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주의 영화 제작방식에 대한 실험을 시작하다

2006/08/16 08:35 여름 안에

여성영화제에 남성 감독이 연출한 작품은 출품할 수 없다는 것은 본인은 말이 안된다. 여성영화라는 것은 여성감독이 찍은 영화뿐만 아니라 남성감독이 찍은 영화일지라도 그 내용이 부합한다면 출품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라는 얘기를 몇 년 전에 영화과 학생(남자)와 나눈 적이 있었다.

 

여성영화의 경계에 관한 고민은 그 때 부터 인식되었던 거 같다.

 

그 전에는 여성영화의 경계를 규정할려고 하는 노력/생각 보다는 막연히 느낌 혹은 내용적인 면에서 이것은 여성영화다 "아니다" 로  구분을 했었다.

 

그리고 누군가는 이렇게 말했다

"여성영화라는 것이 있나? 스릴러 호러 드라마 등의 장르적 구분이 되는 것처럼 남성영화 여성영화라는 것을 영화를 구분하는 것이 웃기지 않냐?"

 

이 말에는 "욱"했지만 여성주의에 관한 전제에 공감하지 못하는 이와 여성(주의)영화라는 부분을 얘기하기는 너무 힘들었다.

 

여성감독이 제작하거나 그 내용이 여성에 관한 거거나 여성을 우호적으로 다루는 것이 여성영화일까? 여성들의 해방을 표현하기 위해 영화에서 억압을 재연해야 하는 것은 어떻게 해야 하나? 성폭력 적인 장면이 어쩔 수 없이 들어가게 되어 여배우가 연기해야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연기는 연기일 뿐 현실의 폭력은 될 수 없나?

 

경아 푸르미와 "후유증"(녀름/박신현주, 2005년 5월 제작) 을 찍으면서 경아 푸르미와 많은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 내용의 방향에 관해서 얘기를 나눴지만 푸르미와 경아를 단순히 연기자와 스텝으로만 생각하고 "도와 달라"라는 식의 나의 요구가 있었던 듯하다. 영화의 스토리 구성과 결말로 나의 단독적인 결정이었다.

 

후유증의 내용은 20대 초반의 여대생이 낙태라는 경험을 하면서 그 후유증으로 인해 생리에 대한 불안을 갇게 되어 겪는 이야기들이다. 내용은 나름의 여성주의 적인 시각을 반영하려 노력했으나 그 결과물에 대한 다른이들과의 토론이 없었다. 내용만 여성주의 라고 여성주의 영화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제작 과정 또한 여성주의 적인 방식을 마련해야 한다는 고민은 스름 스름 내 안에 자리 잡았다.

 

여성주의 적인 영화 제작 방식이 무엇일가? 를 생각하다가 그 바탕에는 아무래도 여성주의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이 글에서 여성주의란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얘기치 않을 테지만 여성주의적인 영솨 제작에 관해 말하다 보면 여성주의라는 부분과 자연스레 이어지리라 본다.

 

나는 그 시작이 먼저 자발적인 행동이라 생각한다. 나는 먼저 "여성주의를 지향하는 영화를 함께 찍을 배우 및 스텝을 모집합니다."라는 글을 올리고 사람들을 모았다. 그리고 여성주의에 동의하고 영화제작을 함께 하고픈 이들과 함께 하길 원했다. 자발이라는 것은 소속감을 누군가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이번 제작의 중요성과 자신의 참여도를 결정하고 자율적인 결합을 하는 것일 테다. '가능할까?'라는 생각을 했었지만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분명 실험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계속 되었다.

 

하지만 처음의 글을 올리고 한 달 가량의 시간이 지난 거 같다. 그 시간 속에서 여러명의 사람들을 만나고 얘기 하고 그리고 영화 촬영 최종 일정까지 잡혔다. 어쨌든 영화는 찍는다. 하지만 나의 초반의 고민들은 어떻게 되었는 지 관해서는 끊임없이 날을 세워야 한다고 생각하고 바쁜 와중에도 글을 써가면서 짚어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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