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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경제가 망가진 이유

보리스 카갈리츠키(Boris Kagarlitsky)

원 제목 = 미국이여, 우리가 문제를 스스로 풀게 놔두라

 

러시아의 좌파 지식인 보리스 카갈리츠키가 미국과 국제통화기금의 엉터리 같은 개입이 러시아를 위기로 몰아갔고 민영화를 마구잡이로 실시해 러시아가 제3 세계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지적합니다. 민영화를 하지 않은 벨로루쉬와 러시아를 비교해 민영화의 문제를 보여줍니다. 1998년 9월20일 <워싱턴포스트>에 실린 프레드 하이아트의 칼럼에 대해 반박한 글인데, 신문이 실어주지 않았답니다. 이정훈님께서 번역하셨습니다.

 


미국이여, 우리가 문제를 스스로 풀게 놔두라.

(America, Please Leave Us Alone To Solve Our Problems)

 

보리스 카갈리츠키/러시아 과학아카데미 비교정치연구소 선임연구원

[<워싱턴포스트>에 실린 프레드 하이아트의 "누가 러시아를 잃었는나?"에 대한 카갈리츠키의 반박문. 신문은 싣기를 거부했다.]

 


 

나는 프레드 하이아트(Fred Hiatt)의 "누가 러시아를 잃었는가"(워싱턴 포스트 98년 9월20일치)를 읽고 당혹스러웠다. 하이아트씨는 국제통화기금과 G7의 대러시아정책이 실패했다는 것에 동의하면서도 "실수를 인정하는 것과 정책이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것은 아주 별개의 문제"라고 했다. 만약 한 정책을 그 결과로 판단하지 않는다면, 도대체 뭘 근거로 판단할 것인가 의심스럽다.

 

하이아트씨에 따르면, "개혁" 이전의 러시아는 우주항공과 핵분야에서 선진기술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외 모든 것은 거의 제3세계 수준과 동일했다. 즉 대부분 공장은 투입한 원자재보다도 가치가 못한 상품을 생산하고, 많은 도시는 영원히 국가의 수용소로 유지할 수 있도록 보장되는 외떨어지고 얼어붙은 곳에 건설되었다는 것이다.

 

그가 실제로 러시아가 제3세계 국가였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소비에트 산업은 확실히 비효율적이고 기술적인 근대화가 시급했었다. 하지만 이런 문제를 가지고도 러시아는 생산품을 수출할 수 있었다. "개혁론자"들이 집권한 직후부터 러시아는 원자재 수출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나라가 됐다. 사유화 이후 산업 수출이 축소되었을 뿐만 아니라 국제적 경쟁력 또는 국내 시장의 경쟁력 또한 쇠퇴하였다. 러시아 경제는 기술적으로 훨씬 더 후퇴하였고 과학연구 집단은 혼란에 빠졌다. 지금 어떤 것이라도 수출할 여력이 남아있는 러시아 회사는 사유화되지 않았던 것들이다.

 

하이아트씨는 1991년 이전 러시아인의 교육수준이 매우 높았다는 것을 모르거나 모른 척한다. 그것은 우리의 주요 재산이며 근대 기술을 흡수해 성장할 수 있는 기회였다. 지금 러시아는 다른 곳이 아닌 바로 미국에 전문가를 "수출하고" 있다. 미국에서 "수입한" 사람들은 거만한 IMF 관료들이었다. 이들은 러시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며, 나중에 밝혀졌듯이 자금시장의 실제 운용에 관해서도 아는 것이 별로 없다. 그러나 그들은 "야만인"인 러시아인들에게 모든 것을 가르치려고 들었다.

 

러시아 인구의 교육수준은 10년전보다도 낮고 나라를 다시 세울 기회 역시 마찬가지다. 대다수 사람들의 생활수준은 무너졌고, 평균 수명은 쇠퇴했으며, 유아 사망률은 증가했다. 우리는 수용소에 갖힌 이들을 학살한 스탈린을 비난한다. "자유화"된 경제체제 아래 기아에 허덕이는 이들은 어떤가? "개혁" 과정에서 보건체계가 무너져 죽은 수십만명은 또 어떤가? 적어도 공산주의자들은 후루스쵸프(Khruschev)와 고르바쵸프 정권아래 그들의 죄를 인정한다. 국제통화기금은 절대 그들이 야기한 파괴를 인정하지 않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이제 국제통화기금 고문들이 정책을 강요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나라들을 보자. 그들 중 하나는 중국이고 또 하나는 벨로루쉬이다. 중국은 지난 20년동안 세계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한 나라의 하나이다. 벨로루쉬는 1997년에 10%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1997년은 러시아의 성장률이 0%로 1989년이래 가장 좋은 해였다.) 벨로루쉬 산업은 과거 러시아와 똑같았지만 외화를 쉽게 얻을 수 있는 석유나 가스는 없다. 벨로루쉬는 산업을 사유화하는 대신 재조정하여 근대화시켰다. 지금 그들은 과거 소련이 산업생산품을 수출했던 바로 그 시장에 수출하고 있다. 러시아는 이 시장들을 잃었다. 벨로루쉬는 러시아에도 수출하고 있으며 서양 제품들과 성공적으로 경쟁하고 있다.

 

물론 벨로루쉬는 경찰국가이지 민주국가는 아니다. 하지만 하나의 문제가 있다: 그것의 정치체제가 러시아와 똑같다는 것이다. 유일한 차이점은 경찰과 관료가 덜 부패했다는 것이다. "벨로루쉬 마피아"에 관해 들어본 적이 있는가?

 

부패가 "개혁"의 실패 원인이라고 비난하는 이들은 그것이 빠른 사유화 과정에서 폭발적으로 늘었다는 것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소련체제에 물론 많은 부패가 있었지만 "자유화"과정에서 배가되었다.

 

러시아에 실제 일어난 것은 단순하다. 수많은 문제가 있었고 소련체제는 위기에 처해있었다. 그러나 "개혁론자들"은 실제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악화시켰다. 그리고 이른바 개혁론자와 서구의 친구들은 절대로 러시아를 재건하거나 산업 실적을 향상시키려는 의도가 없었기 때문에 그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그들은 민주주의에도 관심이 없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단지 소련을 약탈하는 기회로 소련체제의 위기를 이용하려는 것이었다. 그런 점에서 "개혁"은 완전한 성공이었다. "새로운 러시아인"인만 자신들의 모국을 약탈한 것이 이나라 미국 기업들도 그랬다. 그런 "우호관계"로 인해 10년후에 좀더 많은 러시아인들이 점점 반미주의자가 되더라도 놀라지마라. (반미주의는 "냉전시기"에는 전혀 없었던 것이다.)

 

제발 우리를 그냥 놔둬라.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수 있도록 간섭하지 말라. 그리고 폭력배 지원을 중지하라. 그러면 조만간 우리는 이 혼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고 나라를 재건설할수 있을 것이다.

 


번역: 이정훈
2004/07/19 17:49 2004/07/19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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