외 29명의 번역가가 번역을 맡은, 장장 천 칠백여 페이지에 달하는” 책이다. 내용은 둘째치고 번역의 노고를 생각해서라도 필히 구입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다. 알라딘 독자 서평을 보니 일반인이 이해하기는 어렵다고 하지만, 한국어로 번역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소중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 Aleksandrov, A. D., Kolmogorov, A. N., Lavrent’ev, M. A., Mathematics: Its Content, Methods and Meaning (아마존에서 보기)

 

수학 전공자 분이 추천해주신 책이다. 소련 수학자들이 뛰어난 수학자 18명의 작업을 소개했다고 한다. 일반인에겐 어렵다고 하는데, 사실 어려운 건 큰 문제가 안된다. 몇천년동안 수많은 전공자들이 쌓아올린 업적을, 별 노력없이 이해하려고 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문외한으로서는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가면서 접근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이 책은 내년 이후에 읽어보기로 한다.

2015/02/02 11:39 2015/02/02 11:39
2 댓글
  1. 김원기 2015/04/22 00:11

    늘 그렇듯이 계획만 해놓고 초안을 페북에 써봤지만 결국 그 방대함 때문에 포기했습니다. 뒤늦게나마 이렇게 와서 '첨언'을 합니다.
     
    데블린의 <수학의 언어>는 참 좋은 책입니다. 부르바키 이후로 수학은 '(수학적) 구조들'을 탐구하는 것이라는 관점이 널리 퍼지기 시작했는데, 도대체 부르바키가 말하는 '구조'란 무엇인가 하는 어려운 문제는 제쳐둔다면 수리철학자들이 '수학은 패턴의 과학'이라는 정의를 받아들이기 시작한 게 한 40년 되니까요. 어떤 패턴을 연구하느냐, 엄밀하지는 않지만 수학의 큰 분야를 정리해서 패턴이란 관점에서 접근한 대중서가 데블린의 <수학의 언어>죠. 물론 부르바키나 수리철학자들이 말하는 '구조'나 '패턴'은 그와는 거리가 많이 떨어져 있지만요.
     
    집합론 이후 수학의 서로 다른 분야를 묶어주는 '공통의 언어'로 개발된 것이 카테고리 이론이고, 그 카테고리 이론의 발전에 가장 큰 기여를 한 거장이 선더스 맥클레인입니다(Saunders MacLane). 그의 <수학: 그 형식과 기능>도 깔끔하고 좋은 책입니다만, 번역이 최악이고 이젠 절판입니다. 데블린보다는 보다 덜 친절하고 좀 더 엄밀하게 쓰려고 했습니다.
     
    수학자들이 하는 게 도대체 뭐냐. 수학자들은 이 문제를 별로 고민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수리철학을 가르쳐보려고 한 수학자 한 명이 깜짝 놀랍니다. 자신이 하고 있는 작업을 철학적으로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걸 깨닫게 되었거든요. 그래서 '수학자들이 말하는 수학'의 여러 측면을 동료와 함께 설명해보려고 애씁니다. 루벤 허쉬가 데이비스와 공저한 <수학적 경험>입니다. 제가 가장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허쉬가 최근에 쓴 책은 수리철학 대중서 같은 책이어서 이 책보다는 좀 별로입니다.
     
    데블린의 <수학: 새로운 황금시대>는 수학 저널리스트인 이바스 피터슨의 <수학 세계 여행기>와 주제나 접근방법이 겹칩니다. 피터슨 책은 저널적 글쓰기(그러니까 PopSci적인)가 너무 강해서 전 오히려 별로였습니다만, 취향 따라 바꿔볼 수 있습니다.
     
    영미권 수학 저술가 중 가장 활발하게 글을 쓰는 수학자는 이언 스튜어트와 마커스 듀 소토이일 것이고, 대중적으로 가장 신뢰할 만한 좋은 저자(그러니까 흔한 책을 쓰지 않고 어려운 주제에 도전하는 드문 저자)는 존 더비셔입니다. 더비셔의 책은 모두 승산에서 나왔는데, 다 추천할 수 있습니다.
     
    영어로 된 책으로 또 권할 수 있는 책은 이언 스튜어트의 The Concepts of modern Mathematics입니다. Timothy Gowers(필즈 메달리스트)의 Mathematics : A Very Short Introduction도 권할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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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수학과 실제 세계 먼 댓글 보내온 곳 밑에서 본 세상 2016/02/26 14:34

    [&ldquo;수학자들은 대체 뭘 연구하는가?&rdquo; 문외한의 독서 계획] 에 관련된 글. 지난해말부터 지금까지 수학 책을 읽지 못했다. 이제 조금 정신을 차리고 다시 수학 책을 잡는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은, 즈비 아트슈타인(Zvi Artstein)이라는 이스라엘 수학자의 <수학과 실제 세계: 진화가 수학 형성에 끼친 두드러진 구실>이다. 2014년에 영어로 번역된 책이다. 우연히 발견해서 혹시나 해서 읽기 시작했는데,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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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진보 진영의 글을 번역해 공개하는 걸 주 목적으로 하지만 요즘은 잡글이 더 많습니다. marish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