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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일 용산참사 유가족 호소문 (고 윤용헌님 미망인 유영숙)

안녕하세요. 고 윤용헌씨 부인되는 유영숙입니다.

 

이렇게 날 좋은 일요일 오후에 많은 분들이 모여주신 것을 보니 우리 유가족들도 힘이 생깁니다. 벌써 일이 있고 12일이 지났습니다. 하루도 쉬지 않고 촛불을 들어주신 시민 여러분들의 힘이 아니었으면 우리 유가족들은 지금까지 버티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사건이 일어나고 우리 아저씨들 이름이 언론에 나왔지만 우리는 아무도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뉴스에 나온 영상에서도 분명히 불에 타고 있는 망루 밖에 있는 우리 아저씨 모습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함께 있었던 분들이 분명히 우리 아저씨는 살아있을 것 이라고도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 아저씨는 새까맣케 탄 시신으로 돌아오고 말았습니다. 시신을 확인했을 때 그 시신의 참혹함에 모두 기절을 할 정도였지만 더 깜짝 놀란 것은 이미 시신의 부검이 끝났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이었습니다.

 

정부는 우리 아저씨를 경찰특공대를 투입해서 죽게하고는 우리 가족들한테 연락한번 없이 부검을 하여 시신을 훼손했습니다. 도대체 이걸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왜 그렇게 서둘러서 부검을 해야했는지 아무런 설명도 없습니다. 자기들 마음대로 부검한 것에 대해 단 한마디의 사과도 없습니다. 도대체 우리는 이 나라의 국민도 아닙니까? 우리 아저씨들의 시신은 아직도 차가운 냉동고안에 있습니다. 유족 동의 없는 부검에 대해 사과하고 유가족들이 납득할만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으면 마음아프지만 우리 아저씨들의 시신을 인도받지 않기로 했습니다. 경찰이 떳떳하다면 왜 설명하지 못합니까?

 

이 사건의 수사를 맡은 검찰의 행태도 우리 유가족들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경찰의 무리한 진압으로 이 참혹한 일이 일어난 것이 너무나도 분명한데 왜 우리 철거민들만 구속시키고 전철연을 수사합니까? 누가 불이 나게 만들었는지는 온 국민이 다 아는 사실아닙니까? 왜 검찰과 한나라당만 아니라고 합니까? 검찰이 경찰과 한나라당 눈치 보는 것 아닙니까? 다 짜고 하는 것 아닙니까? 검찰 조사에 참여하신 변호사님들은 검찰에서도 확실하게 밝혀낸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하십니다. 그런데 왜 돌아가신 분들을 두 번 죽이고 그분들의 죽음을 욕되게 합니까. 우리 유가족들도 더 이상은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검찰의 편파적인 수사에 항의 할 것입니다. 국민을 죽게 만들고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대한민국, 이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나라의 실체입니까? 너무나 원통하고 분합니다.  

 

그동안 참 많은 분들이 조문을 와주시고 많은 언론에서 관심도 가져주셨습니다. 여기 계신 국회의원님들 중에서도 오신 분들이 계셨고 평소 TV에서나 보던 유명한 분들도 와 주셨습니다. 오늘 이렇게 야당 국회의원들과 시민단체들이 추모대회를 준비해 주시고 많은 분들이 와 주신 것은 너무나도 감사한 일입니다. 그래서 더욱 아쉬운 말씀을 드릴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 철거민들이 용역들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당하고 정신적으로 괴롭힘을 당한 것은 하루이틀일이 아닙니다. 경찰에 고발하고 관청에 호소해 봤지만 모두 법을 들먹이며 용역편만 들었습니다. 우리가 수십년 먹고자고, 장사하던 곳에서 보상금 한푼 못 받고 쫓겨날 때도 우리의 절박한 처지를 이해해 준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지금 야당 의원님들이 여당 의원이실 때 과연 우리 철거민들을 위해 무엇을 하셨나 생각해 보시면 아실 것입니다. 왜 꼭 이런 일이 생기고 나서야 그 대책을 세운다고 하고 법을 만든다고 호들갑을 떠십니까? 일이 생기기 전에 조금만 우리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주셨다면 우리가 오늘 이런 일을 당하지 않았을 지도 모릅니다.

 

언론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왜 철거민들이 당한 일들은 보도하지 않으시고 철거민들이 폭력적이라고만 말씀하십니까? 우리가 재개발 지역에서 몇 년동안 사람취급도 못 받고 무시당하고 두들겨 맞을 때는 아무도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 힘으로 싸울 수 밖에 없었습니다. 힘없는 철거민들끼리 모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살기위해서 모인 것이 죄라면 우리 유가족들도 다 잡아가십시오. 우리도 다 전철연회원입니다. 돈없고 집없는 것이 죄라서 나가라면 길거리로 쫓겨 다니며 살아야 한다면 차라리 감옥에 가는 게 낫겠습니다. 우리도 다 잡아가세요.

 

이 자리에 계신 분들께 마지막으로 부탁드립니다. 그동안 우리 철거민들 너무 힘들고 외로웠습니다. 그 날도 그렇게 외롭게 싸우다가 다섯명이나 하늘나라로 가고 말았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우리 이 일의 진실이 밝혀지고 책임자들이 처벌받을 때 까지 함께 해주세요. 경찰, 검찰, 정부 모두가 우리 철거민들 편이 아닙니다. 우리 편을 들어주실 분들은 오직 국민 여러분들 뿐입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함께 해주신 은혜 앞으로 우리 현구, 상필이랑 열심히 살면서 꼭 갚겠습니다. 우리 유가족들 다 한 마음입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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