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n

2008/01/17 22:26 女름
도리스 레싱 [다섯째 아이]

우리가 어쪄면 모두 벤에서 시작하는 것은 아닐까. 아이는 태어나면 계속 울고 똥싸고 젖달라 한다. 엄마와 아빠 가족들은 그 언어를 이해할 수가 없고 이해할려고 노력하는 사람만이 그 중 몇 개의 메세지를 catch할 수 있겠지.(대부분 하루 종일 붙어있는 유모겠지) 주변을 언어를 웅얼거리면서 배우고 칼, 높은 곳, 불은 위험한 것으로 익히고 점점 색을 구분하게 되고 말이야.

순조롭게 사회 안에 적응하는 아이와 적응하지 않는 아이.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

엄마의 자궁보다 사이즈가 큰 아이, 힘이 세고 많이 먹고 소리지르는 아이. 어쪄면 좋을까?

버린다 키운다 버린다 키운다 그 사이에 뭐가 있을까?

또 세상 어머니들에게 이 짐을 다 지우는 방식말고 대안이 뭘까?

...

헤리엇이 벤을 데리고 역광장으로 간다. 역광장 사람이 많은 곳에서 이리 저리 뛰고 걷고 앉아 있는 분주한 사람들의 틈에서 헤리엇은 벤의 손을 놓는 다. 그 아이는 태어나고 이내 서고 싶어했던 네다리 초식동물같은 녀석이었고 개나 고양이를 눈빛으로 재압할 수 있는 맹수같은 아이었다. 헤리엇은 벤의 손을 놓는 다. 헤리엇과 벤의 약간 떨어진 손과 손 사이로 열차를 타기위해 분주히 뛰어가는 한 가족이 지나가고 어느새 더이상 서로가 서로를 볼 수가 없다.

벤은 우두커니 서서 사람들을 본다. 벤은 울지 않는다. 다만 태초의 순간 부터 오늘이 올 것만 같았기 때문에 자신에게 맞는 사이즈의 자궁을 찾아 두리번 거린다. 벤은 자신의 방이 너무 작아서 소리쳤다. 그들의 기가 너무 약해서 짜증이 났다. 원하는 만큼 젖이 나오지 않아 미칠 것만 같다. 수백, 수만 명의 사람들이 지나가는 이 곳에 놔두고 가줘서 너무 고마워. 여기서라면 찾을 수 있을 거 같아.

...

예측할 수가 없잖아. 살아남을 만한 가치의 기준도 없잖아.

...

벤은 고아원에 가지만 결국 이 고아원도 저 고아원도 벤을 맞을 수가 없다. 이 괴짜 아이는 어디에도 갈 수 없다. 벤이 어디 한적한 시골부부의 소같은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늙어 기운이 없는 부부의 소. 힘이 세니까.

...

모르겠다. 그리고 사실 문명이란 정말 무서운 것이다. 벤에게도 공포라는 것을 주입하여 일시적으로나마 그 아이를 통제할 수가 있었던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말이다. 실제로 교육이라는 것은 진짜 무서워서 안되는 것도 되게 한다는 것을 (자본이 풍부하다는 전제에서) 눈으로 봐서 21세기의 벤에게 무엇이 진짜 행복(개소리)일지 모르겠다.

...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고 나서 벤의 욕구가 무엇이었는 지 생각이 안났다. 많이 먹는 것말고 이 아이가 원했던 것이 무엇이었는 지 생각이 안났다. 여기서 태초의 소통불가가 시작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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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17 22:26 2008/01/17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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