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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페미니스트 시국선언]
박근혜 퇴진, 정권교체를 넘어 우리는 ‘다른 세상’을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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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 11월 25일, 도미니카공화국 라파엘 트루히요 정권의 폭압적인 독재에 맞서 싸우던 세 명의 자매가 살해당했다. 그들은 자신을 성추행한 독재자의 뺨을 때린 후, 끝까지 반독재 투쟁에 앞장서서 싸웠으며, 이들의 죽음은 36년 독재 정권을 무너뜨리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이후 라틴 아메리카 여성들은 이 날을 ‘세계 여성폭력 추방의 날’로 지정했다.
2016년 ‘세계 여성폭력 추방의 날’, 세계 각국의 여성들은 '세계 여성 파업'을 선언했다. 그리고 오늘 한국의 우리는 가부장적 독재정권의 유령에 기대어 온 권력의 카르텔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세상을 향한 투쟁을 만들어갈 것을 선언한다.
지금 우리는 박정희 독재정권과 함께했던 정‧재계, 언론, 종교계의 부역자들이 박근혜 정권을 통해 어떻게 한국사회를 다시금 파탄에 빠뜨려 왔는지 생생하게 목도하고 있다. 박근혜 정권 4년 동안 박정희의 망령은 다시 활개를 쳤고, 비선실세의 국정농단 속에 껍데기 뿐인 민주주의가 정치의 자리를 대신했다. 박근혜의 카르텔은 신자유주의가 초래한 각자도생의 삶을 파고들어 혐오를 부추겨 왔으며, 군사적 긴장과 동맹에 기대어 끊임없이 불안을 야기해왔다. 그들은 허울뿐인 ‘여성대통령’을 상징으로 내세웠으나 여성들의 삶은 더욱 열악해졌다. 우리는 바로 그들이, 민중을 자신들의 탐욕과 특혜를 위해 길들일 개, 돼지로 여기고, 세월호 참사로 304명의 생명을 앗아간 공동정범임을 똑똑히 알고 있다.
이제 그들은 다시금 자신들만의 새로운 카르텔을 구축하기 위해 권력 재편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더 이상 그들의 카르텔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정권 교체나 허상의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에 머무르지 않을 것이며, 다른 세상을 향한 싸움을 시작할 것이다.
페미니스트로서 우리는 정권을 넘어 체제에 주목한다. 이 파탄의 본질은, 비단 하나의 정권이 아니라 자본과 권력을 지닌 소수가 다른 생명들을 자원으로 삼아 성장하는 가부장체제에 있기 때문이다. 성별화 된 권력과 노동의 위계화, 성별이분법과 이성애 중심주의, 정상성 규범과 종 차별이 이 체제를 작동시켜 온 역사적 바탕이다. 개, 돼지를 함부로 다뤄져도 되는 생명으로 여기는 세계가 이 체제의 본원이며, 권력 집단의 파행을 여성 혐오로 환원해 버리는 것이 이 체제의 속성이다. 복지를 관리와 통제의 도구로 삼고, 차별과 낙인, 혐오를 부추기는 이들은 이 체제를 유지하는 자양분이다. 임금노동과 상품생산에만 가치를 부여하고 삶의 가치를 위계화 하는 시스템, 여성의 몸을 인구관리와 노동력 재생산의 도구로 삼는 시스템이 유지되는 이상 우리의 삶은 제자리를 맴돌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는 더 큰 싸움을 시작할 것이다. 우리는 박근혜와 가부장적 권력집단의 카르텔을 종식시키고, 그들이 야기한 파탄에 명백히 책임을 물을 것이다. 나아가 우리는 '여성'이 보수 기득권 집단의 정치적 기표나 명분으로 이용되지 않는 세상을 만들 것이다. 우리는 정상성의 규범과 위계를 깨고 우리 각자의 존재가 곧 우리의 가치가 되는 세상을 만들 것이다. 우리는 성별화와 노동의 위계, 지구적 착취의 시스템을 멈추게 할 것이다. 지금 광장으로 나온 모든 이들이 이 변화의 동등한 주체이다. 우리 각자의 요구가 하나하나의 해일이 되어야 한다. 더 많은 해일이 끊임없이 이 세계를 변화시켜 갈 때까지, 우리는 매 순간 가장 경계에 선 이들의 자리에서 함께 투쟁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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