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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갱이들과 그들을 사랑한 보수파들

에릭 올터먼(Eric Alterman)

<더 네이션> 2001년 4월23일

 

 

미국의 칼럼니스트 에릭 올터먼이 쓴 글입니다.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 소유의 언론들이 어떻게 사주에 대해 침묵하는지를 보여주는 글입니다. 머독의 아들 제임스가 정치적 이념 때문이 아니라 단지 돈벌이를 위해서 중국을 옹호하는 발언을 한 것에 대해서, 다른 사람이 했다면 난리를 쳤을 <위클리 스탠더드>, <폭스 텔레비전>, <뉴욕포스트> 등 보수 언론들의 논객들은 침묵으로 일관했답니다. 사주에게 사족을 못쓰기는 한국 언론이나 미국 언론이나 비슷합니다. 이 글은 안티조선일보 사이트 '우리모두'의 '미국 뒤집어보기' 게시판에 덱스터라는 분이 번역해 올리신 것입니다. 이 게시판 관리자 저스트맨님께서 게재 허락을 받아 제공해주셨습니다.

 



이 글은 우리모두 사이트의 `미국 뒤집어보기' 토론방에 '덱스터'라는 아이디를 쓰는 분이 번역해 올린 겁니다. 토론방 운영자께서 번역자의 허락을 받아 보내주셨는데, 번역 일부를 제 구미에 맞게 고쳤습니다. 일종의 편집권 행사로 이해해주시길 ^-^. 아래는 덱스터님께서 이 글에 등장하는 언론에 대해 설명하신 부분입니다.

이 칼럼에서 미국의 여러 신문 잡지가 언급되는데요. 많이 알지는 못하지만 조금 설명을 드리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앨터먼(Alterman)이 언급하는 미국의 보수 언론으로 머독 일가 소유의 폭스 텔레비전 (Fox TV), 뉴욕포스트 (New York Post), 위클리 스탠더드 (Weekly Standard), 그리고 여타 보수지 월스트리트 저널 (Wall Street Journal), 더 뉴리퍼블릭 (The New Republic), 그리고 여러분이 잘 아시는 통일교 교주 문선명씨 소유의 워싱턴타임스 (Washington Time) 등을 들 수 있어요.

 

위클리 스탠더드는 주간조선 쯤으로 보시면 되고요. 지난번 미군 스파이 정찰기 충돌 사건이 있었을 때, 부시가 미안하다는 말을 중국측에 한 걸 가지고, "국가적 수모" ("national humiliation") 라고 혹평하여 미국의 보수적인 일반 언론들조차 혀를 내두르 게 만들 정도로 강경보수입니다. 북한에 인도주의적 입장으로 식량을 원조하는 걸 두고 나라 살림을 거덜내니 어쩌고 하고 김정일과의 정상회담에서 대통령이 말을 아끼는 걸 두고 적에게 아부한다는 둥 비판을 일삼는 한국의 일부 언론을 꼭 닮았죠.

 

더 뉴리퍼블릭의 경우 더 네이션과 비교할만한 전통을 가지고 있는 보수지 인데요, 더 네이션과 묘한 라이벌 관계여서 서로 자주 비판하지요. 원래 두 잡지 모두 진보적 성격으로 출발했는데 50-60년대 매카시 열풍과 월남전에 대한 입장에서 갈라지면서 더 뉴리퍼블릭은 완전히 보수우파로 나섰지요.


 

"이용해먹기 좋은 멍청이들" 이란 용어를 기억하는가? 냉전 시기에 공산주의라는 꿈같은 이상과 소련 스탈린주의라는 끔찍한 현실을 구분해 바라보지 못했던, 뜻은 좋았지만 어리석었던 좌파들 말이다. 그들은 (스탈린) 독재에 눈을 감았고, 그럼으로써 조 맥카시나 로이 콘과 같은 빨갱이 마녀사냥꾼들이 공산주의를 반대하는 사회주의자들과 자유주의자들을 한 데 묶어 스탈린식 빨갱이라고 색칠할 수 있도록 빌미를 제공하여 민주적 좌파들의 입지를 약화시켰다.

 

<스타 티브이>의 회장이자 최고 경영자이며, 루퍼트 머독의 거대 언론 제국의 후손이자 장래 상속자로 점쳐지는 스물여덟의 제임스 머독의 경우, 멍청이라는 용어는 상당히 관대한 것일지도 모른다. 중국이 미국의 스파이 비행기를 잡아 승무원들을 억류하기에 약간 앞서서, 대학 중퇴자인 이 사람은 로스엔젤레스 밀큰 연구소(Milken Institute) 모임에서 연설하면서 베이징의 공산 압제자들을 찬양하는 노래를 불러댔다. 그것도 모택동이 얼굴을 붉힐 정도로. 그는 세계 언론의 중국 인권 탄압 실상 보도를 비판했다. "오늘날 안정을 해치는 세력들은 중국 정부에 매우 대단히 위험하다"라고 주장하면서 말이다. 그는 홍콩의 용감한 민주주의 주창자들한테 "절대주의" 정부의 존재를 있는 사실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는 훈수를 두었다. 그러고는 "중국의 성공을 내심 바라지 않는" "위험하고" "종말론적인" 파룬궁 종교운동측에 대한 박해에 거의 동의하는 것에 다를 바 없는 발언을 했다. (대략 150명의 파룬궁 지지자들이 경찰 구금 상태에서 이미 숨졌고 현재 만명이 수감중이다.)

 

"멍청이"라는 용어가 (그에게) 지나치게 관대한 이유는 이 젊은 머독이 자기 소유의 출판물들을 읽어보기만해도 그가 연모해 마지않는 독재자들의 진실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머독 소유 <위클리 스탠더드>의 논설위원들에 따르면,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크고 가장 강력한 독재 체제"이자 미국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며, "'안정'에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면 독재를 정당화할 수 없는 공산주의자들은 필연적으로 끊임없이 '불안정'을 만들어내고는 그것을 진압해 버리는 식으로 행동하게 마련이다."

 

필자가 보수적인 머독 집단의 다양한 언론계 인사들에게 전화로 물어보았을 때, 그 말 잘하던 사람들 모두 아들 제임스 머독의 언급에 대해 입을 다물었다. <폭스 뉴스>쪽의 경우, 네트웍 분야 사장 로저 에일스(Roger Ailes), 토크쇼 진행자 토니 스노우(Tony Snow), 입심좋은 빌 오라일리(Bill O'Reilly) 모두의 반응을 얻을 수 없었다. 평소에 약간만 거슬려도 꽹과리를 있는 힘껏 울려대는 데 열을 올리는 <뉴욕포스트> 사설면 편집인 봅 맥마너스(Bob McManus) 뿐만 아니라 이 신문 편집장인 켄 챈들(Ken Chandle)은 할말을 잊은듯 일절 함구했다. <위클리 스탠더드>쪽의 경우, 편집인이자 출판인인 윌리엄 크리스톨(William Kristol), 편집장 프레드 반스(Fred Barnes), 그리고 수석 논설위원 크리스토퍼 캘드윌(Christopher Caldwell) 모두 너무 바빠 필자의 전화에 대한 답신 전화를 하지 못한 게 분명한 듯하다. 오피니언란 편집인 데이비드 텔(David Tell)은 친절하게도 필자가 위에서 인용한 부분이 실린 기사를 가르켜 주었지만 그 잡지의 소유자들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수석 편집인이자 베스트셀러 저자인 데이비드 브룩스(David Brooks)는 한껏 상냥했으나 아무 정보도 주지 않았다. "미안합니다. 컴퓨터에 문제가 좀 있어요. 처음에 저는 당신이 고용주의 아들에 대한 제 코멘트를 바란다고 생각했어요. 어떤 곡해가 있는 게 틀림없어요."

 

이 문제가 뉴스 코퍼레이션(News Corp.) 직원들에게 새로운 건 아니다. 루퍼트 머독은 이미 여러해동안 공산주의자의 동조자로 악명을 날려왔다. 중국에 대한 자신의 상당 규모의 투자를 지키려는 생각으로 그는 기꺼이 <영국방송협회>(BBC)를 자신의 위성방송망에서 축출하고, 중국 공산당 원로 정치계의 비위를 맞추려 중국에 우호적이지 않은 책의 출판을 취소하고, 읽기에도 괴로운 선전물을 출판하려고 수백만달러를 지불한 게 분명해졌다. [그렇지만, 데이비드 텔이 이 문제에 관한 한 <위클리 스탠더드>의 편집권 독립이 지켜진 거라 지적한 건 맞는 말이다.

 

마이클 킨슬리(Michael Kinsley)가 설명했듯, <슬레이트>(Slate)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만드는 잡지] 쪽이 "마이크로소프트를 미국 사회의 힘있는 기관이라는 점에 걸맞게 비판적으로 검증하리라"고 기다리는 건 진짜 어리석은 일이다. 마찬가지로, <위클리 스탠더드> 편집인들이 정직한 자유주의자들에게 달려들 때 써먹기 좋아하는 그런 야비한 수식어를 월급 주는 그들의 사주인 빨갱이 아첨꾼들에게 적용하리라 기대하는 것도 하나의 희망 사항에 다름 아니다. (로버트 노박(Robert Novak) 이름으로 <슬레이트>가 스톤(I. F. Stone)에게 그것도 사망한 뒤에 퍼부은 무시무시한 비방을 사과하기에 지금이 적기란 생각이 들기는 한다. 스톤은 그 잡지 편집인들이 태어나기도 전에 엄청난 개인적 피해를 감수하면서도 소련의 만행을 비판했고, 죽는 그 자리에서도 천안문 광장의 반정부 민주인사들을 지지한 사람이다.)

 

앤드류 설리번(Andrew Sullivan) 은 자신의 배니티 웹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위클리 스탠더드>가 머독 일가를 비판하지 않은 걸 두고 "사주를 비판할 능력이 있는냐야말로 모든 잡지의 편집권 독립을 시험하는 잣대가 된다"고 주장하며 궁시렁거렸다. 그 기준이라면 <더 네이션>이야말로 설리번이 가장 좋아하는 잡지가 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 사람이 만일 사주인 마티 프레츠(Marty Peretz)의 우습기까지 한 강박적 유태인의 이방인 혐오와 아랍인에 대한 인종차별을 비판하는 <뉴 리버블릭> 사설 하나라도 발견해 낸다면, 내가 그 양반에게 르 시르케 (Le Cirque)에서 저녁을 사리라.

 

물론, 문선명의 <워싱턴타임스> 기사에서 흔들리는 젊은이들을 먹이로 삼는 사교의 위험에 대한 글을 못찾는 건 당연한 거다. 심지어, 모회사인 파워풀 미디어(Powerful Media)가 최근 스티븐 빌(Steven Bill)과 맺은 거래와 똑같은 종류의 사건을 탈무드식으로 그때 그때 기사화하는 데 전문인 인사이드닷컴(Inside.com)도 그 거래를 한껏 탈무드식으로 다룬 데이비드 카(David Carr)의 기사를 내보내기 전에 경쟁사들이 그 뉴스를 흘리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는 쪽을 택했다. 사주에 관한 한 대부분의 언론 매체는 침묵을 금으로 여긴다.

 

문제는 <위클리 스탠더드> 편집진의 자기 방어적 위선에 있다기보다는 보수 진영의 움직임에 대해 그들이 그리는 전반적인 그림에 있다. 우파한테 있어서, 그들의 가장 관대한 후원자가 공공연히 공산 독재자인 동시에 자신들이 미국 국가안보의 가장 큰 위협으로 지목하는 정권을 지지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월스트리트 저널>은, 부편집인 툰커 배러대러전(Tunku Varadarajan)의 머독 일가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실음으로써 이점에 있어서는 용서를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의 버클리 일가나 베넷 일가 문제는 어떤가? 머독이 사실상 전체 포드호레츠(Podhoretz) 식구들에게 월급 봉투를 뿌린다는 사실이 지구상 어떤 다른 권력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그들의 입을 다물게 해온 것인가? 빨갱이 사냥의 대가들이 지금에 이르러 공산주의를 눈감아 주는가? 필요할 때에 제대로 된 우파 반공주의자 하나 찾는 게 왜 이다지도 힘들단 말인가?

 

* 글을 쓴 에릭 앨터먼은 <더 네이션>, <워스 매거진>(Worth Magazine), 엠에스엔비시닷컴 (MSNBC.com)에 칼럼을 쓰고 있으며 뉴스쿨 유니버시티의 세계정책연구소 수석연구원(senior fellow)으로 있습니다.

 

번역: 덱스터

2004/07/15 20:06 2004/07/15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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